-이탈리아 요리사 밥상에 자주 오르는 닭요리
이탈리아서 즐기는 우리 음식 부침개.. 그런데 한국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부침개..?!!
서기 2023년 4월 15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안개 자욱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삐에몬뜨 주 노봐라의 교외에 위치한 곳으로 한 리스또란떼서 열심히 일할 때 묵은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차마 잊을 수 없는 곳..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마다 생각나는 곳 중 하나이다. 나름 이탈리아 요리를 깨닫게 해 준 성지나 다름없는 어느 봄날의 풍경 속에서 영감을 얻어 요리를 시작한다.
들어가는 말
얼마 전 다녀온 우리나라의 물가는 턱없이 비쌌다. 서민들이 즐기는 생필품은 물론 야채와 과일 등 식재료는 가성비가 턱없이 높았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먹거리를 겨우 충족시키는 것이랄까.. 한국서 못 먹어본 닭다리살 부침개를 요리하면서 이 음식이 우리 서민들의 입맛은 물론 쌈짓돈까지 챙겨줄 것이라 믿고 간밤(현지시각)에 만들어 보았다. 물론 이탈리아 요리사인 내가 먹는 맛있는 음식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내가 지천명에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다면 귀국하는 즉시 작은 식당을 개업하여 그중 한 품목으로 닭다리살 부침개를 메뉴판에 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꾸로 말하면 본문에 등장하는 리체타를 참고하여 매출이 뚝 떨어진 가게를 되살리거나 기업화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부침개는 K-문화와 더불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 어떤 식재료라 할지라도 밀가루만 있다면 후다각 양념하여 팬 위에서 구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침개는 hobak-buchimgae (호박부침개) – Korean zucchini pancake, kimchi-buchimgae (김치부침개) – kimchi pancake, memil-buchimgae (메밀부침개) – buckwheat pancake, some varieties of pajeon (파전) – scallion pancake, some varieties of buchu-jeon (부추전) – garlic chive pancake로 위키피디아에 등재될 정도이다. 물론 그중에 닭다리살 부침개는 없다. 우리말 부침개는 팬케이크로도 불리지만 엄격하게 우리말을 사용해야 옳은 일이다. 닭다리살 부침개..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탈리아 요리사 밥상에 자주 오르는 닭요리
뷰파인더 앞에는 이틀 전에 1kgX5유로에 구입한 닭다리살이 해체되고 있다. 뼈는 발라내고 살만 취했다.
이렇게 발라낸 닭다리 살은 잘게 다져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그다음 다진 살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골고루 마사지한 다음 최소한 10분 이상 숙성시킨다. 그리고 요리 준비에 들어간다.
큼직한 백 자기 볼에 다진 살을 넣고 미리 준비한 청양고추를 흩뿌린다. 닭다리살 하나에 청양고추 9개.. 그렇지만 식 미 껏 조절할 수도 있다. 이 요리의 팁은 청양고추가 맛을 좌지우지할 정도이다. 닭살 특유의 맛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요리가 끝났을 때 식감과 풍미를 좌우한다.
그리고 대파를 준비하여 총총총 잘게 썬다. 이날 사용한 대파는 1 kgX 1유로짜리로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성비를 자랑한다. 이록 바를레타의 제철 식재료이며 몸에 너무 좋은 녀석이다. 굵직한 대파 한 개를 모두 썰어 볼에 담았다.
이렇게 닭살과 함께 볼에 담겨 한 방(?)을 쓰는 동안 잘 다져둔 마늘 큰 술을 첨가하여 양념에 들어간다.
양념은 매우 간단하다. 미리 준비한 강력분(Farina '00') 한 컵 분량을 물 한 컵 혹은 뷔노 비앙꼬(백포조주)를 밥공기나 다른 볼에 담고 잘 섞어준다. 약간 되직해야 한다. 그다음 고루 잘 섞어주면 부침개 만드는 과정은 끝!
그다음 포르께따(Forchetta, 포크)와 꾸끼아이오(Cucchiaio, 숟가락)로 잘 버무려준다. 버무려주는 방법은 여럿 있을 수고 있으나 굳이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하거나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리의 공정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한 손은 늘 깨끗하게 말라있어야 한다.
그렇게 만난 요리 과정이 상세히 드러나고 있다.
그다음 걸쭉하게 잘 반죽된 닭다리살 부침개 재료는 이러하다. 장차 어떤 맛과 멋으로 변신을 하게 될까..
뜨겁게 달군 팬 위에 반죽을 넓게 펴 놓으며 부침개 대형(?)을 만들었다.(치익~~~) 팬 위에는 지라솔레(Girasole, 해바라기유) 기름을 반컵 분량 사용했다. 올리브유를 사용해도 무방하나 돌아다니는(?) 녀석을 팬 위에 붙들어 두었다.
그리고 부침개 요리가 시작됐다. 조금은 넉넉해 보이는 기름이 튀김을 연상할 정도이나 부침개이다. 자글자글... 고소한 향기가 주방을 뒤흔든다.
대략 10분 이상을 두 번 뒤집어 주었다. 노릇노릇.. 한 꼬집 집어서 입에 넣으니 아싹아싹 고소고소한 맛이 난리가 아니다. 한국서 맛보지 못한 닭다리 부침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잘 구운 부침개를 잘못 되짚어 으스러지고 말았다. 그래서 아예 열 조각으로 나누어 마저 구웠다.
그리고 키친타월을 깔고 대형 접시에 올렸더니 기막힌 향기를 뿜으며 '날 잡아 잡수..' 하는 표정으로 등장..
바를레타 재래시장서 구입한 대파에 꽃대궁이 피어있어서 장식으로 사용했다. 보색대비..
이날 닭다리살 부침개 전부는 이탈리아 요리사의 한 끼로 변했다는 거.. 맛이 상상되시는가.. 아싹아싹 고소고소한 맛이 입안을 천국으로 만든다. 주말 혹은 아무 때나 한 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나라에 널린 부침개에서 맛보지 못한 신대륙을 발견한 느낌이 단박에 들 것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소맥의 안주로 먹어도 기막힌다. 물론 손님 상에 올려놓으면 손님들이 당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맡기지 않으시면 즉각 실천에 옮겨 보시기 바란다.
이탈리아 북부 삐에몬떼 주 노봐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가 있었다. 숙소 아파트에서 바라본 이맘때 풍경 속에 주방에서 노트를 펴 놓고 요리 과정을 기록해 두었던 시간이 엊그제 같다. 봄이 오시면 생각나는 당시의 열정을 그대로 안고 닭다리살 부침개를 만들어 봤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때가 그립다. 이곳 바를레타는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닭다리살 부침개 라체타를 까적거리니 어느덧 아침 6시를 지나고 있다. 한국은 주말 오후..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 되시기 바란다. 끝!
Buchimgae da gamba di pollo che non ho mai mangiato in Corea.
Il 15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