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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2. 2023

꼴뚜기, 어물전이 꼴뚜기 망신시켜요

-자꾸만 손이 가는 초간단 꼴뚜기 조림


누가 그랬나..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라고라..?!!



   서기 2023년 4월 21일(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오후 4시경 하니와 함께 갇던 바닷가 언덕 위에서 바라본 풍경이 왠지 낯선 건 그녀가 시방 한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저 멀리 새하얀 구름이 덮여있는 곳은 이탈리아 반도를 장화에 비교했을 때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곳.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명물이다. 



운동 겸 산책 삼아 그녀와 함께 걷던 나지막한 언덕길을 따라 걸으면 삐아짜 마리나(Piazza Marina)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를레타 항구에서 지근거리에 위치한 곳이며. 그곳에 미슐랭 별을 단 근사한 리스또란떼가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생선과 어패류 도매상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다. 아침나절 한 때 이곳에서 주변으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턱 없이 부족한 상품들이지만 이곳 시민들은 맛짜가리 1도 없는 해산물에 열광한다. 내 고향은 부산.. 



유년기 때부터 먹어온 해산물은 거의 감별사 수준이어서 그 어떤 해산물이 내 앞에 놓여있어도 단박에 맛의 차이를 구별해 낸다. 그런 까닭에 이곳이 살면서부터 아드리아해서 생산된 해산물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맛짜가리가 1도없었으므로 외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사흘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러 갔다가 한 어물전에서 꼴뚜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1kg에 5유로.."에 가져가라는 것이다. 솔깃했다. 우선 가성비가 넘쳐나는 것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가리키며 "전부 다 5유로.."라며 흥정을 했더니 "오케이~!"라고 했다. 전부의 무게는 대략 1.5kg이 넘었다. 


묵직했다. 5유로에 구입한 꼴뚜기.. 바를레타서 처음 구입해 본 꼴뚜기란 녀석의 맛은 어떨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찬물에 깨끗이 헹구고 적당히 치대어 불순물을 제거한 후에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했다.



그다음 팬 위에 질 좋은 뿔리아 산 올리브유를 적당량 뿌리고 찧은 마늘을 듬뿍 넣어 '마늘기름'을 만들었다.



마늘기름을 만들 때 청양고추를 적당히(나는 청양고추를 너무 사랑하여 깨 많이 넣는다.^^) 썰어 넣었다. 그다음 물기가 적당히 제거된 꼴뚜기 녀석들을 마늘기름 위에 넣고 볶는다. 센 불에 자글자글 익어가며 짙은 갈색으로 변해가는 녀석들..


그다음 자체에서 우러난 육즙에 조미간장(두 큰 술)과 뷔노 비앙꼬(Vino bianco, 백포도주) 반컵 분량을 넣고 잠시 뚜껑을 덮은 다음 여전히 센 불에 졸이기 시작한다. 포도주가 없으면 그냥 끓인 육수(채소)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완성된 꼴뚜기 요리는 대략 10분 내외이다. 녀석들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보니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어불성설로 변했다. 바를레타서 처음 맛본 꼴뚜기.. 녀석들은 내 입맛을 사로잡아 다시 어물전을 찾게 만들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하니와 함께 갇던 바닷가 언덕 위에서 조금만 걸으면  삐아짜 마리나(Piazza Marina)에 도착하는데 광장 한편에 올리브 나무가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느덧 4월이 훌쩍 지나가면서 올리브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꼴뚜기 맛을 본 나는 냉장고에 저장해 둔 녀석들이 자꾸만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한 줌씩 꺼내어 야금야금 맛을 보는 것이다. 이런 일도 처음 있는 얄궂은 일이 아닐까.. 꼴뚜기가 나를 꼬시다니..



이틀 후




이틀 후.. 이번에는 처음 보다 더 많은 양의 꼴뚜기를 팬 위에 올렸다. 자글 지글..



녀석들은 팬 위에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맛있는 색깔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녀석들 스스로 발산한 입맛 도는 빛깔이 이탈리아 요리사의 시선을 자극한다. 맘마미아..!



한 녀석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 속으로 가져가는 즉시 향긋 향긋 담백 고소..!


'

누기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말했던가..



꼴뚜기 요리는 밥을 축내는 것도 모자라 애주가를 도가니 속으로 푸웅덩 빠뜨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마도.. 아마도 사람들이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말한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을 거 같다.



어떤 사람들이 꼴뚜기의 맛을 너무 잘 안 나머지 흔치 않은 꼴뚜기를 구매하려고 했을 때 '혼자만 먹고 싶어서' 핫소문을 퍼뜨린 건 아닌지.. 이탈리아에 살면서 몇 안 되는 종류의 해산물 중에 꼴뚜기가 포함됐다. 낼모레면 5월이다. 5월을 코 앞에 두고 맛본 맛있는 꼴뚜기 녀석들.. 



나 또한 여러분들 앞에서는 귀한 녀석을 두고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켜요"라며 떠들 것 같다.


Le Loliginidae sono un piatto molto leggero_La Disfida di Barletta
Il 22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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