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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5. 2023

이탈리아, 기찻길 따라오시는 그리움

-NOVARA,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의 어느 봄날


그땐 너무 힘들었던가.. 무시로 찾아드는 애틋한 그리움..?!!



오시자 가시는 봄날.. 나의 흔적이 노봐라 평원에 남아 오후 햇살을 등에 업고 있다. 봄날은 간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삐에몬떼 주 노봐라(Novara) 평원에 들어서는 길목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리스또란떼서 잠시 휴식이 주어지면 의례히 카메라를 메고 출사를 떠난다.



노봐라 평원을 적시는 수로가 저녁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다시 평원으로 발길을 돌려 봄이 무르익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마음을 달랜다.



당시 내가 일했던 리스또란떼는 미슐랭(Michelin) 별을 단 유명한 곳이며, 프랑스와 스위스는 물론 독일과 오스뜨리아 등지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스승의 가르침대로 이탈리아 요리를 깨닫게 되었으며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열심히 땀을 흘렸던 곳이다.  



농사를 짓는 일이든 그 무엇이든 기초가 탄탄해야 하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봐라 평원에 들어서자마자 밭갈이를 끝낸 풍경이 편안하게 만든다. 지금 보고 계신 풍경은 밭이 아니라 논이며 곧 수로로부터 물을 받아 채우면 논이 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모심기는 생각보다 빠르다. 3~4월이면 모심기가 거의 끝난다. 이탈리아 북부의 봄은 생각 보다 빨리 찾아온다. 알삐(ALPI, 알프스)를 넘어온 찬 공기가  푄 현상으로 바람이 산 표면에 닿아 그 바람이 산을 넘어 하강 기류로 내려와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그 부근의 기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는 걸 학습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푄 현상(독일어: Föhn)은 원래 푄이라고 하는 알프스 산들 가운데 부는 국지풍에서 비롯된 것이며 바람이 알프스를 넘었을 때에 부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한다. 현재는 일반 용어로 쓰이고 있어 본래의 푄 말고도 북미의 로키산맥을 넘어 부는 치누크 바람(Chinook wind) 등과 같은 세계 각지의 바람도 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맥을 너무 동해로 부는 바람이 푄 현상이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알프스 산맥 외 아뻰니나 산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며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분다.



노봐라 평원에 발을 디디면 자연스럽게 기찻길을 만나게 된다. 



나에게 기찻길은 유소년 기를 행복하게 만든 아련하고 애틋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



이른바 6070 세대의 가난하고 암물했던 시절에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은 흔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 기찻길을 오가는 기차는 괜찮은 볼가리 중 하나였다. 텅 빈 철로에 다가가 쇠꼬챙이를 철로 위에 올려두고 귀를 가까이 대면 저만치서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달그락달그락.. 



그때 아이들은 미리 준비해 건 대못을 철로 위에 쭉 늘어놓고 가차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저만치서 기차가 오면 철로로부터 멀어지며 기차가 지나갈 시간을 기다린다. 그리고 기차 바퀴에 짓눌린 못을 주워 형아한테 가서 얼음썰매에 사용할 스틱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댄다. 못대가리는 얼음썰매에 요긴한 도구로 변신하는 것이다. 당시 부산은 꽤 추웠다. 겨울이 되면 주변이 꽁꽁 얼어붙고 폭설이 자주 내리곤 했다.



그랬던 고향이 7080 시대로 넘어가면서부터 날씨는 물론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금은 옛 모습이 흔적도 남김없이 사라졌다.



나는 노봐라 평원 곁을 지나는 기차와 철로를 한동안 바라보며  푄 현상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자연의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때는 폭풍과 된서리가 또 어떤 때는 훈풍은 물론 비와 눈이 우리의 감성을 지배할 것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마음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에게 불어온  푄 현상은 애틋한 그리움이랄까..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에 입학할 때 최고령이었으며 디플로마를 취득할 때도 최고령이었다. 요리학교에서 이런 경우의 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청춘들도 힘들어 나자빠지는 현장에서 안 청춘이 사력을 다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을 할 때 마음가짐은 긍정적이었으며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으므로 즐거움과 성취감도 뿌듯했다. 바쁘게 열심히 일하는 동안 그리움이나 애틋함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오죽하면 청춘들은 초보 요리사 과정에서 몸무게가 10kg 이상씩 줄어드는 아픈 경험을 할까.. 그들이 눈에 띄게 몸이 축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를 듣고 말할 줄 모르므로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며 생긴 스트레스가 만든 참혹한 현상이었다. 나 또한 겨우 소통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음식문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향한 노봐라 평원과 그 곁의 기찻길..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그땐 너무 힘들었던가.. 무시로 찾아드는 애틋한 그리움..



보고 싶은 얼굴들이 기찻길을 따라오시며 진한 그리움으로 나를 옭아매었다. 참 오랜 추억이 철로변에 서성인다. 세상은 참 신묘막측하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뒤를 돌아볼 이유도 없을 거 같은데.. 그게 어느덧 그리움으로 변해있다니..!


UNA PRIMAVERA DEL PIEMONTE, ITALIA SETTENTRIONALE
Il 25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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