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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7. 2023

참돔요리, 한 번 맛보면 사족을 못씀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과 맛있는 생선요리


사람들의 입맛은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불과 이틀 전에 만난 까르치오피.. 싱싱한 까르치오피(carciofi, 아티초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봄이 오시면 넘쳐나는 녀석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까르치오피의 효능을 잘 알고 있으므로 거의 매일 장바구니에 담아 간다. 까르치오피는 서양의 불로초로 널리 알려졌으며 간 건강 과 혈중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개선에 뛰어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라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이완기 혈압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비의 식재료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거나 그 맛과 효능에 대해 '별로'라고 여기면 '그림의 떡'일뿐이다.



그런데.. 다수의 사람들이 맛을 보거나 여러 요리법으로 먹어본 사람들은 감자를 선호하게 된다. 이탈리아서도 감자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그 어떤 요리와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나 또한.. 오랫동안 입맛에 길들여진 오이는 시선을 확 잡아당기며 입맛을 돋운다.



사람들의 입맛은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평소에 먹던 것 외 새로운 것을 호기심으로 바라볼지언정 쉽게 먹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당신의 입맛에 길들여진 식재료 혹은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의 풍경을 담은 영상 속에서 상인들이 외치는 "우노 친꽌따(Uno cinquanta)..!"란 말은 '1.5유로'라는 뜻이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런 가격에 길들여져 있다. 이른바 '미친 가성비'는 이들에게 익숙하여 사람들이 자주 잘 찾게 되는 식재료는 이들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참돔요리, 한 번 맛보면 사족을 못씀

-바를레타 재래시장 풍경과 맛있는 생선요리



   이날 재래시장에 들러 구입한 것은 딸기와 참돔이다. 혼밥을 하고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은 식재료를 구입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시장을 돌아서는데 시장 한쪽에 펼쳐둔 어물전에 눈에 띄는 녀석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즉시 어물전 주인이 :요거.. 1kg에 2유로에 주겠다"며 내게 제안을 했다. 



참돔의 씨알은 크지 않았다. 손바닥만 하거나 그 보다 더 작은 녀석들로 상품가치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귀족가문(?) 태생이라 잡어 몇 마리가 섞인 무더기를 통째로 "5유로.. 에 달라!"라고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곧 파장에 이른 어물전 주인은 좌판에 있는 참돔 치어들 모두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묵직한 녀석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녀석들을 손질했다.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다음 지느러미 전부를 가위로 잘라냈다. 사람들은 이런 과정이 귀찮아서라도 작은 생선을 구입하는데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선킬러..! 생선이라며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참돔은 귀한 녀석이었다. 비린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살코기가 달콤하며 육즙 도한 고소하며 감칠맛이 돈다.



손질을 마친 녀석들을 백 자기 볼에 담아놓고 보니 녀석들의 차림(?)이 곧 설날을 맞이할 것처첨 말쑥하다.



녀석들을 잘 다듬어 놓고 다시 한번 더 찬물에 헹군다.



내장을 제거할 때 아가미까지 잘 손질했지만 핏물이 배어 나온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깨끗이 헹군 다음 요리에 들어간다. 깨끗이 헹군 녀석들은 물기를 제거하고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팬 위에는 올리브유를 두르고 찧은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마늘 청양고추기름을 만든다. 나는 참돔 요리에 올리브유와 마늘과 청양고추를 듬뿍 사용한다. 이날 요리는 대략 3kg에 육박하는 꽤 많은 양이다. 그중 대략 1/3에 해당하는 녀석들이 잘 차려입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녀석들이 팬 위에 올라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할 때쯤 여전히 센 불이다.



녀석들이 팬 위에 올라가면(치익~~~) 그 즉시 양념이 잘 섞이도록 주걱으로 부드럽게 잘 저어준다.



그다음 뷔노 뷔앙꼬 한 컵 분량을 부어주고(치익~~~) 팬의 뚜깡을 덮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도록 기다린다. 대체로 3~5분이면 이 과정이 끝난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잡내를 제거하며 풍미를 드높이는 것이다. 그다음 조미간장 세 큰 술을 넣고 조리기 시작한다.



그다음 미리 준비해 둔 (굵직한) 대파를 쏭쏭쏭 썰어 찜질(?)을 하고 있는 녀석들을 덮어준다.



이렇게 하면 달콤한 녀석들의 몸이 더더욱 달콤하게 변하며 주인이 사람을 독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맨 먼저 잡어를 접시에 올렸다. 치깔라(pesce cicala)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맛있게 생긴 녀석.. 치깔라는 바를레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생선으로 주로 육즙을 낼 때 사용하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그다음 오늘의 주인공 참돔이 섹시한 차림으로 주인 앞에 등장했다. 침이 꼴까닥...ㅜ



놀라지 마시라.. 이렇게 만든 참돔 요리는 기록을 남긴 즉시 게걸스럽게 사족을 못쓰며 주인의 사랑을 받는다. 참돔 치어들은 먹을 때 단점은 가시가 많다는 점이다. 리스또란떼에서는 그런 까닭에 치어들은 요리에 사용하지 않으며 큰 녀석들을 요리할 때 잔뼈 전체를 제거하게 된다. 혹시라도 손님들이 가시를 삼켜 사고가 나면 큰 일이다. 그래서 요리 때는 참돔의 형체가 완전히 분해되어 참돔인지 일반 도미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통과~~ ^^


암튼 이날 참돔 요리는 생선 킬러 앞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것뿐만 아니라 사흘동안 참돔요리가 이탈리아 요리사 밥상에 끊이지 않았다는 거.. 그다음 포스트를 작성하기 전 녀석들은 내 속으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독한 참돔 사랑이다. ^^



따뜻한 쌀밥과 함께 먹은 참돔요리의 후식은 이날 재래시장서 구입한 달콤한 딸기가 차지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참돔이라면 더도 덜도 볼 것도 없다. 아주 간단한 요리법으로 최고의 맛을 낸다. 처음 참돔(혹은 도미종류)을 맛보시는 분들은 망설일 필요가 없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맛보시는 순간부터 참돔의 노예가 된다는 거..! ^^


Una volta assaggiato, L'orata sarà molto appetitoso_BARLETTA
Il 27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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