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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9. 2023

이탈리아,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NOVARA,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주의 어느 봄날


우리는 언제쯤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까..?!!



   지난 여정 <이탈리아, 기찻길 따라오시는 그리움> 편에 이렇게 쌌다.



당시 내가 일했던 리스또란떼는 미슐랭(Michelin) 별을 단 유명한 곳이며, 프랑스와 스위스는 물론 독일과 오스뜨리아 등지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스승의 가르침대로 이탈리아 요리를 깨닫게 되었으며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열심히 땀을 흘렸던 곳이다.

  


농사를 짓는 일이든 그 무엇이든 기초가 탄탄해야 하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노봐라 평원에 들어서자마자 밭갈이를 끝낸 풍경이 편안하게 만든다. 지금 보고 계신 풍경은 밭이 아니라 논이며 곧 수로로부터 물을 받아 채우면 논이 된다. 이탈리아 북부의 모심기는 생각보다 빠르다. 3~4월이면 모심기가 거의 끝난다. 



이탈리아 북부의 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알삐(ALPI, 알프스)를 넘어온 찬 공기가  푄 현상으로 바람이 산 표면에 닿아 그 바람이 산을 넘어 하강 기류로 내려와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그 부근의 기온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는 걸 학습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푄 현상(독일어: Föhn)'은 원래 푄이라고 하는 알프스 산들 가운데 부는 국지풍에서 비롯된 것이며 바람이 알프스를 넘었을 때에 부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한다. 



현재는 일반 용어로 쓰이고 있어 본래의 푄 말고도 북미의 로키산맥을 넘어 부는 '치누크 바람(Chinook wind)' 등과 같은 세계 각지의 바람도 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태백산맥을 너무 동해로 부는 바람이 푄 현상이라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알프스 산맥 외 아뻰니나 산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며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분다.




   서기 2023년 4월 29일 한밤중(현지시각)에 시간여행을 떠나고 있다. 해 질 녘..



노봐라 평원에 해넘이기 시작되고 있고 나는 평원을 가로질러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있다. 



해님이 뉘엿뉘엿..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평원에서 뭉기적 거리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아까웠다.



조금이라도 평원에서 더 뭉기적 거리고 싶었다. 그땐 그랬다.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관념이 이때만큼 간절했을까..



숙소로 돌아가면 다시 출근할 일 밖에 없으며 잠 밖에 더 자겠는가..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일과 공부에 매진했던 시간들.. 청춘도 아니고 안 청춘의 일상은 그랬다.



리스또란떼서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새로운 요리를 이탈리아어로 노트에 정리해 놓고 드로잉까지 마쳐야 밥을 먹고 웹서핑을 하는 등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게 성에 찰 수가 있을까..



남은 시간이나 휴식이 주어지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노봐라 시내 중심이나 평원으로 출사를 다녔다.



알프스를 넘나드는 '푄 현상(독일어: Föhn)'도 그랬을까..



스스로 만든 모진 시련을 기분 좋게 이겨내려면 시간을 잘 다스려야 했다. 그 끄트머리는 어디메뇨..



하니와 나는 마침내 우리가 꿈꾸던 곳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곳은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 감개무량했다. 전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한밤중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시간이 박제된 채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다. 그땐 시간이 너무 아까웠었지..


UNA PRIMAVERA DEL PIEMONTE, ITALIA SETTENTRIONALE
Il 29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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