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8. 2023

파타고니아, 운무가 지켜낸 별천지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19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세상은 얼마나 될까..?!!



   서기 2023년 4월 27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의 흙 없는 마을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그곳에는 죽을 때까지 한 번 볼 수 있을락 말락 한 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절경이나 비경을 넘어선 별천지와 다름없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야말로 꿈같은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깔레따 또르뗄이라는 곳이다. 



관련 포스트에서 '흙 없는 마을'이라 소개한 이 마을 뒷산에 오르면 리오 꼬끄랑(Río Cochrane) 강 하류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칠레의 피오르드 협만이 합류하는 곳이다. 참고로 칠레의 아이센 주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의 지도를 살펴본다.



위 칠레의 7번 국도(Carretera Austral-Ruta 7)라 불리는 까르레 떼르라 오스트랄의 지도 아래 깔레따 또르뗀(Caleta Tortel)이라는 지명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디. 리오 꼬끄랑은 리오 바케르(Rio baker)와 합류하여 피오르드 깊숙한 협만으로 흘러든다. 우리의 현재 위치가 깔레따 또르뗄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뒷산 정상에서 강 하류와 협반을 바라보면 거대한 삼각주가 펼쳐져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비경이다. 1년을 작정하고 떠난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매우 특별한 여행지.. 우리는 그곳에서 사는 동안 흔히 볼 수 없는 비경을 만나게 됐다.




파타고니아, 운무가 지켜낸 별천지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19



신께서 먀우 평범한 달란트를 선물해 주신 나의 취미는 '사진'이다.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 중에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도구이며 평생을 동행하고 있다.



신께서 허락하신 이런 습관의 시작은 유년가 때부터이며 당시에는 장차 내 손에 잡히게 될 기록수단인 카메라에 대해 전혀 알지도 알 수도 없었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어느 날 동무들과 함께 부산 서면에서 멀지 않은 백양산 골짜기로 소풍(나들이)을 갔다가 한 풍경과 맞닥뜨렸다. 그때 나이가 만 5세였으므로 이제 겨우 뽀송뽀송한 솜털이 자라고 있을 때라고나 할까..



나는 그 골짜기에서 목을 축이고자 계곡의 좁은 틈에서 졸졸 흐르고 있는 물을 마시고 싶었다.



요즘처럼 변변한 물통이 없을 때였으므로 조막디(조막)만 한 손으로 계곡의 물을 받아 마시려 했던 것이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냥 시원한 물이나 마실 일이지.. 내 눈에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던 새파란 이끼가 눈에 띈 것이다. 이때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어린 녀석의 가슴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당시의 기록을 되살리면 "세상에 이런 곳도 다 있네.."라며 물 마시던 손을 멈추고 이끼를 바라봤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 장면을 두고두고 화상 하며 지냈다. 그리고 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내면서 한동안 그 장면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세상살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짬짬이 출사를 나가면 당시의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그 시작은 유년기 때부터 알게 되었으니 그때는 신의 존재에 대해 알려고도 알 수도 없었다. 



그런 어느 날 내 앞에 등장한 신께서는 내 손에 쥐어준 카메라를 통해 당심과 동행하는 놀라운 기회를 주셨다.




돌이켜 보면.. 하니와 함께 1년을 작정하고 떠난 파타고니아의 배낭여행은 신의 존재를 일깨우는 여행이랄까.. 그녀가 저만치 쉼터에서 칠레의 피오르드를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 나의 주변에는 온통 유년기 때 봐 온 귀한 풍경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깔레따 또르뗄은 거대한 암반 위에서 살고 있는 마을이며, 이곳에 서식하는 나무와 풀꽃과 이끼들은 암반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자료사진에서 확인되는 숲과 풀꽃과 이끼들의 키는 현지의 이끼류 혹은 흙의 분포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녀석들을 단박에 마르지 않게 하는 에너지원은 안개와 구름이다. 운무가 오락가락하면서 은혜를 베풀면 녀석들이 새파랗게 혹은 여러 모양을 내놓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따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당신들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면서 여행자 앞에서 눈을 맞추는 것이다.




그녀가 잠시 쉬고 있는 쉼터로 이동할 때 유년기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별천지의 세계가 이곳 깔레따 또르뗄 뒷산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자생생물 조사 발굴 연구’ 사업 결과에 따르면 신종 2종과 미기록종 28종의 선태식물이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보통 ‘이끼’라고 불리는 선태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2만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한 30종을 포함해 총 933종의 선태식물이 자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자원관은 이번 조사 발굴 연구를 통해 기름종이이끼과와 봉황이끼과에 속하는 2종의 신종 이끼가 제주도에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더불어 우리나라 자생 사실이 보고되지 않았던 미기록 선태식물 총 28종도 발견됐다고 한다. 



   조사에서는 그동안 일본에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카비큘라리아 덴사’가 제주도에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웨이시아 아트로 카우리스’, ‘토르툴라 시넨시스’, ‘필라이시아 셀위니아이’ 등이 강원도,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울릉도 지역에서 확인되었다고 전한다. 

아울러 신종 2종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제주엔시스(jejuensis)와 라틴어로 제주를 뜻하는 퀄파르텐시스(quelpartensis)를 종속명으로 정했으며, 미기록 28종은 국명(통칭)을 새롭게 명명해 발표할 예정이란다. 그게 어느덧 10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는 관련자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기록들로 이른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고 신께서 허락한 귀한 생명들을 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흙 없는 마을 깔레따 또르뗄 뒷산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이끼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도드라진다. 사람들이 이끼류 등을 함부로 짓밟지 못하게 목재로 만든 기다란 오솔길을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머물여 오솔길을 걷는 동안 관광객들은 물론 사람들이 1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인간의 길'을 가고 있었으며 이끼류들은 별천지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유년기 때 내 앞에서 별천지를 보여준 신께서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기 보나 필연이라고 설명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가 세상에서 한 눈을 팔고 있는 동안 녀석들은 신의 그림자가 되어 운무가 서린 선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맑고 고운 습기와 공기만 마니소 살아가고 있었던 신선과 다름없는 이끼류.. 



그들은 여행자를 통해 당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운무가 지켜낸 별천지.. 그 속에 그녀와 내가 함께한 시간은 시공을 뛰어넘어 영원에 이르기까지 함께 동행할 것이란 확신이 든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7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