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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4. 2023

파타고니아, 비현실적 풍경 앞에서

-Hornopirén,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


우리네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은 흔치 않다. 그 가운데 감동의 순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놀라운 마법의 삼각주> 편에서 예고해 드린 대로 후속 편을 이어간다.


세상 만물 중 유독 인간에게만 허락된 최고의 선물이 이런 것일까.. 하니와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숙소를 비워두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우기와 건기가 자리 바꿈을 할 때 생기는 매우 특별한 경관이 연출되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당시에 기록된 사진첩을 열어보면 당시의 감동이 마구 밀려든다. 


신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매우 특별한 감정의 현상.. 우리는 기뻐도 눈물 좋아도 눈물 분노의 눈물 슬퍼도 눈물.. 돌이켜 보면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라고 썼다. 



그녀가 허리를 굽힌 바닷가는 밀물과 썰물 때 서로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르노삐렌 삼각주에 바닷물이 가득 고인 밀물 때 볼 수 없었던 비경이 물이 빠지면서 환상적인 비현실적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때 만난 감흥 때문에 파타고니아 여행 통틀어 가방 많은 인증숏을 남겼다. 셔터 수는 감동에 비례한다고나 할까.. 



   서기 2023년 4월 23일 아침,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의 시작점인 오르노삐렌의 비경을 열어보고 있다. 오르노삐렌 삼각주로 흘러들어오는 강은 리오 네그로(Rio Negro)와 리오 블랑코(Rio Blanco)가 있다. 


리오 네그로란 '검은빛이 도는 강'이라는 뜻으로 강바닥의 굵직한 자갈이 맑고 고운 강물에 투영되어 까맣게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로 하얀색으로 불리는 리오 블랑코는 옥빛으로 석회석이 함유된 물이 흐르면서 침적물이 옥빛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비취색이 감도는 강물이 리오 블랑코이다. 


*음악을 열어놓고 풍경을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된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면서 두 강줄기를 탐사한 적 있다. 하루라도 숙소에 머물면 발바닥에 가시가 돋치는 듯 숙소를 비워놓고 오르노삐렌의 마법에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희한한 일이다. 여행을 끝내고 관련 자료를 뒤적이기 위해 검색을 해 보니 우리가 만났던 풍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위 지료사진은 리오 네그로 하류의 풍경으로 삼각주로 흐르고 있는 모습이며 썰물 때 드러낸 강 하류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바닷가를 서성이며 무시로 변하는 삼각주의 마법쇼 때문에 언제인가 삼각주 가운데로 이동하여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때 만난 비현실적 풍경이 시작된다.



리오 네그로 강 하류가 삼각주 위로 세차게 흐르는 이곳은 삼각주 안이며 연둣빛 세상으로 바꾼 해조류는 강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곳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겨울철 별미로 먹던 매생이를 닮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만난 녀석의 정체는 파래 속 (Enteromorpha)의 한 종류로 여겨졌다. 하니가 카메라를 향해 횔짝 웃고 있다.



파타고니아, 비현실적 풍경 앞에서

-Hornopirén,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



하니와 함께 리오 네그로 강 하류를 따라 삼각주로 이동하면서 만난 비현실적 풍경에 관심을 더 많이 쏟았으며 파래든 매생이든 먹거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여행자 앞에 등장한 볼거리에 마음을 쏙 빼앗긴 것이다.



연둣빛 해조류가 연출하는 마법의 삼각주.. 해조류가 펼치는 그러데이션(Gradation)은 가히 장관이었다. 자료시진 우측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가 위치해 있고 오르노삐렌 마을이 위치한 곳이다. 파티고니아 여행 초기에 운 좋게도 만났던 이곳의 풍광은 시쳇말로 "전생에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곳"이랄까.. 



어느 날 작심하고 오르노삐렌 삼각주를 탐사하고자 떠났던 우리의 발길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일부러 다큐를 촬영하고자 기다려도 시원찮을 귀한 풍경이 뷰파인더에 포착됐다. 인데스 독수리가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가운데 그 아래 삼각주에서는 독수리들이 먹잇감을 앞에 두고 열심히 부리를 쪼고 있었다.



이곳에 살고 있던 떠돌이 개 한 마리가 희생양이 되었다. 녀석은 무슨 이유로 삼각주에 머리를 뉘었을까..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 그나마 독수리들은 사체를 먹고살므로 직접적인 개입은 없다. 녀석들에게는 최고의 만찬이겠지만 카메라를 쥔 여행자는 인생에 딱 한 번 밖에 없는 찰나의 순간이 보다 더 값어치 있다고나 할까..



그때 담아 온 귀한 풍경을 여러분들과 공유하면 인생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삶에서 딱 한 번 만날 수 있는 풍경은 고작 독수리들의 만찬 풍경이 아니었다.



우리는 오르노삐렌 삼각주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꽤 많이 흥분되었던 것인지..



녀석들이 지나친 풍경은 거의 보너스였다. 그깟게 뭐라고..



저 멀리 삼각주에서 바라본 오르노삐렌이 졸고 있다. 텅 빈 오르노삐렌 삼각주.. 



우리가 걸어왔던 리오 네그로 강을 뒤돌아 보니 머리에 하얀 구름을 인 오르노삐렌 화산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우리는 조금 전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언덕 아래 만들어 놓은 비포장 도로를 따라 리오 네그로 강 하류를 따라 비현실적 풍경이 충만한 삼각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썰물이 저만치 물러나자 리오 네그로 강이 바닥을 보이며 다시 등장한 비현실적 풍경..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이런 풍경은 처음 만난 것이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개연성이 크다.



하늘이 우리에게 선물한 귀한 풍경..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삼각주 개펄 위에 충만하다 못해 넘쳐난다.



우리네 삶이.. 인생을 10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세상에 딱 한 번 밖에 없는 풍경 앞에서 뷰파인더는 감동의 표정으로 삼각주에 펼쳐진 비경을 바라본다.



우리네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은 흔치 않다. 



그 가운데 오감을 울리는 감동의 순간은 얼마나 될까.. 다시 한번 더 하늘에 감사드린다. 


Un mare di incredibili meraviglie_Hornopirén Patagonia in CILE
Il 23 Aprile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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