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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9. 2023

오이김치, 음식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탈리아서 즐기는 우리나라의 향수


삭재료를 대하는 요리사의 자세..?!!

..


   알록달록한 야채와 과일이 쌓여있는 곳은 우리 집 뒤편에 있는 야채가게(Fruteria)의 풍경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장을 안 볼 때는 이곳에서 야채나 과일을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재래시장이 더욱 친근감이 들고 사람 사는 맛이 폴폴 풍긴다. 이곳 상인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보다 사무적이어서 정감이 덜한 것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넘쳐난다. 왜 그럴까.. 재래시장이 품질관리에 조금은 느슨한 편이라면 이곳은 품질관리가 엄격하다. 이른바 B, C 등급은 팔지 않거나 재고가 쌓이지 않는 장점으로 인해 식재료가 신선한 것이다. 


늘그막에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그제야 식재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직접 요리를 해 보기 전에 귀동냥으로 평생을 들어온 음식의 중요성 내지 식재료의 소중함은 요리사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 중 하나였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인술을 베푸는 명의의 마음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라고 말했을까..



대체로 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나 허약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음식섭취애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관련 포스트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혹시나 모를 병이 찾아들게 되면 그동안의 식습관을 돌아봐야 한다. 어떤 문제 등으로 인해 식재료(5대 영양소) 섭취에 문제가 생기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부터 나를 낳으시고 키우신 어머니의 은혜를 늘 기억하게 된다. 당신께서 먹어도 시원찮을 음식을 새끼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야 비로소 요리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요리사가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 중에는 좋은 식재료를 통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똑같은 물이라도 "양이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핥으면 독이 된다"라고 했던가.. 나 혹은 가족 등 이웃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기쁨이 충만하고 식재료가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깨우침을 주신 은사님의 가르침이다.



오이김치, 음식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탈리아서 즐기는 우리나라의 향수



   이날 가게에서 이탈리아 오이와 본고장 쥬키니 호박을 각각 2kg씩 구입했다. 먼저 담가두었던 오이김치가 동날 때쯤 다시 오이김치를 담그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 내가 자주 맛있게 먹는 아씩아싹한 오이김치는 한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의 꼴라보가 이루어진 음식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탈리아 오이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먹던 오이 맛과 식감과 향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 오이김치의 양념의 주재료는 한국에서 공수해 온 매우 귀한 것들이자 향수가 듬뿍 담긴 고향의 멋이랄까..



오이는 집으로 도착한 즉시 흐르는 물에 겉면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 낸다. 그다음 채칼로 껍질을 벗겨낸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오이를 껍질 채로 먹어도 좋지만 식감 때문에 껍질 일부를 벗겨냈다.



그다음 한 입 크기로 잘라 백 자기 볼에 옮겨 담았다.



가게에서 구입한 2kg 분량의 오이가 백 자기 볼에 가득 찼다. 이대로는 양념 과정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커다란 볼로 옮겨 담았다. 상큼한 오이 향기가 진동을 한다. 나는 요리를 하는 과정을 즐긴다. 요리의 결과물은 물론 요리 과정에 등장하는 녀석들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한마디로 예술이다!



그다음 큰 볼에 담은 오이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다. 2kg 분량의 오이를 절일 때 들어간 소금은 3 큰술 정도이며 손가락을 오므려 세 번 정도 흩뿌렸다. 소금은 시칠리아산 천일염이다.



이렇게 소금에 절인 시간은 10분 정도이다. 10분 이상 절이면 아싹거리는 식감도 떨어지고 오이 본연의 맛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소금을 흩뿌린 지후 대략 5분이 경과하면 고루 잘 섞이도록 까불어(?) 준다. 그리고 정확히 10분이 경과하면 흐르는 물에 헹구어준다.



10분만 절구 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간이 배어 들었다. 한 녀석을 입에 넣어보니 아싹아싹..



그다음 채에 받쳐 물기를 제거하고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그동안 큼직하고 굵은 대파 한 개를 잘게 썰어 오이김치에 버무릴 준비를 한다.



오이와 대파가 양념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곧 양념이 투입된다. 찧은 마늘 듬뿍, 고춧가루 두 큰 술, 새우젓 한 큰 술, 갈치속젓 한 큰 술, 울리브유 두 큰 술, 참기름 조금 그리고 살탕(원당) 한 술.. 양념은 식 미 껏 하면 된다.



이렇게 투입된 양념은 주걱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섞어준다. 음식이 웰케 아름다운 거야..ㅜ 침 잴잴..



그리고 완성된 오이김치 겉절이.. 즉각 몇 조각을 입에 넣어 맛을 본다. 흐미.. 자화자찬이 이어진다. 정말 맛있다. 이탈리아산 원재료(마늘, 올리브유, 오이)와 대한민국산 젓갈과 고춧가루의 꼴라보.. 두 나라의 식재료가 한 요리사의 손에서 작품으로 거듭난다. 우리 어머니들이 평생을 만들어 왔던 음식맛 혹은 작품을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오이김치의 맛은 이미 눈으로 입으로 맛을 본 상태.. 감칠맛 나는 오이김치는 이렇게 탄생했지.



비록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오이맛과 다를지라도 이렇게 만든 오이김치 리체타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매우 간단한 식재료가 연출한 요리의 세계.. 음식을 만드는 동안 행복했다. 식재료의 비주얼이 요리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에스쁘레소 향이 짓게 풍기는 집 뒤편의 한 까페.. 제 아무리 맛있고 향긋한 커피라 할지라도 이탈리아서 즐기는 대한민국의 향수만 할까.. 어버이날을 맞이하해 먼 나라에서 식재료를 통해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어머니께옵서 조물조물 무쳐내신 오이김치는 물론 김차겉절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다.


La nostalgia del nostro Paese, per noi è piacevole qui in Italia
Il 08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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