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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1. 2023

주키니 본 고장 조림 맛은 어떨까

-이탈리아 요리사 밥상에 오른 주키니 호박 요리


사노라면.. 먹고사는 일만큼 더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달팽이 한 마리가 극락조화 꽃봉오리 끄트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귀한 풍경..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집 앞 공원에서 만난 녀석이다. 오염원이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은 농부들에게는 골칫거리지만 이방인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는 녀석들이 먹거리로 팔려 나오기도 하는데.. 대체로 녀석들이 살고 있는 풀숲은 농사철이 다가오면 모두 불 질러 버린다. 



그런 얼마 후 바를레타 사구평원에는 먹음직스러운 야채들이 파릇파릇 새싹을 내놓고 성큼성큼 자라기 시작한다. 주키니 호박도 그중 한 녀석이다. 서기 2023년 5월 10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사흘 전에 구입한 주키니 호박을 요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봄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분위기 넘치는 바깥 풍경을 곁에 두고 요리를 시작한 것이다. 그 현장을 하나둘씩 뜯어보기로 한다.



미리 일러두기


   호박 속(Cucucrbita pepo L.) 주키니 호박의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이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ristoforo Colombo)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 등 아메리카 대륙을 넘본 침탈자들로부터 16세기(1500년 이후) 경에 유랍에 잔파 됐다. 우리나라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주키니 호박의 이름으로 미루어,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이지만 콜럼버스나 베스푸치가 각각 이탈리아 제노바와 피렌체 출신이므로 주키니란 이름은 호박을 뜻하는 주까(Zucca)로부터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탈리아어에서 작은 호박을 가리킬 때 주키니(Zucchini)로 부른다. 복수는 주키네(le zucchine)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애호박과 주키니는 엄연한 차이를 보인다.  아마도 적지 않은 분들은 주키니 보다 애호박 요리를 더 선호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주키니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양 애호박으로 불리는 주키니는 이곳 바를레타서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데.. 



주키니 호박의 효능에 따르면 일반 호박에 비해 비타민 A가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서 노화를 방지하며 피부 건강을 유지하고 시력 건강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탈리아서는 주키니를 이용한 다양한 리체타(zucchini ricette)가 존재한다. 따라서 언급한 두 사람의 항해. 탐험가와 함께 주키니의 어원과 넘쳐나는 요리법 때문에 이탈리아를 주키니의 본고장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요리사 손에서 요리된 주키니 조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주키니 본 고장 조림 맛은 어떨까

-이탈리아 요리사 밥상에 오른 주키니 호박 요리



사흘 전 집 근처 가게에서 구입한 주키니는 전부 2kg 분량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즉시 호박꽃과 몸통을 분리하여 호박꽃은 튀김으로 만들어 먹고 몸통을 보관했다가 적당한 크기로 쏭쏭 썰어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요리는 매우 간단한 과정을 거친다. 몸통을 삼단분리(호박꽃, 주키니 몸통, 줄기)한 다음 커다란 팬을 준비하고 올리브유와 찧은 마늘, 갈치 속젓, 청양고추 그리고 조미간장과 설탕(원당)만 준비하면 끝!



커다란 팬(2kg이 들어갈 정도) 위에 올리브유 3큰술을 넉넉히 따르고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센 불에서 마늘. 청양고추기름을 만든다. 팬이 뜨거워지면 마늘. 청양고추기름 향기가 진동을 한다. 



마늘. 청양고추기름이 완성될 즈음 미리 준비해 둔 주키니 호박을 넣어준다. (지글지글..)



주키니 호박 2kg을 한꺼번에 전부 다 넣으니 수북하게 차고 넘친다.



여전히 센 불이다. 그리고 주키니 녀석들이 숨이 죽을 정도로 뒤적거리면서 익힌다. 이때 너무 자주 뒤적거리면 주키니가 잘 익지 않으므로 시차를 두고 뒤적여준다.



팬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주키니의 색깔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천천히 골고루 뒤적뒤적..)



그다음 주키니가 노릇하게 갈변이 시작되면 조미간장 3큰술과 갈치 속젓 1큰술을 투입한다.(치익~지글지글..)



간장이 투입되면 팬 속이 난리가 아니다. 지글지글.. 이때부터 골고루 잘 섞어준다.



팬 뚜껑은 덮지 않는다. 그리고 간장과 주키니의 육즙이 적당히 졸아들 때까지 천천히 골고루 섞어준다.



주키니 녀석들이 익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며 간장의 색소가 서서히 침투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때부터 약불로 천천히 졸여준다.



팬 바닥의 육즙이 거의 졸아들며.. 마침내 주키니 조림이 완성됐다. 조리시간은 최초 주키니를 투입한 시점부터 대략 20분이 소요됐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나무 주걱에 주키니 조림을 담아 인증숏을 날리고 한 녀석을 입안에 넣었다. 야금야금.. 주키니 호박 조림의 맛은 그야말로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꽤 오랫동안 조렸음에도 불구하고 식감은 아싹아싹.. 그리고 간장맛을 중화시킨 갈치 속젓과 청양고추 때문에 적당히 알싸하고 입맛 돋우는 젓갈향이 입안을 마구 감치는 거 있지..ㅜ 


그래서 후다닥.. 접시에 담아 눈요기를 하면서 인덕션에 압력밥솥을 올려놓고 쌀밥을 짓기 시작했다.



쌀밥이 완성되는 동안 완성된 주키니 조림을 다시 얼마큼 덜어놓고 시식에 들어갔다.



잘 못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쌀밥이 완성된 즉시 게눈 감추듯 한 접시를 증발시켰다는 거.. 이탈리아인들의 주키니 호박 리체타는 수두룩 한데.. 아마도.. 아마도 그들이 이 맛을 봤다면 너도 나도 환장하며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왜 그럴까.. 



이탈리아인들에게 간장은 낯설 뿐 아니라 더더욱 갈치 속젓이라는 비말 병기(?)는 알 수 없는 것. 한국에서 하니가 챙겨준 갈치 속젓 때문에 주키니 본 고장의 리체타를 꾹~눌러버린 주키니 조림.. 우리나라서 애호박을 같은 방법으로 요리해도 너무 맛있을 거 같다. 쌀밥을 곁들인 주키니 조림을 다 먹어치운 다음 녀석들을 잘 담아 냉장고로 보냈다. (먹음직 먹음직.. ㅜ)


사노라면.. 먹고사는 일만큼 더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람들이 주키니 호박 요리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것도 조선식(?)으로.. ^^


Questa è Zucchina della Italia. Assaggia il gusto delle verdure
Il 11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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