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2. 2023

1만 년 전 손바닥 그림 보러 가는 길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던 동굴 주변의 모습을 어떠할까..?!!



   칠레-아르헨타나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풍경은 낯설다.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칠레가 주로 산지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르헨타나는 허허벌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팜파스(Pampas)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리오 삔투라스는 계곡을 이루고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장차 등장할 풍경 속에서 1만 년 전에 그곳에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긴 암각화는 엊그제 그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며 남자들은 사냥에 나섰을 때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유추해 낼 뿐이라고 했다. 



꽤 많은 자료사진 중에 한 장을 골라 담았다. 누군가 다시 가 봐도 이 모습 그대로이다.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또 손 모양을 찍은 음각화는 BC 5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양각은 BC 180년경, 그리고 사냥에 관련된 그림은 10,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스탠실의 안료에 사용된 도구의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연대를 추출한 것이다. 



손바닥 그림은 사냥으로 잡아온 동물의 뼈(골수를 뺀)를 이용해 동물 기름과 주변에서 채취한 미네랄(흙)을 적당히 배합해 안료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찍어 입으로 훅~불어서 손바닥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 동굴의 깊이는 24m이고, 입구는 15미터이며, 높이는 대략 10m에 이른다.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차차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2m에 달한다.



입국 심사가 끝나고 뻬리또 모레노로 가는 길은 바람이 몸씨도 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특유의 팜파스 지형이 길고 넓게 펼쳐지면서 장차 우리가 만난 손바닥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목적지까지는 눈에 크게 띄는 비경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흙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는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냥에 나섰던 원시인들이 걷거니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므로, 1시간에 3km를 걷거나 뛰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30km나 되었을까.. 어떤 때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갔을 것이며,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사냥했을 수도 있을 것. 아무튼 손바닥 그림을 보고 난 후 상상력은 점점 더 극대화되었다. 지웠다 또 상상..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1만 년 전 손바닥 그림> 편에서 살펴본 글을 다시 한 번 더 복습하며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캡쳐해 보니 이러하다.


위 지도출처: 구글지도(링크)를 확인해 보시면 놀라운 장소가 나타난다. 지금도 설레는 장소..


우리는 칠레의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를 건너 아르헨티나의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에서 1박을 한 후 현지의 택시를 타고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_리오 핀투라스 암각화)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거리는 118km이고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본문에 등재된 여행 자료사진은 뻬리또 모레노에서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로 향하는 자동차 속에서 만난 귀한 풍경들이다.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지형에 등장한 알록달록한 풍경들..



예서롭지 않은 지질은 선서시대 때 살았던 원시인들의 미네랄 섭취원이었을까..



처음에는 그저 못 보던 지형과 지질의 모습 때문에 카메라에 담았던 풍경들..



우리는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 동굴 벽화를 만나면서부터 점점 더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곳 동굴벽화를 관리하고 있는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스텐실은 투명 필름지 등에 도안을 그리고 모양대로 오려낸 후, 종이나 벽, 가구 등 원하는 곳에 필름을 붙인 후 오려낸 자리에 물감을 두드려 발라서 도안과 같은 그림을 만드는 형식의 용법을 말한다. 일단 도안만 있으면 초보자라도 쉽게 채색할 수 있으므로 인테리어에도 많이 사용되는 용법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방법이 1만 년 전에 행해지고 있었으며 손바닥을 이용해 작품을 남겼다.



나는 그들이 남긴 손바닥 그림도 주의 깊게 지켜봤지만 그들이 사용한 물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사냥을 나가면 동굴 속에 남아있던 여자와 아이들이 그들의 손바닥을 이용해 주로 작품을 남겼는데.. 그 용도는 아직도 뚜렷하지 않다. 여가를 이용해 작품 할동을 했는지 사냥감을 풍족하게 위해 하늘에 기도한 제례의식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사냥감의 수를 기록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들이 사용한 안료(顔料)가 동굴벽화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서 만난 풍경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동굴로부터 대략 멀게는 30km나 떨어진 지역에서 채취한 안료는 사냥해 온 동물을 불에 구울 때 발생하는 기름에 혼합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동굴 벽화에 그려진 손바닥 그림 보다 이탈리아 요리사에게 안료의 쓰임새가 궁금해진 까닭이다.



그들은 단순히 손바닥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안료를 채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왜..



선사시대를 살았던 동물들은 물론 원시인들로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소금 등 미네랄을 섭취했을 것이며 그들은 자연에서 채집을 했을 것을 사료된다. 그때 그들로부터 가장 가까운 지역에 널브러진 자연산 미네랄.. 



동아사이언스의 자료에 따르면, 어느 날 지각변동으로 생긴 안데스 산맥은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길이가 7000㎞에 달한다. 안데스 산맥에는 해발고도 6100m 이상의 고봉이 50여 개에 이른다. 태평양 동쪽에 있는 해양 지각판인 ‘나즈카 판’이 남미 대륙에 부딪혀 전복되면서 형성됐다. 



나즈카 판의 끝은 지각 아래의 맨틀로 말려 들어갔다. 지질학적으로는 이를 ‘섭입’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즈카 판이 남미 대륙을 계속 밀면서 대륙의 지각이 압축됐고 그 결과 오늘날 안데스 산맥이 형성된 것. 그 시기가 대략 8000만 년 전으로 가슬러 올라간다. 



우리 인간이 계수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 저편에 안데스 산맥이 만들어졌으며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곳은 안데스 산맥으로부터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리오 삔뚜라스 강(Rio Pinturas (valle del fiume Pinturas) 계곡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원시인은 바다처럼 넓고 깊은 호수보다 잔잔한 강줄기를 더 선호했을까..



원시인들이 선택한 주거지로 적합한 동굴 벽화가 그려진 곳에는 바람과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있었으며, 그들의 주거지 주변에는 미네랄이 잔뜩 널려있었다. 천혜의 주거지에서 원시인들이 촌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불을 사용한 원시인들이 사냥감을 구워 먹고 남은 기름으로 안료를 만들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원시인들은 그냥 장작불에 고깃덩어리를 올려놓고 익혀먹었을 거라는 추론은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한 번 두 번 연거푸 이어지는 먹잇감 사냥과 매우 원시적인 형태의 요리법.. 그게 오늘날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 부합하는 요리법이라니 참 아이러니 하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법이 이미 1만 년 전부터 사행되고 우리의 DNA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계속>


Le tracce delle vite lasciate dagli uomini primitivi_Cueva de las Manos
il 02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우도, 방어회 이것 빼면 먹으나 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