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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1. 2023

우도, 방어회 이것 빼면 먹으나 마나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뭔가 빠진 듯 2% 부족할 때는 언제일까..?!!



여행은 언제나 설렘의 연속이다. 그것도 배를 타고 바다 위를 항해하는 여행은 새롭다. 내 고향 부산에서 유소년기 때부터 많이도 봐 온 바다풍경은 익숙하다만 늘 새롭게 다가오는 바다와 바닷길.. 



성산 항을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저 멀리 우도가 바다 위에 드러누워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도(牛島)는 제주도의 동쪽 끝에 접한 섬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우도란 이름은 섬의 모습이 소가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얼핏 봐서는 소의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우리네 삶도 우도로 가는 바닷길과 별로 다르지 않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촌음 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고 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일도 생긴다. 마음에 따라 무시로 변하는 세상사.. 지난 여정 <우도로 가는 뱃길 위에서> 편에 이렇게 썼다. 아울러 <우도, 지상 최고 환상의 맛집 이야기> 편에 못다 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우도, 방어회 이것 빼면 먹으나 마나

-환상의 섬 우도 긴 잠에서 깨어나다



세상에 이런 곳도 없다.. 잠시 침샘을 틀어막을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르겠지.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 곧 당신 앞에 펼쳐질 것이다. 시작은 우도의 관문 하우목동 항구서부터..



하우목동 항구에서 천천히 걸어 사빈백사 해수욕장을 거쳐 도착한 곳. 그곳은 <회양과 국수군>이란 간판을 단 허름해 보이는 한 식당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엔 '이런 곳이 맛집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잠시 후 일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속으로 참 대단한 맛집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게 됐다. 이 맛집은 <세 번 망하고 터득한 방어횟집'이란 별명이 붙어있다. (이하 나의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 일부 인용)



우도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서빈백사 해변에서는 바람이 무시로 불어댔다. 5월의 날씨가 아닌 듯 바람의 땅 우도의 바람은 그칠 줄 몰랐다. 일행과 함께 들른 횟집. 저녁을 겸해 술을 한 잔 나누는 자리.. 우리만 몰랐다. 그곳은 널리 소문난 맛집이자 횟집이었다. 인터넷을 열어 <회양과 국수군>을 검색하면 곧바로 상위에 노출되는 맛집. 그곳에서 우도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줄 꿈에도 몰랐다. 맛집은 다 거기서 거긴 줄 알기 때문이었다.   


여행지에 가면 그곳의 풍물과 사람을 좋아하는 필자는 대화를 통해 현지 사정을 가늠하곤 했다. 여행지의 풍광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속사정은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행지가 보다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우도에 도착해 저녁 겸 술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굵직하고 큼지막하게 썰어진 방어회를 보는 순간 이 집의 남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때 만난 맛난 풍경들.. 해산물 왕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풍경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의 근육이 긴장을 풀 때쯤이면 맛있는 세상이 눈앞에 떠 억 하니 펼쳐진다.



쫄깃 쪼올깃한 방어회를 맛있게 먹었다면 녀석을 회국수로 비벼 먹는다. 새콤 달콤 매콤 얼큰한 회국수.. 



회국수의 현장 사진과 영상의 비주얼은 많은 차이가 난다. 부담 없이 영상을 열어보시기 바란다. 쥑인다.ㅜ 



   서기 2023년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Festa dei lavoratori)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중심가에서도 행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맨 먼저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해 놓은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잠자리서 일어나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이 자동차를 옮기는 일.. 그다음 태블릿 앞에 앉으니 고소하고 담백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비록 눈으로 먹는 추억의 맛이지만 여전히 또렷한 기억들..



방어든 그 어떤 생선이든 최고의 맛은 생선의 대가리(동물의 머리는'대가리'라 낮추어 부른다)에 있다. 오죽하면 '어두일미'라 했던가..



생선 중에서도 유독 몸집이 큰 생선의 대가리에는 이른바 '볼때기 살'과 '눈탱이 살'이 있다. 작은 생선들은 살점이 거의 보일락 말락 하지만 큰 생선은 최고의 맛이 깃든 살이 대가리에 붙어있다.



방어도 그러하다. 일행 한 사람이 휴대폰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크기를 가늠한다.



방어회를 거의 다 먹어치울 쯤에 등장한 방어 대가리 구이..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방어 대가리에 붙은 목살까지..



방어회가 제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방어를 다 먹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노동절 아침.. 이른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고문을 자초하고 있다.



침샘이 꼴까닥.. 꼬올깍..!!



아름답고 맛있는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지.. 방어 대가리에 붙은 눈알의 크기도 엄청나다.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차마 두 번 세 번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한 맛이 난다. 녀석들에게는 몬도가네(Mondo Cane)..ㅜ 



방어회의 끝판왕은 따로 있다. 얼큰한 매운탕이 입안을 말끔하게 청소(?)하고 속을 편안하게 한다.



노동절 아침에 눈팅으로 매운탕 삼매경에 빠져든다.



밥 한 술을 놓고 매운탕 한 국자를 올려놓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일행들과 함께 순식간에 비운 한 냄비..



출출하던 차에 순식간에 사라진 방어회 4인분.. 회 한 점만 입에 넣어도 입안이 두둑하게 느껴지고 회 만으로 배가 불렀던 횟집. 이날 회만 먹은 게 아니었다. 이 집의 또 다른 명물 회국수까지 챙겨 먹고 또 막고 마시고.. 횟집에서 시쳇말로 '배 터지게' 먹은 집은 '회양과 국수군'이 아니었나 싶다.



끝날 듯 다시 등장한 주인장의 서비스도 고급스럽다. 



도미 구이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쯤 일행은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방어회를 맛있게 먹었다면 우도의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며 대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것.  이탈리아서 눈으로 맛보는 대한민국의 추억이 새록새록..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 아침에 열어본 맛깔난 풍경 하나만으로 해산물 왕국에 사는 여러분들이 부럽 부럽.. 시방 내 마음은 하니가 머무르고 있는 내 조국 대한민국에 가 있다.


Un ricordo indimenticabile di un viaggio_ISOLA U-DO
Il Primo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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