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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3. 2023

파타고니아, 인간의 길과 대자연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22


사람들은 인간을 일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서기 2023년 5월 13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명소 깔레따 또르뗄을 바라보고 있다. 비경 중에 비경이자 절경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은 인간계와 자연계가 극명하게 비교되는 곳이랄까.. 먼저 이곳의 위치를 돌아보기로 한다.


관련 포스트에서 '흙 없는 마을'이라 소개한 이 마을 뒷산에 오르면 리오 꼬끄랑(Río Cochrane) 강 하류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칠레의 피오르드 협만이 합류하는 곳이다. 참고로 칠레의 아이센 주에 위치한 리오 꼬끄랑의 지도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위 칠레의 7번 국도(Carretera Austral-Ruta 7)라 불리는 까르레 떼르라 오스트랄의 지도 아래 깔레따 또르뗄(Caleta Tortel)이라는 지명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디. 리오 꼬끄랑은 리오 바케르(Rio baker)와 합류하여 피오르드 깊숙한 협만으로 흘러든다. 우리의 현재 위치가 깔레따 또르뗄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눈여겨 잘 뵈 두시기 바란다.  



우리나라서 파타고니아로 여행을 떠날 때 나름 많은 여행 정보를 챙겼다. 당시만 해도 정보랄 것도 없어서 겨우 여행 경로와 현지의 미미지 정도만 숙지했을 정도랄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모바일 서비스(SNS)는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러니까 세상은 온통 미지의 세계였다. 따라서 전혀 상상 밖의 풍경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놀라게 하면서 서서히 한 편의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것. 소설과 영화는 샴쌍둥이.. 우리의 상상이 또 다른 사이버 세상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세상..



파타고니아, 인간의 길과 대자연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22



짙은 운무에 가린 거대한 암반 아래로 희뿌연 강물이 흐르고 있다.



이곳은 언급한 리오 꼬끄랑(Río Cochrane) 강 하류와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 위치한 칠레의 피오르드 협만이 합류하는 곳이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꿈의 여행지이자 여행자의 천국..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평소에 접하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인간의 길과 대자연의 길..



빨갛고 작은 열매들이 조롱조롱 매달린 풍경.. 한 알을 따 입에 넣으니 달짝지근하다. 그러나 두 개 이상을 따 먹고 싶지 않았다. 녀석들을 키운 분재를 닮은 오래된 고목이 잘 자랄 수 없는 환경.. 운무가 잦은 이곳에서 연중 볕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게 열매를 맺었는데.. 이방인이 함부로 열매를 축낼 수는 없는 것.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빼곡하다.



또르뗄 뒷산에 오르면 뷰파인더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곳이랄까..



아침나절 파타고니아 여행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인간의 길과 대자연의 길을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인간을 일러 '만물의 영장(靈長)'이리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인간을 일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 건 고귀한 영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성은 유신몰과 무신론과 무관하다. 종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인간 속에 내재된 속성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영성의 의미가 차츰 변질되고 퇴색됐다. 



그리하여 이제는 영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를 누리려면 그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지만, 인간의 탈을 쓴 금수(禽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랄까..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인간의 존재를 말하고자 하니 괜히 부끄러워진다.



요즘 내 조국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섬나라 원숭이의 앞잡이를 자처한 표독한 머슴이 국격을 심히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선조님들을 욕보인 녀석들이 사람들을 속이고 권력을 잡아 사람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 어느 날부터 '만물의 곰팡이'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랄까.. 이런 일은 나라 밖에서도 여전하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푸틴이라는 녀석과 권력에 도취해 인명을 함부로 살상하는 쿠데타 세력들과 그들을 인질로 삼아 무기장사를 하는 인간들.. 만물의 영장이 곰팡이로 추락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이 빚어낸 슬픈 자화상..



그러나 내 앞에 등장한 대자연의 모습은 순리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하늘의 뜻에 따라 순종하는 삶..



태곳적부터 이어진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이슬 몇 방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들처럼 남 보다 더 많이 가지거나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알량한 짓을 하지 않는 모습들이 여행자 앞에 등장했다. 문 밖에만 나서도 쉽게 관찰 되는 풍경이지만 그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다가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꽤나 길고 멀었다. 



어느 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존귀한 풍경 앞에서 뷰파인더가 고개를 떨군다.



나도 인간계의 한 사람.. 신의 그림자 앞에서 부끄럽고 또 미안하다.



신께서 우리를 위해 천하제일 청정지역에 감추어둔 귀한 보물들이 이슬을 머금고 나를 바라본다.



"니가 만물의 영장이냐.."



내게 신의 그림자를 일깨워준 여행지 파타고니아..



인간은 인간의 길로 가야 마땅할 일이지만 자꾸만 내 앞에 놓인 길이 못마땅하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영화처럼 살고 싶었다> 편에서 이렇게 말했지.. 오래전 필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앞동산에 올라 사진을 찍으며 당치도 않았을 꿈을 꾸게 됐다. 영화의 연출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흑백 영화를 상영할 때였다. 동네 사람들 거의 대다수가 무성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TV도 변변찮을 때였으며 흑백으로 송출되는 영상은 누가 긁어놓은 듯 화면이 형편없을 때였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한 녀석이 연출가를 꿈꾼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가.. 그렇지만 영화처럼 살고 싶었던 한 녀석의 꿈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화 보다 더 영화스러운 디지털 세상에서 옛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한 소통공간이 생긴 것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 조치 하지 못한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나의 작고 소박한 꿈이 파타고니아에서 연출되고 있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13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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