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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8. 2023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완결 편

-ALMA, 이탈리아 요리 한 접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요리도 그러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진행한 포스트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편과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두 번째> 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점심시간 제외) 진행되므로 요리의 공정이 매우 까다롭게 처음부터 끝끼지 이어져야 하므로 방대한 분량의 사진과 영상이 동원돼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님들은 세 편을 연결해 보거나 잘 관찰해 보면 특강이 어떻게 진행되어 한 작품이 탄생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완결 편 미리 일러두기


특강 모습은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당국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촬영됐다. 사전에 허락되지 않으면 수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수업 내용은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기보다 요리 준비를 하는 모습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반죽 덩어리는 곧 펼쳐질 뇨끼(Gnocchi)와 라비올리(Ravioli)를 만드는 리체타에 쓰일 것이다. 그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이 포스트는 세 번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며 이번이 두 번째 포스트로 지난 시간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편을 참조하면 특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을 열어보시면 초대된 모 리스또란떼의 셰프(교수)님이 빚어내는 뇨끼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다. 초보 요리사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으나 머지않은 시간에 리스또란떼서 일하면서 친숙해진 리체타이기도 한다. 리스또란떼서는 뇨끼와 라비올리를 만드는 시간이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숙련된 요리사들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공장에서 생산된 파스타를 팔고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 일부러 수제품을 만들 이유가 사라진 추세이지만 리스또란떼서는 여전히 수제품을 선호한다.

당시 초빙교수를 돕고 있던 조수는 현재 요리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학생들이 장차 만나게 될 리스또란떼의 분위기를 배우게 된다. 셰프가 요리를 하는 동안 그는 분주히 움직이며 주방을 청결하게 하는 한편 셰프의 다음 공정을 돕기도 한다.



그의 손놀림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지.. 주방의 도구들이 늘 반듯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셰프와 두 사람의 언어소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탈리아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쯤 이탈리아 요리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지난 시간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편에서 언급한 바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기꺼이 힘든 여정을 이겨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뻔한 세상에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일은 행운이었다. 당시 이렇게 회상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여러 풍경들은 요리를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리체타(Ricette, 레시피)에 따라 준비를 해 가는 과정을 차례대로 담았다. 사진이 취미인 내게 이런 수업 장면을 대할 때마다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당시의 열정 그대로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흔쾌히 수업에 임할 것이다.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완결 편

-ALMA, 이탈리아 요리 한 접시 처음부터 끝까지



앞서 두 편의 포스트를 통해 장황하게 펼쳐진 시진과 영상을 참조하면 결과물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최종 접시 위에 올려진 작품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미당 서정주 님의 <국화 옆에서>라는 작품이 단박에 연상되고도 남는다. 완결 편에 등장한 이탈리 요리를 맛보기 전에 먼저 국화 옆에서를 잠시 음미해 본다.



국화 옆에서

-미당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혀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요리 또한 그러하다. 먼저 편에서 미리 만나본 사진과 영상 속의 뇨끼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저 눈으로만 맛 봤을 뿐인데 입 안에 침이 절로 고이는 건 어쩔 수 없다. ㅜ 



우리는 뇨끼를 일러 이탈리아 수제비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식재료도 다르고 맛은 천양지차..



이탈리아 리스또란떼의 코스 요리에 올라온 뇨끼는 손님들이 얼마나 아껴(?) 먹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때는 다시 데워서 손님상에 오를 정도이며 잘대로 후다닥 쭙쭙 소리 내며 폭풍 흡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요리에서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어떤 분들은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을 곁들여주기 바라지만 생각 보다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 요리 공정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 웬만한 동기부여(애드센스 등)가 된다 해도 쉽지 않다. 따라서 완결 편까지 과정을 눈여겨보시기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뷰파인더 앞에 등장한 요리는 앞에서 만난 삶은 계란이 튀김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미슐랭 별을 단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계란을 삶을 때는 반숙을 했는데 50도씨의 따끈한 물에서 천천히 익혀냈다. 하지만 특강 시간에 등장한 계란 삶기는 셰프의 숙련된 기능이 만들어 낸 반숙이 요리에 적용됐다.



이날 눈여겨본 것은 말로만 듣던 따르뚜포(Tartufo, 송로버섯)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요리사는 물론 유럽의 요리사들이 즐겨 찾는 따르뚜포는 그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 요리의 풍미를 드높이는데 일조한다. 참고로 따르뚜포는 잘 훈련된 사냥개를 통해 채취를 하는데 후각이 발달한 사냥개가 떡갈나무 숲 땅 속에서 자라는 녀석을 찾아내는 것이다.



송로버섯은 인공적으로 제배가 안 되는 버섯으로  위장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적당량의 섭취만으로도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고기든 채소든 그 어떤 요리에도 따르뚜포로 양념하면 맛깔난 음식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이 마법의 식재료는 몸 값이 엄청나다. 



송로버섯은 두 종류가 있는데 이날 사용된 버섯은 검은 송로버섯으로 따르뚜포 비앙꼬(Tartufo bianco, 하얀 송로버섯)은 100g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최고의 식재료 중의 하나이다. 바를레타의 우리 집에 있는 하얀 송로버섯 향을 가미한 올리브유조차 묘한 향기로 입맛을 사로잡아 아껴(?) 먹는다.ㅜ 



셰프의 손놀림이 빠르게 그렇지만 매우 정갈하고 규칙적으로 마지막 작품을 만들어낸다.



결과물만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탈리아 요리 한 접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신 분들은 미당 서정주 님의 '국화 옆에서'라는 작품이 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하나의 작품을 위해 특강 시간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길게 이어졌다. 물론 특강은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은 리스또란떼서 거의 매일 행해지는 것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이어진다. 다시 서정주 님의 아름다운 시 한 편으로 완결 편을 마무리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_Reggia di Colono
Il 18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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