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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7. 2023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두 번째

-ALMA, 이탈리아 요리 한 접시 처음부터 끝까지


꿈의 요리사.. 초보 이탈리아 요리사 앞에 펼쳐진 이탈리아 요리!



   서기 2023년 5월 16일 오후(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의 특강 장면을 열어보고 있다. 특강 모습은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당국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촬영됐다. 사전에 허락되지 않으면 수업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수업 내용은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기보다 요리 준비를 하는 모습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반죽 덩어리는 곧 펼쳐질 뇨끼(Gnocchi)와 라비올리(Ravioli)를 만드는 리체타에 쓰일 것이다. 그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이 포스트는 세 번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며 이번이 두 번째 포스트로 지난 시간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편을 참조하면 특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을 열어보시면 초대된 모 리스또란떼의 셰프(교수)님이 빚어내는 뇨끼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잘 알게 될 것이다. 초보 요리사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으나 머지않은 시간에 리스또란떼서 일하면서 친숙해진 리체타이기도 한다. 리스또란떼서는 뇨끼와 라비올리를 만드는 시간이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숙련된 요리사들이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공장에서 생산된 파스타를 팔고 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 일부러 수제품을 만들 이유가 사라진 추세이지만 리스또란떼서는 여전히 수제품을 선호한다.



당시 초빙교수를 돕고 있던 조수는 현재 요리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학생들이 장차 만나게 될 리스또란떼의 분위기를 배우게 된다. 셰프가 요리를 하는 동안 그는 분주히 움직이며 주방을 청결하게 하는 한편 셰프의 다음 공정을 돕기도 한다.



그의 손놀림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잘 다듬어져 있는지.. 주방의 도구들이 늘 반듯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셰프와 두 사람의 언어소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탈리아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쯤 이탈리아 요리 경력이 30년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시선이 조금은 불편한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닮이나 조류를 해체하는 장면을 봐 두시면 유익할 것이다. 해체 장면 전부를 영상에 담았다.  영상을 보면 당시 카메라의 위치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셰프 옆에서 이 과정 전부를 지켜봤으며 훗날 매우 유익하게 쓰였다.



지난 시간  <이탈리아,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편에서 언급한 바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기꺼이 힘든 여정을 이겨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뻔한 세상에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일은 행운이었다. 당시 이렇게 회상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여러 풍경들은 요리를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리체타(Ricette, 레시피)에 따라 준비를 해 가는 과정을 차례대로 담았다. 사진이 취미인 내게 이런 수업 장면을 대할 때마다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당시의 열정 그대로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흔쾌히 수업에 임할 것이다.



우리말에 "고기도 먹어본 넘이 잘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요리사가 되기 위한 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꿈꾼 일을 성취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신나는 일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 봐도 어디서 그런 열정이 샘솟았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미 모두(?) 알아버린 따분한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건 인류가 로켓을 만들어 달나라로 가는 이상의 현실적인 세상으로 누구나 꿈을 꾸고 실천만 하면 전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 지천명의 세월을 넘어 곧 이순을 맞이할 때 요리학교에 등록을 하고 준비를 했으니 동문들은 대체로 딸 아들벌이었다. 그런 가운데 학교 당국의 배려로 이탈리아 요리 특강 과정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뇨끼를 만들고 닭 손질을 끝마치고 이번에는 라비올리를 만들 차례..



반죽 덩어리를 밀대(기계)에 잘 밀어서 얇고 길게 편 다음 속재료(여러 가지가 있다)를 올려놓은 다음 다시 반죽 위로 한 겹을 쌓아 우리나라의 만두 형태로 만들어 낸다. 그래서 라비올리를 이탈리아 만두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만두와 거의 흡사하며 크기가 작을 뿐이다.



약간 두꺼운 종잇장처럼 작업대 위에 얇게 펼쳐진 반죽이 예술이다. 미슐랭 별을 단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만난 셰프는 이런 과정을 5분 내(1인분)에 후다닥 해치우는 달인이었다. 라비올리의 역사에 따르면 14세기 무렵 이탈리아 북부에서 만들어졌으며, 당시에는 순무와 고기를 다져 뭉친 반죽을 라비올레(Raviolle)라고 불렀다. 


이후 파스타가 이탈리아 내에서 점점 대중화되면서 15세기부터 라비올레를 네모난 파스타 반죽 사이에 넣는 현재의 모양이 자리 잡게 되었으며, 19세기 전반기에 비로소 라비올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오늘날 속재료는 시금치나 잘게 다진 고기 혹은 포르맛지오(Formaggio, 치즈)를 주로 사용한다.



뷰파인더 앞에는 마치 공장의 기계에서 찍어낸 듯한 라비올리가 가지런히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셰프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음식을 먹고 자라면 심성은 얼마나 곧을까.. 실제로 이날 초빙된 교수의 성격은 차분하고 말 수도 적으며 착해 보였다. 



요리사들 중에는 잘못된 인성을 소유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알량한 자랑을 일삼으며 난폭했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그런 인성을 가진 요리사라면 하루라도 빨리 당신의 직업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웃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리사가 불행을 만드는 성격 파탄자라면 말이다. 고백하건대 초보 요리사 앞에 그런 사람이 여럿 있었다. 요리사는 일종의 직업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마음을  훔치는(?) 성직자와 별로 다르지 않다.


잘 만들어진 라비올리가 증기오븐에서 맛있게 잘 익었다. 맛있게 잘 익은 라비올리는 학생들의 수에 맞추어 배분되어 정갈한 키친타월에 담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시식할 차례.. 과연 맛은 어떨까.. 하편으로 이어진다.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di cucina italiana_Reggia di Colono
Il 16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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