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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6. 2023

1만 년 전 원시인의 탁월한 미학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원시인들은 보금자리는 왜 이 계곡을 선택했을까..?!!



미리 일러두기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풍경은 낯설다.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칠레가 주로 산지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르헨타나는 허허벌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팜파스(Pampas)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리오 삔투라스는 계곡을 이루고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장차 등장할 풍경 속에서 1만 년 전에 그곳에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긴 암각화는 엊그제 그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며, 남자들은 사냥에 나섰을 때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유추해 낼 뿐이라고 했다. 



꽤 많은 자료사진 중에 한 장을 더 골라 담았다. 누군가 다시 가 봐도 이 모습 그대로이다.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손바닥 그림 곁에는 동물의 형상도 포함됐다. 형상으로 보아 안데스 지역에 살았던 라마(Lama) 혹은 바꾸냐(Vicugna) 추측된다. 그리고 사람의 형상도 보인다.


손 모양을 찍은 음각화는 BC 5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양각은 BC 180년경, 그리고 사냥에 관련된 그림은 10,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스탠실의 안료에 사용된 도구의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연대를 추출한 것이다. 



손바닥 그림은 사냥으로 잡아온 동물의 뼈(골수를 뺀)를 이용해 동물 기름과 주변에서 채취한 미네랄(흙)을 적당히 배합해 안료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찍어 입으로 훅~불어서 손바닥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 동굴의 깊이는 24m이고, 입구는 15미터이며, 높이는 대략 10m에 이른다.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차차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2m에 달한다.

입국 심사가 끝나고 뻬리또 모레노로 가는 길은 바람이 몸씨도 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특유의 팜파스 지형이 길고 넓게 펼쳐지면서 장차 우리가 만난 손바닥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목적지까지는 눈에 크게 띄는 비경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흙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냥에 나섰던 원시인들이 걷거니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므로, 1시간에 3km를 걷거나 뛰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30km나 되었을까.. 어떤 때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갔을 것이며,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사냥했을 수도 있을 것. 아무튼 손바닥 그림을 보고 난 후 상상력은 점점 더 극대화되었다. 지웠다 또 상상..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1만 년 전 손바닥 그림> 편에서 살펴본 글을 다시 한번 더 복습하며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캡처해 보니 이러하다.


위 지도출처: 구글지도(링크)를 확인해 보시면 놀라운 장소가 나타난다. 지금도 설레는 장소..



우리는 칠레의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를 건너 아르헨티나의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에서 1박을 한 후 현지의 택시를 타고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_리오 핀투라스 암각화)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거리는 118km이고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본문에 등재된 여행 자료사진은 뻬리또 모레노에서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로 향하는 자동차 속에서 만난 귀한 풍경들이다.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지형에 등장한 알록달록한 풍경들.. 고불고불한 비포장 도로가 인상적이다.




1만 년 전 원시인의 탁월한 미학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거대한 계곡에 들어서니 눈 코 입을 다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바람이 몹씨 불어댔다.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 동굴 벽화를 관리하는 관리소에서 바라본 계곡은 상상 밖의 규모였다.



원시인들은 부족을 이루고 실았을 텐데 그들의 보금자리는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잠시 후에 그 해답(?)이 등장했다. 그들의 탁월한 미학(美學)이 동굴벽화를 만들어낸 것이랄까..



아르헨티나의 산타 크루즈 주에 위치한 동굴벽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루트를 가리키면서 지도가 많이 훼손됐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당신의 이름과 국적 및 행선지를 기록해야 한다. 우리도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곳 관리 사무소를 벗어나 계곡을 바라보니 바람 때문에 온통 먼지 투성이었지만 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 이때 느낀 감흥을 접시 위에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



현대인들의 착각 속에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폄하하는 사조가 없지 않다. 그러니까 현대인이 창출한 문명이 최고인 줄 안다고나 할까..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보면 최고의 선택은 늘 존재해 왔다.



오늘날 우리가 최고의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르네상스 시대와 바르크 시대가 남긴 예술을 따라잡지 못한다. 현대인들이 누리는 삶 보다 약간은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불편이 전부가 아니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나 미학은 현대인들이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현대인들은 당시의 미술과 음악에 의존하고 있으며 오늘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너튜브(?)에서 조차 현대인이 작곡한 음악들은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피아노 콩쿠르에서 여전히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 열중하고 있을까.. 


현대미술도 다르지 않다.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서 만난 작품들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 등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감탄하게 된다. 현대 미술에서 꽤 유명한 작품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을 요구한다.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스스로 감흥이 일어나야 할 텐데.. 주절주절 설명을 곁들여 가며 맛(?)을 강요하는 것이랄까..



음식 또한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수많은 요리가 존재한다. 수도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사람들의 입맛도 천 차 별 만차별.. 그 많은 음식들 중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요리는 당신이 맛본 음식이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짜장면에 익숙한 사람이 스파게티가 마음에 들까.. 같은 이유로 파스타에 중독(?)된 사람들은 짜장면에 손을 대지 않는다. 요즘 나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주로 그러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가끔씩 먹지만 주로 한국에서 공수해 온 양념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다.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로 이동하는 가운데 만난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절벽의 기슭으로 이곳에서 만난 일행들과 이동하는 가운데 바라본 계곡은 조용히 흐르는 강물과 함께 새파란 숲이 비경을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 살았던 원시인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맨 먼저 계곡의 풍경을 바라봤을 것이다. 이곳의 지형을 돌아보는 순간 그들의 주거지는 이곳에 위치한 동굴이 전부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들은 왜 이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을까..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배산임수(背山臨水)란 말이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내려다본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명당으로 여겨진 이 지형은 실제로 등진 산이 차가운 북서 계절풍을 막아주고 마을 앞 하천에서 득수가 용이하다. 또 하천으로 인한 충적지가 펼쳐져 있어 생활하기에 좋은 점이 많다는 것. 우리나라의 지형상 계절풍과 기후 조건 등과 밀접한 역학관계를 이루면서 보금자리에 큰 영행을 미친 것이다.



맨 처음 계곡에 들어설 때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이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 쪽 거대한 절벽 기슭으로 이동할 때는 바람이 잡아들었다. 개활지에서 세차게 불던 바람이 금세 잦아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던 원시인들도 스스로 터득한 풍수지리설과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안목이 탁월했다고나 할까..



동굴이 가까운 장엄하고 높다란 기슭에서 바라본 풍경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목욕탕이나 화장실이 따로 필요 없는 곳.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강가로 가면 옥수 같은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사냥감을 요리할 때도 보다 위생적으로 처리하지 않았을까..



원시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바라봤을 계곡을 따라 어느덧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이 가까워졌다. 한 구비만 돌아서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그린 최고의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계속>


Le tracce delle vite lasciate dagli uomini primitivi_Cueva de las Manos
il 16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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