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1. 2023

1만 년 전 원시인의 손바닥 그림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그린 손바닥 그림이 엊그제 작품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하니와 나는 뻬리또 모레노에서 택시를 빌려 타고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향했다. 그때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지역에 살고 있는 비꾸냐 무리를 만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꾸냐 무리가 원시인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동굴벽화를 보는 순간 비꾸냐는 그들의 사냥감이었으며 원시인들의 행동반경은 대략 30~50km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 현장을 만나기 전에 미리 일러두기를 참조하시기 바라나다.



미리 일러두기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풍경은 낯설다.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칠레가 주로 산지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르헨타나는 허허벌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팜파스(Pampas)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리오 삔투라스는 계곡을 이루고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장차 등장할 풍경 속에서 1만 년 전에 그곳에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긴 암각화는 엊그제 그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며, 남자들은 사냥에 나섰을 때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유추해 낼 뿐이라고 했다. 



꽤 많은 자료사진 중에 한 장을 더 골라 담았다. 누군가 다시 가 봐도 이 모습 그대로이다.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손바닥 그림 곁에는 동물의 형상도 포함됐다. 형상으로 보아 안데스 지역에 살았던 라마(Lama) 혹은 바꾸냐(Vicugna) 추측된다. 그리고 사람의 형상도 보인다.



손 모양을 찍은 음각화는 BC 5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양각은 BC 180년경, 그리고 사냥에 관련된 그림은 10,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스탠실의 안료에 사용된 도구의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연대를 추출한 것이다. 



손바닥 그림은 사냥으로 잡아온 동물의 뼈(골수를 뺀)를 이용해 동물 기름과 주변에서 채취한 미네랄(흙)을 적당히 배합해 안료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찍어 입으로 훅~불어서 손바닥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 동굴의 깊이는 24m이고, 입구는 15미터이며, 높이는 대략 10m에 이른다.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차차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2m에 달한다.



입국 심사가 끝나고 뻬리또 모레노로 가는 길은 바람이 몸씨도 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특유의 팜파스 지형이 길고 넓게 펼쳐지면서 장차 우리가 만난 손바닥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목적지까지는 눈에 크게 띄는 비경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흙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냥에 나섰던 원시인들이 걷거니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므로, 1시간에 3km를 걷거나 뛰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30km나 되었을까.. 어떤 때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갔을 것이며,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사냥했을 수도 있을 것. 아무튼 손바닥 그림을 보고 난 후 상상력은 점점 더 극대화되었다. 지웠다 또 상상..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1만 년 전 손바닥 그림> 편에서 살펴본 글을 다시 한번 더 복습하며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캡처해 보니 이러하다.


위 지도출처: 구글지도(링크)를 확인해 보시면 놀라운 장소가 나타난다. 지금도 설레는 장소..


우리는 칠레의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를 건너 아르헨티나의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에서 1박을 한 후 현지의 택시를 타고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_리오 핀투라스 암각화)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거리는 118km이고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마침내 1만 년 전 원시인의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1만 년 전 원시인의 손바닥 그림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아름답고 장엄한 계곡 가운데 강 주변으로 파릇한 숲이 우거져 있는 이곳은 원시인들의 주거지(동굴)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그들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까지 함께한 비경들이다. 



거대한 절벽 아래.. 한 고비만 지나면 원시인들의 주거지가 등장한다.



하니가 안점모를 쓰고 있는 장면이 외계인을 보는 듯하다.ㅎ 위 지료사진 중에 동굴이 보인다. 원시인들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생겨난 동굴을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들 삶의 흔적을 들여다 본다.



참고로 지난 여정에서 만난 비꾸냐 무리를 염두에 두시기 바란다.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의 손바닥 그림(Cueva de las Manos)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상상력을 무한 발휘하게 될 것이다.



Cueva de las Manos



방책(防柵) 밖에서 동굴을 들여다보자마자 맨 처음 만난 손바닥 그림.. 엊그제 그린 그림처럼 선명하다.



손바닥 그림은 스탠실 기법으로 그려졌다. 손바닥은 주로 왼손으로 그려졌는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인구 85~90%가 오른손잡이이며, 나머지 비율 가운데 대다수는 왼손잡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지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곳에 살았던 원시인들을 특정 민족의 선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손바닥 그림에 등장한 거대한 크기의 동물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던 것일까.. 



손바닥 그림을 보는 동안 신기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안료가 변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엊그제 누군가 장난 삼아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



우리가 시간을 앞으로 돌려 1만 2천23년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후세들은 현대문명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곳 동굴 속 손바닥 그림은 대략 1만 년 전에 그려졌던 것으로 현대인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손바닥 그림과 함께 등장한 사람의 형상과 동물의 형상이 뒤범벅된 동굴 벽화..



원시인들이 그린 손바닥 그림의 용도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벽화를 연구한 사람들은 대략 1만 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과, 남자들이 사냥을 나가면서 동굴에 남게 된 여자(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용도로 그려졌는지 그저 상상력에 맡길 뿐이다.



원시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며 예술 작품을 남겼는지 노획한 사냥감 수를 표시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사냥을 풍요롭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벽화를 잘 봐주시기 바란다. 뻬리또 모레노에서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로 향할 때 만난 비꾸냐 무리가 그려져 있다. 이 동굴에서 만난 벽화 중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산타 크루즈 주 팜파스에 살고 있는 비꾸냐 무리를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면 손바닥 그림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행운이었다. 



그래서 원시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손바닥 그림을 앞에 두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다가 이탈리아 요리에 접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흐름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여 불필요해 보이는 양념은 물론 장식을 매우 단순하게 처리한다. 



원시인들에게 현대인이 가진 도구 다수는 없었을 것이며, 불을 사용하고 스탠실 기법에 동원된 동물의 뼛조각과 사냥감을 구울 때 생긴 기름을 미네랄 안료로 만들어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사의 안목으로 바라본 손바닥 그림을 참조하면 이들은 냄비나 접시가 없었을 것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접시는 있었을 법하다.



그들은 돌도끼나 돌칼 등 사냥에 필요한 도구 외에도 돌을 조각낸 다음 편평한 돌조각을 접시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위치한 한 유면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돌조각으로 만든 접시 위에 요리를 올린 적 있다. 물론 이곳의 돌과 차이가 나는 점판암(Ardesia) 조각이었다.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앞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1만 년의 유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 날 자취를 감춘 그들이 남긴 유일한 기록.. 손바닥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을 극대화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 손바닥 그림은 더 남았으며 이탈리아 요리사의 상상력을 더해갈 것이다. <계속>


Le tracce delle vite lasciate dagli uomini primitivi_Cueva de las Manos
il 20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요리학교 특강 맛보기 완결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