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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5. 2023

달팽이 요리, 전혀 예상밖 귀차니즘

-바를레타 재래시장서 구입한 달팽이 맛은 어떨까


이탈리아 요리사가 만드는 달팽이 요리 맛은 어떨까..?!!



   바를레타 두오모가 저만치 보이는 우리 집 앞 공원에서 만났던 달팽이들을 기억하시는가.. 녀석들은 평소에 잘 보이지 않다가 봄비가 오락가락하시는 가운데 극락조화 꼭대기까지 점령을 했다. 당시 자료사진을 보시면 녀석들이 꼬물꼬물 기어 다니며 발자국(?)을 남겼다. 귀연 녀석들.. 



   서기 2023년 5월 24일 아침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오늘 장바구니에는 요즘 제철인 치메 디 라파(Cima di rapa) 1kg, 감자 2kg 그리고 생선 두 종류를 각각 1kg씩 구입했다. 



시장은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미어지고 있었다. 요즘 제철인 알비꼬까(Albicocca, 살구)와 칠리에지아(Ciliegia, 체리)는 미친 가성비로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놀라지 마시라 살구와 체리가 각각 1kg에 1유로라면 도무지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때 담아 온 체리와 살구.. 그리고 오늘 아침 장을 보고 시장을 빠져나오는 찰나 달팽이가 눈에 띄었다. 달팽이의 몸값은 과일이나 야채에 비해 월등했다. 1kg에 3유로.. 작은 광주리에 빼곡히 담아둔 달팽이들은 현재 위치가 아딘지도 모른 채 꼬물거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요리사의 머릿속은 달팽이 요리 리체티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거.. 그래서 1kg만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달팽이 요리, 전혀 예상밖 귀차니즘

-바를레타 재래시장서 구입한 달팽이 맛은 어떨까



집으로 돌아온 즉시 들통에 물을 올렸다. 달팽이가 1kg이므로 녀석들이 잠길 정도로 1,5리터 정도 물을 잡고 펄펄 끓였다. 그렇게 대략 5분 정도 끓이니 거품이 엄청나게 일어났다. 아마도 녀석들의 몸에 들어있던 점맹성분이 거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서너 번 거품을 걷어내고 불순물까지 걷어냈다.



그다음 흐르는 물에 녀석들을 여러 번 헹구고 나니 비로소 먹음직스러운 달팽이로 거듭났다.



깨끗한 물에 잘 행군 달팽이들을 건져내놓고 보니 한시라도 빨리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접시에 옮겨 녀석들을 분리하는 공정에 들어가면서 달팽이 요리의 맛은 어떨지 자꾸만 궁금해지는 게 아닌가..



시중에 널리 알려진 '달팽이 요리'에 따르면, 달팽이는 달팽잇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으로 야간이나 비 오는 낮에 주로 활동하며 풀이나 나뭇잎을 먹고 자란다. 달팽이는 머리가 뚜렷하고 발은 넓고 편평하며 몸의 신축성이 매우 크다. 머리에는 2쌍의 더듬이가 있는데 큰 더듬이의 끝에는 눈이 있고 몸에서는 점액이 분비된다. 


달팽이의 특징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식용달팽이의 끈끈한 점액 성분인 유산은 콘드로이친황산이 주성분으로 피부의 노화를 막아 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으며,  강장, 강정효과를 높여주는 데 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칼슘이 풍부하여 식용달팽이 요리는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이이들이 좋아하려나..ㅜ) 이런 까닭에 프랑스에서는 달팽이를 '밤을 위한 요리'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미식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  그런데 전혀 뜻밖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스의 미식가 식탁에 오르는 달팽이의 크기는 지름이 3~4cm에 달하여 골뱅이 수준이나 내 앞에 널브러진 녀석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작은 크기였으며 달팽이를 데치는 과정에서 녀석들의 속살이 달팽이관 깊숙이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녀석들의 속살을 빼내기 위해 옷핀을 사용했다. 깔짝깔짝.. ㅜ 



이때 비교적 큰 녀석들은 옷핀으로 쉽게 빠져나왔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녀석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만만치 않았다. 예컨대 달팽이 요리 한 접시를 만들려면 하루 종일 준비해야 가능할 매우 힘든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요리는커녕.. 한 줌의 달팽이를 옷핀으로 찔러 하나둘씩 빼먹는데 걸리는데 소요된 시간이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흘러가고 있었다. 아뿔싸.. ㅜ 



이때부터 귀차니즘이 발동하기 시작하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시장에서 구입한 즉시 바를레타 바닷가에 방생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랬다면 두고두고 복 받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펄펄 끓는 물에 모두 데쳤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략 난감한 상황..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귀차니즘의 말로는 간단했다. 요리는커녕 한 줌을 야금야금 까먹다가 내린 결정은.. 남아있는 녀석들 모두를 냉장고에 보관하여 짬짬이 하나둘씩 까먹을 생각들. 그렇게 오전이 흘러갔다.



달팽이 요리가 프랑스 대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고급요리 중 하나인 에스카르고(Escargot)는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귀족들이 별미로 즐겼다고 하는데.. 프랑스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유명 셰프인 앙토냉 카렘(Marie-Antoine Carême)이 러시아 황제의 저녁 만찬에 부르고뉴(Borgogna) 산 달팽이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랬거니 말거나.. 오늘부터 달팽이를 보면 요리에 앞서 맨 먼저 귀차니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Le lumache è stata acquistata dalla tradizionale Barletta
Il 24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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