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인간은 어떤 동물일까..?!!
내가 꿈꾸는 그곳 브런치스토리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무수한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곳은, 남미 아르헨티나의 산타 크루즈 주(nella provincia argentina di Santa Cruz)에 위치한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란 곳이다.
이곳으로 이동하려면 배후 도시인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에서부터 163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때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이 위치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이 한 편의 예술혼이 깃든 작품을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을 만났으며 매우 신비로운 경험까지 했다.
눈코입을 제대로 가늘 수 없는 거센 바람 때문에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컷의 콘티 속에 갇힌 듯했다.
그 당시에는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시인들의 영혼들이 이방인의 침입을 두려워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었던 터전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이랄까..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손바닥 그림이 빛을 보게 됐다.
하니와 나는 이곳 관리사무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던 일행들과 함께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엊그제 그린 듯한 생생한 벽화들이 눈을 의심하게 만든 것이랄까..
동굴 벽화를 자세히 관찰하면 손바닥 그림 외에 동물의 형상을 닮은 그림과 인간의 모습을 닮은 것까지 다양한 그림이 동굴 벽화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동물일까.."하고 생각하면서 여러 가설을 끄집어 든 것이다.
그게 세상만물 중에 인간이 가진 유일무이한 '예술혼'이었다.
세상만물 중에 창작을 할 수 있고 그림이나 문학작품 등은 물론 그 어떤 것이라도 표현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인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스스로를 가리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물주를 쏙 빼닮은 오늘날의 만물의 영장은 하는 짓이 신께서 보시기에 엉망진창이다.
당신이 창조한 인간들이 전쟁을 일으켜 살육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행실은 그렇게 추악한 반면에 조물주의 본성을 닮은 성정 때문에 창작을 즐긴다. 이런 행위는 예술혼에서 비롯되며 1만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도 변함없을 것이다.
우리가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시도 때도 없이 글을 쓰면서 당신의 속에 찌든 때를 배설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예술혼.. 그게 문학작품으로 남든 사진으로 남든 그 어떤 모습으로 이웃분들에게 들키든(?)..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들은 감히 흉내를 낼 수 없는 예술혼의 결정체라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직후에도 예술혼이 만들어 내는 작품들 때문에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음식을 요리하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접시에 담아내면 그만이라 생각했지만, 요리사들의 창작활동은 얼렁뚱땅을 용서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음식을 주무르며(?) 작품활동에 연연하는 것이다.
무엇 하나 흐트러지는 법 없이 꼼꼼하고 맛과 향기까지 서로 잘 어울리게 작품을 접시 위에 연출하는 것.
그렇다면 1만 년 전 원시사회에서도 그러했을까..
자료사진의 우측 하단에 분홍색 마스크로 볕을 가리고 있는 하니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방책이 둘러쳐진 동굴벽화 지근거리에 위치한 모습이다. 일행들이 동굴벽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설명 보다 확실한 건 사실(팩트)이다.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연대와 남아있는 손바닥 그림들..
어쩌면 우리 인간이 종교를 만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섬기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했다는 증거가 눈에 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창조의 사실을 믿는 이유는 딱 하나..
그들이 남긴 예술혼 때문이다.
당시 의식주의 형편이 매우 열악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리사의 손길을 거쳐 손님 상으로 가는 작품들처럼 동굴 벽에 작품을 남긴 것이다.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눈여겨보고 있으면 현대인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랄까..
1만 년에서부터 시간을 앞으로 돌려 작품을 현대사회에 발표를 해도 전혀 손색이 없고 뛰어난 예술품..
예술혼은 시대를 뛰어넘으며 시공개념이 없는 장르(genre)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구분이 쉽지 않지만 원시인들의 행위예술이 남긴 작품을 오늘날 이탈리아 요리에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르지 않다.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 앞에서 바라보면 원시인들이 살았던 계곡은 예술혼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명당이다. 어느 날 그들이 사라진 동굴 앞 계곡에는 바람이 쉼 없이 불고 있었다. 서기 2023년 5월 29일 이른 새벽(현지시각)에 열어본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 참 신비로운 세상이다.
Le tracce delle vite lasciate dagli uomini primitivi_Cueva de las Manos
il 29 Maggi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