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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3. 2019

이탈리아 소나무가 예술인가

-우리나라가 고향인 소나무


이런 걸 열등감이라 하나 우월감이라 하나..?!


나는 용케도 이탈리아 북부로부터 중부 그리고 남부의 여러 풍경들을 경험한 바 있다. 그곳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에 생긴 여행이나 다름없는 곳. 삐에몬떼 주와 토스카나 주와 뿔리아 주 및 에밀리아 로마냐 주가 그러하다. 에밀리아 로마냐 주는 요리학교가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들은 여행 중에 잠시 들렀을 뿐이다. 

앞서 말한 지역은 주로 이탈리아 요리의 현장 실습 등으로 머물게 된 곳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 곳이다. 그런 곳에서 눈에 띄는 게 소나무였다. 생김새는 분명히 소나무가 맞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던 소나무와 너무 다른 것이다. 껍질도 매끈하며 그냥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치솟아 있기만 했다. 


그런 소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건 솔방울 때문이었다. 소나무의 줄기는 우리 소나무와 달라도 솔방울은 거의 같거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때만 해도 '소나무는 지역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뿐 소나무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가 자고 나면 늘 봐 왔던 익숙한 풍경이 소나무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그런데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에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로부터 만나게 된 소나무는 이탈리아 북부 혹은 중부 지역에서 만난 소나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소나무의 줄기가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혀 남다른 풍경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소나무가 처해있는 환경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매일 아침 운동을 나가며 만나게 된 소나무는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는데 바닷가로부터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가늠컨데 수령은 최소한 100년은 더 되어 보이는 이 소나무들은 다른 지역에서 봐 왔던 소나무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한 바 아드리아해의 짓궂은 날씨는 우리나라의 태풍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니 바람과 타협을 해야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참 대견해 보였다. 




따라서 이들 소나무는 그동안 봐 왔던 소나무와 달리 배배 꼬이면서 예술적 자태로 거듭난 것이다. 어쩌면 이 같은 모습은 이탈리아인들의 정체성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일 이탈리아 이전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토후국으로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 남부는 수많은 외침을 격어야 했다. 어쩌면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간혹 보다 더 강력한 침탈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리를 굽신거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나무의 형상 때문이었다. 



자료사진(아래두 장 포함)은 내설악에서 만난 우리나라 소나무의 기품 넘치는 자태.. 그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기상이 소나무에 서려있다.


이 같은 형상 때문에 특정 민족이 가진 기상이 어떠한 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아내의 요청에 따라 내가 '알람' 노릇을 한 적을 떠올렸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아침 일찍 시간에 맞추어 깨워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당시 한국의 한 에프엠 방송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시그널 음악에 애국가를 날려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대한민국의 국가가 4절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애국가를 꽤 뚫고 있는 건 소나무였다. 이랬지..



1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 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본문에 실린 줄기가 꼬인 소나무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에 가로수로 심겨진 나무들..


우리도 이탈리아와 같은 반도 국가로 천 번에 가까운 외침을 겪고 살아온 민족이다. 수난의 역사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역사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해방 이후 대략 70년 동안 또 다른 문화적 침탈을 겪고 있다. 미국의 속국과 다름없는 식민시대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이 같이 잘못 짜여진 틀로부터 탈출 혹은 해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저항세력들이 만만치 않다. 


그들은 미국이나 일본을 선조로 착각하고 있는 부류들이었다. 이들 가슴속에는 소나무의 기상은 온데간데없고 성조기와 일장기만 나부끼는 것이랄까. 우리와 생김새는 같거나 비슷해도 기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살고 있는 소나무들도,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처지에 놓여있더라 해도 우리의 기상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나무가 일깨워 준 애국심이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하여,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을 가진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조국을 떠나 먼 나라에 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니다.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사는 우리 교민들의 가슴속에서 소나무는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늘 푸르게 살아가고 있다. 배배 꼬인 이탈리아 소나무를 바라보며..!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소나무_Pinus densiflora COREA
Da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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