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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2. 2023

Chaitén,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칠레, 차이텐 화산과 뿌말린 국립공원 여행기


죽었나 살았나..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나 혼자서도 못 살아..?!!



   서기 2023년 6월 21일 정오를 지난 시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두 사람이 다녀갔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부터 인터넷이 불통이었는데.. 정오 경에 두 사람이 인터넷을 재개통한 것이다. 그리고 노트북에 불을 켜고 차이텐에 위치한 뿔마린 국립공원의 기록을 들추어보고 있다. 



인터넷이 없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참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먼저 독자님들과 이웃분들께 안부 전해드린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든다. 꽤 오래전에 "마누라 없앤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



탄광촌에 비가 오는 날이면 장화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마누라는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내용의 출처 <마누라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를 찾아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니 이러하다.


비가 오면 철암시가지는 죽탄길 진창으로 변했다. 철암역 두 저탄장에서 날아온 탄가루가 빗물에 반죽이 진창이 되면서 장화 없이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철암역 두 부근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장화를 신고 다녔다. 대부분 탄과 같은 색인 검정 장화를 신었지만, 멋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꽃무늬 장화를 신었다. 나이트클럽에서 검정장화를 신고 춤추는 청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탄광촌 사람들은 누구나 장화 한두 켤레씩은 갖고 있었다. 탄광촌에 비가 오는 날이면 장화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마누라는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모든 산이 그러하지만 특히 태백산은 어머니 품이라 했다. 그래선지 태백산을 중심으로 살아온 태백탄광촌은 지금까지 몸 내어주고 마음 내어주며 살아왔다. 태백산의 겉에는 폐석장과 저탄장을 만들고, 가슴속을 헐어서는 석탄을 캐서 우리나라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웠다. 석탄을 캐면 캘수록 가슴은 점점 비어 오므라들고, 폐석더미들이 점점 쌓여 높아만 갔다. 탄광개발이 지나간 산에는 검은 버짐이 피거나 떼다가 만 상처딱지 같은 흔적이 남았다. 탄가루가 섞인 갱내폐수를 뿜어내면서 탄광촌의 하천에는 풀포기 하나 자라지 못하는 새까만 탄 물이 흘렀다.


탄광촌의 삶은 막장 안이나 막장 밖 모두가 검은색 일색이었다. 광업소에서는 석탄을 덮개가 없는 트럭으로 저탄장이나 기차역까지 실어 날랐으므로 도로는 검은 탄가루로 뒤덮였다. 저탄장이 있는 곳에는 방진시설을 갖추지 않아 탄광촌 사람들은 탄가루와 함께 생활해야만 했다. 그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미세한 탄가루는 바람 따라 산이나 주택 등 곳곳을 날아다녔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하늘마저 검었다. 검은 바람은 늘 탄광촌을 휩쓸었고 널어놓은 빨래는 금세 검은색으로 염색이 되었다. 저탄장 주변 마을에서는 흰 빨래를 밖에 걸어서 말리기란 애초에 생각도 못하고, 멋을 내느라 흰옷을 잠시만 입어도 소매 끝과 목둘레 칼라 부분이 광부 작업복처럼 까매졌다. 오죽하면 태백 사람들은 “여름에 모기가 없는 이유는 탄가루 때문이다”라고 얘기할 정도였다..(하략)




지난 여정 <Chaitén, 수령 3천 년 거목 앞에서>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그런 잠시 후 우리는 수령 3000년 된 거목 앞에 섰다. 수령 3천 년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B.C 100년 경.. 이미 학습한 바에 따르면 B.C란 서력기원의 기원전을 뜻하는 Before Christ의 약칭이며, 예수가 태어나기 전이다. 그때 태어난 나무가 3천 년의 세월을 견디며 아직도 생생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인류문화사는 치열함 이상의 온갖 풍파를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웃을 살육하는 전쟁 미치광이는 물론 선조들과 우리를 힘들게 하는 섬나라 원숭이 족속들까지.. 



그런 가운데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K-문화는 향후 세계질서를 선도할 최고의 가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진작에 인간들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었다면 지금 우리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3천 년 된 거목처럼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할까.. 

하니가 거목을 올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말잇못.. 참 이상한 일이다. 아침나절 내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드르륵 거리던 소음이 포스트를 작성하자마자 조용하다. 암튼 인간계는 자연계와 매우 다르게 시끄러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우리 일행은 뿌말린 국립공원의 원시 생태계를 천천히 둘러보며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일행이 가이드에게 카메라를 건네며 기념촬영을 요구하였다. 가이드는 카메라를 건네받는 즉시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인증숏을 날렸다.


오늘 정오 경 인터넷이 다시 연결되는 순간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인터넷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스멀스멀.. 아마도 현대인들은 탄광촌에 살았던 사람들의 웃지 못할 문화처럼 인터넷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최소한 50년 동안 이어진 취미생활인 카메라.. 그런 사람들에게 "마누라 없인 살아도 카메라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낚시에 미치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는 말도 있다. 물론 아내가 동행하면 모를까 대체로 '낚시의 손맛'에 미치면 탄광촌의 웃픈 이야기처럼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이웃에 그런 사람도 있었다. 낚싯대와 결혼한 사람..



두 엔지니아가 인터넷을 재개통하며 "다 되었어요"라며 등을 보이지 "너무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대략 닷새 이상 인터넷이 불통일 때는 원망과 함께 이탈리아 인터넷 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뎀에 파란불이 켜지는 순간 원망과 불만은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등을 보이며 저만치 사라지고 있을 때.. 내 속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나 혼자서도 못 살아..

인터넷 없이도.. !!


Viaggio tra il vulcano Chaitén e ll Parco Nazionale Pumalín_CILE
Il 21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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