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식습관이 부른 후유증
용서해다오, 너와 한 몸이 되고 싶었을 뿐야..!!
서기 2019년 12월 9일(현지시각) 날씨 화창 화창 바람 잠잠 햇볕은 쨍쨍 마치 봄 날씨.. 평소처럼 아침운동을 나섰다. 오늘은 코스를 바꾸어 방파제로 향했다. 바다를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조망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닷가에 도착하니 호수보다 더 잔잔한 바다가 나를 맞이했다. 갈매기들도 할 일이 없는지 모두 배를 바다에 깔고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녀석들을 볼 때마다 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녀석들은 무엇을 먹고 산다는 말인가. 늘 빈둥빈둥 놀고만 있는 듯한 풍경 속에서 오래전에 읽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떠올렸다.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나르는 녀석의 쾌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뭍에서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방파제 앞에 위치한 카페나 공원에서도 흔한 풍경이다. 또래의 노인들이 장의자에 걸터앉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 카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카피 한 잔 시켜 놓고 얼마나 조잘대고 있는지 모른다. 그 사이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고 내가 방파제를 한 바퀴 돌아오는 시간까지 조잘조잘 끼악끼악.. 갈매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날 방파제 위를 걷는 동안 보게 된 풍경은 조금 달랐다. 썰물의 차가 커서 바닷물이 저만치 밀려난 기운데 물까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낯익은 풍경이 나타났다. 방파제 곁으로 물고기 떼가 천천히 노닐고 있는 것이다. 평소보다 많은 물고기들이 보다 느리게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봄 날씨와 다름없는 맑게 개인 하늘과 투명한 바다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희한한 일이지.. 녀석들을 보는 순간 갑자기 초고추장이 땡겼다. (흠.. 초고추장에 발라먹었으면.. 쩝~) 고추장도 바닥나고 고춧가루도 간당간당한 순간에 녀석들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건 생각해 보나 마나 향숫병의 일종으로 지독한 식습관이 부른 후유증이 발동한 것이다. 싱싱한 물고기들을 새콤 달콤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 통째로 입에 넣으면 씹기도 전에 침부터 삼켰지 아마..
노인들과 갈매기들이 바닷가에서 시간을 할 일 없이 때우고 있는 동안, 나는 방파제 위에서 아무런 영양가 없는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이다. 누가 더 잘나 보이는 것도 없는 아침나절의 풍경.. 용서해다오, 너와 한 몸이 되고 싶었을 뿐야..!!
I PESCI GIOCAVA SUL MARE ADRIATICO
il 08 Dicembre 2019,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