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으로 물든 남부 아드리아해 바닷가
서기 2019년 12월 8일 정오경, 조금 늦은 아침운동을 끝마치고 바를레타 해변의 풍경을 담았다. 해변은 온통 알록달록한 풀꽃으로 물들었다. 바닷가에 가까운 곳은 연보랏빛으로 물들어 일대 장관을 이루는 곳. 한국은 영하의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이곳은 영상 15도씨의 온도를 보이면서 마치 봄이 온듯한 풍경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짓궂은 날씨를 보이며 겨울을 재촉하는가 싶었더니 한 며칠 날이 맑게 개이면서 바다에서 가까운 해변은 풀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풍경은 지난 5개월 동안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내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부터 여러 차례 풀꽃들이 피었다가 다시 지곤 했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8월 말 경부터 바캉스 시즌이 끝날 때까지 풀꽃들은 전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을 때는 풀꽃들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사람들이 모두 떠난 직후부터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모래밭 대부분을 풀꽃들이 차지하며 풀꽃나라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곳 지자체에서 바캉스 시즌이 끝난 얼마 후에 필터를 장착한 트랙터를 투입하여 모래 속의 이물질들을 깨끗이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겨우 꽃을 피운 풀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짓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두 번 다시 풀꽃들을 볼 수 없는 듯했다. 참 아쉬운 모습이었다. 당시(지난 10월 22일)의 바닷가 모습은 주로 이랬다.
그런데 어느 날 풀꽃들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녀석들은 용케도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인적이 뜸한 어느 날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며 일제히 함성을 지르듯 꽃봉오리를 내놓은 것이다. 마치 엄청난 인파가 시위를 하는 듯,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꽃물결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풀꽃들이 봄을 몰고 온 듯한 포근한 날씨 때문에 패딩 조끼를 벗고 풀꽃나라로 입국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위도(41°19′N 16°17′E)상 우리나라(남한) 보다 북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마라도에서부터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 유원진까지 33도에서 43도까지 이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한국보다 최소한 섭씨 10도 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와 이오니아 해 및 아드리아해를 거느린 이탈리아 반도의 이 같은 날씨 때문인지 이탈리아 남부의 평원에서는 육즙이 풍부하고 향기 짙은 질 좋은 과일들이 연중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거기에 풀꽃까지 가세하며 천국을 만드는 곳. 이 같은 풍경은 별일 없는 한 연말연시로 이어질 것 같다. 이탈리아 남부는 이미 봄이다.
IL PAESE DEI FIORI_IL 08 DICEMBRE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