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비행에 쓰러진 아내와 사라진 나스카 지상화
여행 중에 만난 해프닝과 아찔했던 순간들..!
오랜만에 다시 펼친 사진첩 속에서 아내는 활짝 웃고 있었다. 우리는 12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나스카 지상화를 만나기 위해 한껏 들떠있었다.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봐 왔던 나스카 지상화를 하늘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남미 여행의 백미 중 한 곳인 나스카 지상화는 페루의 수도 리마로부터 400킬로미터 떨어진 나스카 사막에 위치해 있다.
나스카 일대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들은 사람들로부터 불가사의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림의 크기가 워낙 큰 데다 무슨 이유로 이런 그림들을 그렸을까 싶은 의문들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그림들은 기하학적 무늬로부터 벌새 거인 거미원숭이 등 30개 이상이 그려져 있고, 삼각형과 곡선 등 기하학적 무늬만 300개 이상에 달한다. 큰 그림은 최대 300미터에 달하여 평지에서 원형을 보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나스카 공항의 풍경
이런 그림들은 기원전 300년 경에 그려졌다고 하므로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사라진 고대 문명설이 그것이다. 이런 그림이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배경에는 우리 인간들이 만든 비행기 때문이었다. 1939년 페루 남부 지역을 운행하던 한 비행기 조종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것이다.
나스카 지상화 상공으로 가는 하늘 길
그리고 1948년 미국의 롱아일랜드 대학의 농업경제학자인 폴 코소크(Paul Kosok) 교수가 처음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전직 초등학교의 교사로 코스크의 조수 역할을 하던 독일인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가 홀로 연구를 계속하여 큰 성과를 내게 되어 세계인들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 등에 대해서 미리 숙지하고 있었으므로, 나의 관심은 나스카 지상화가 그려진 상공에서 그림들을 항공사진으로 촬영해 사진첩에 남겨두고 싶었다.
그림으로 미리 만난 지상화는 궁금증을 매우 증폭시키며 나스카 지상화가 그려진 사막으로 떠날 경비행기에 오르기도 전부터 들떠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나스카 지상화가 그려진 상공에 도착하면서 나의 기대감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아내 또한 비행기 내에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 일행을 태운 경비행기의 곡예비행 때문이었다.
나스카 상공에 진입한 후 포착된 나스카 사막의 풍경
나는 곡예비행을 하는 동안 비행기 내에서 소개되는 안내방송에 따라 열심히 그림을 포착하려고 애 섰다. 안내방송은 주로 "오른쪽! 왼쪽! 이번에는 원숭이 왼쪽! 오른쪽에는 거미!!" 이런 식의 안내가 이어지고 있었다. 기내 앞쪽에 앉아있던 아내는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는 심한 멀미로 창에 머리를 의지한 채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나스카 지상화 상공에서 땅 아래로 펼쳐진 그림들을 찾기 위해 용을 쓰고 있었다. 그 장면 전부를 브런치에 담아봤다.
나스카 지상화가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풍경
나스카 지상화가 곧 펼쳐질 것이라는 안내 방송이 이어질 때까지만 해도 곧 등장하게 될 그림 때문에 매우 흥분된 상태였다.
처음 포착한 나스카 지상화
그리고 처음으로 우주인을 닮은 지상화를 발견했다. 거대한 그림이 산기슭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시작된 곡예비행은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뷰파인더 속에서 그림을 포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곡예비행에 가려진 엉망진창의 나스카 지상화
이때부터 촬영된 그림들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장면들만 모아놓고 말았다. 엉망진창의 사진들이 메모리칩을 다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작은 용량의 디지털카메라가 나와 함께 용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비행기 조종사는 꽉 짜인 비행 스케줄 때문에 무리를 한 것처럼 보였다.
곡예비행 중에 다시 만난 나스카 지상화
곡예비행 가운데 겨우 한 컷의 그림을 건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곡예비행이 끝나며 평온을 되찾자마자 곧 나스카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평온을 되찾았지만 기회는 달아났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내가 쓰러졌을 것이라는 걸 까마득히 몰랐다. 뒷좌석에서 본 아내는 여전히 창밖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하늘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무한 상태 아닌가..ㅜ
완벽하게 건진 나스카 지상화 한 장
그 가운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벽한 모습의 벌새 한 마리를 포착했다.
나스카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
그리고 나스카 공항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 여사의 노고의 흔적이 보였다. 만약 누군가 이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면 무차별 개발로 인해 그림의 원형은 많이도 손상되었을 것이다. 그림들은 잘 포장된 도로 옆으로 보존이 잘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스카 지상화 끝까지 찾아 나섰지만
나는 결국 한 두 컷의 그림밖에 건지지 못한 상태에서 아내의 이상 조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다 찾지 못한 나스카 지상화와 쓰러진 아내
나스카 공항으로 착륙한 직후 기내는 한바탕 소란이 펼쳐졌다. 쓰러진 아내 때문이었다. 이런 (멀미) 사고는 흔했던지 조종사는 작은 비상용 가방에서 알약을 꺼내 주었다. 경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환하게 웃어 보이던 아내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다행인지 알약은 대략 30분 후쯤에 효능을 발휘하며 다음 여정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곡예비행으로 사라진 나스카 지상화와 아내의 멀미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Le linee di Nazca del deserto di Nazc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