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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8. 2019

겨울에 만나는 뜨거운 나라

-황홀경에 빠뜨린 악마의 목구멍 

세월 정말 빠르다..!!


사진첩을 열어 본 오래된 풍경 속에 동안(童顔)의 내가 박혀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월의 무게를 크게 느끼지 못할 때이다. 저만치 이과수 폭포가 바라보이는 맞은편에 앉아서 담배를 꼬나물고 라이터를 켠 모습을 아내가 촬영했다.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그땐 그게 좋아 보였나 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른바 골초 축에 속했다. 적게는 하루 한 갑반 많게는 두 갑 이상을 피울 때도 있었다. 참 지독한 흡연습관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골초가 어느 날 금연을 작심 하고난 다음부터 담배를 끊은 것이다. 그동안 내 목구멍과 허파는 담배 연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을까.. 



거기에 친구들과 술좌석에서 만나면 밤새 퍼마시는 일이 한두 번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담배와 술로 찌들었던 게 목구멍이자 목구멍의 요구는 악마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참 지독했던 악마는 어느 날 감행한 남미 일주를 끝으로 저만치 사라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얼씬 거리지 않았다. 



그리고 동안의 모습이 사라진 어느 날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또 다른 악마였다. 그냥 악마가 아니라 사람들이 <악마의 목구멍_Garganta del Diablo>으로 불렀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 혹은 나의 음주와 흡연 습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구별에 남미대륙이 생겨난 이래로 하루도 빠짐없이 엄청난 량의 물을 삼키거나 내뱉는 것. 



그곳은 영화 <미션>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이과수 폭포이다.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으로부터 대략 110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그야말로 '죽기 전에 꼭 한번 다녀와야 할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내와 나는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기 위해 남미의 땅끝 우수아이아에서부터 아르헨티나를 거쳐 다시 브라질로 입국한 다음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폭포로 입장했다.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3개국 접경지대에 위치한 곳으로 전체 크기는 2.84킬로미터에 이른다. 또 274개의 폭포가 존재하는 곳. 그중 으뜸의 풍경은 악마의 목구멍으로 불리는 곳이다. 우리는 건기에 이곳을 방문했지만, 만약 우기에 방문했다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황홀경에 빠뜨린 악마의 목구멍


악마의 목구멍이 코 앞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과수 폭포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며 엄청난 충동을 일으키게 했다. 마치 금연을 결심하고 작심삼일로 끝나게 한 금단현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전망대에 서면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자살 충동이 아니라, 악마의 목구멍이 끊임없이 '뛰어내리라!'며 유혹을 하는 것. 볕이 따갑고 뜨거운 건기에 만난 악마의 목구멍은 사람들을 황홀경으로 내모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곳을 찾아 꾸역 꾸역 몰려드는 것이다.




이날은 유난히도 뜨거웠지만(북반구는 겨울, 남반구는 여름) 악마의 목구멍 앞에 서 있는 동안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폭포 아래로 쏟아지는 엄청난 수량의 물이 오히려 소름을 돋게 만든 것이다. 흡연 습관으로부터 멀어진 것처럼 이제 두 번 다시 이과수 폭포로 갈 일은 없어졌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연 사진첩 속의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그때 그 순간이 불현듯 떠오른다. 지독한 악마다..!



*관련 브런치 글: 영화 미션의 배경 이과수 폭포에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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