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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1. 2019

3유로로 완성한 괴물 고동의 대변신

-겉보기와 다른 너무 착한 괴물의 속마음

우리들 속마음도 그렇겠지..?!!


이틀 전(19일 현지시각) 내가 살고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아드리아 해산 괴물 고동을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생전 처음 만난 고동으로 크기는 어른들의 주먹보다 더 크다고 했다. 또 한 마리의 무게는 300그램에 육박했다.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시장에서 귀가한 즉시 고동은 곧바로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거장으로부터 배운 요리의 세계


단단한 껍질을 작은 망치로 깨뜨려 속살 전부를 취해놓고 보니 3마리만 해도 큰 접시에 가득찼다. 그리고 곧바로 초벌 요리에 들어갔다. 그런 다음 고등들은 잠시 냉장고 속에서 숙성과정을 거쳤다. 1박 2일의 시간이 경과한 오늘(20일) 오후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다. 


꽤 까다로운 요리 과정을 거치는 동안 괴물 고동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드리아해서 뭍으로 올라온 괴물의 대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기록하는 브런치 글은 괴물 고동의 대변신 과정은 물론,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로불리우는 괄띠에로 마르께지 선생의 요리철학을 담았다. 


나는 선생으로부터 현대 이탈리아 요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등에 대해서 특강 시간을 통해서 깨닫게 됐다. 대단한 행운이었다. 오늘 소개되는 괴물 고동의 요리는 선생의 가르침에 힘입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 현장은 이랬다.




요리를 하기 전에 요리사가 숙지해야 할 사항


위 자료사진은 이미 관련 브런치에서 만난 사진으로 괴물 고동을 해체했을 때의 싱싱한 모습이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오늘 오후에 촬영된 것이다. 본격적인 요리에 착수하기 전에 초벌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뜨거운 팬 위에 고동을 올려놓고 비노 비앙꼬 한 컵 분량을 넣은 다음 재빨리 뚜껑을 덮었다. 


자료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촬영된 것으로 비노 비앙꼬가 졸아들 때까지 뚜껑을 열지않는게 좋다. 가까이서 끓는 소리를 들으면 자글자글 소리가 점차 약해질 것이다. 그 때 불을 끈다. 이같은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다름아니다. 요리사들은 요리를 하기 전에 식 재료가 어떤 성질과 맛 등을 지녔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탈리아 현대 요리의 사조는 이러하다. 대가의 가르침이다. 비노 비앙꼬는 고동의 잡내를 잡아주며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만 숙지해 두어도 해산물 요리는 매우 쉬워진다. 따라서 식재료의 출신지와 원재료 파악을 해야하는 것이다.



3단 분리 과정을 거친 괴물 고동


위 자료사진 두 장은 괴물 고동을 3단 분리해 놓은 모습이다. 몸통 뒤에 따라붙은 내장을 두군데로 나누었다. 이 과정을 거치기 전에 흐르는 물에 다시 깨꿋이 손질해 그릇에 나누어 담은 것이다. 이들은 곧 다음 과정으로 요리될 것이다. 편의상 몸통을 #1이라 하고, 그 다음 내장을 #2라 하고, 우리가 똥으로 부르는 마지막 부분을 #3이라 한다. 

비노 비앙꼬 사우나(?)를 마친 #1과 #2는, 마늘 기름을 두른 센불의 팬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그리고 대파를 서너 토막으로 잘게 썰어 놓고 뚜껑을 덮는다. 팬 속에서 난리가 아닐 것이다. 그다음 미리 준비해 둔 적당량의 따뜻하거나 끓는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다음 약불로 뭉근히 오래 끓인다. 나는 물 1000cc 정도의 분량과 20~30분 정도 끓였다. 




접시 위에 그리는 요리의 세계


초벌 요리에서 맛을 본 괴물 고동의 식감은 조금 질긴 편이었다. 따라서 칼집이 잘 들어갈 정도로 잘 삶아야 했다. 그동안 한쪽에서는 괴물 고동에 필요한 살사 준비에 돌입했다. 미리 분리해 둔 #3에 올리브유와 깨소금 및 고추냉이 살사를 넣고(내가 좋아하는 량 만큼) 비노 비앙꼬로 질감을 조절했다. 색깔이 까맸다. 


이 색깔이 괴물 고동 요리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고동이 살았던 아드리아해의 갯벌 혹은 바닷속을 떠올린 것이다. 대가께서는 어디를 다니더라도 늘 스케치북과 잡기장 등을 들고 다녔다. 특히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곧바로 노트해 놓고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들은 매우 단순하고 눈에 잘 띠며 맛도 좋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접시 위에 그려지는 것이다.



버터로 금박을 입힌 괴물 고동의 몸통


앞에서 살펴본 바 고동이 맨 처음 사우나를 하고난 다음 뜨거운 욕탕에 들어갔다면, 이번에는 때를 벗기고 광을 내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다. 잘 삶겨진 고동은 다시 흐르는 물에 잘 헹궈 키친타월로 물기를 잘 닦아 낸다. 이렇게 준비된 고동 속살은 전복과 문어맛과 비슷한 식감과 풍미를 풍겼다. 



그 다음 뜨거운 팬 위에(위 자료사진 왼쪽) 올리브유와 버터를 1:1 비율로 올린 다음, #1 몸통 전부를 투입하고 하나씩 하나씩 뒤집어 가며 겉면이 노릇하게 금박을 입힌다. 꽃단장을 마치고 곧 손님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괴물 고동의 원재료는 대가의 가르침에 따라 접시 위로 올려지게 된다.




겉보기와 다른 너무 착한 괴물 고동의 속마음


내가 바를레타에 살기 시작하면서 아침운동을 통해 거의 매일 만나는 바다가 아드리아해이다. 바다는 거의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어떤 때는 사납게 또 어떤 때는 매우 착한 모습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변덕쟁이가 바다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바다의 겉모습은 주로 이러하지만 바다속은 전혀 다르다. 괴물 고동이 살았던 바다속도 뭍에서 보던 바다와 사뭇 다른 것. 고동은 바다속에서 먹이사냥을 하며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평화롭게 살고있었을 것이다. 내가 접시 위에 올려야 할 요리는 그들이 살던 고향의 풍경을 담아야 했다.




3유로로 완성한 괴물 고동의 대변신


앞에서 잠시 언급한 #3으로 만든 살사는 괴물고동이 살았던 갯벌을 표현했다. 우리가 고동을 핀으로 빼 먹을 때 입안에서 풍기는 그 맛 그대로 느껴진다. #1의 몸통은 고동이 살았던 바다속 은신처로 큼지막한 바위를 상징으로 그려넣었다. 그 다음 녀석들이 살던 바다속 풍경을 담아야 했으므로 바닷가로 나가 야생 루꼴라 꽃잎으로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녀석들이 살았던 바다속에는 갯벌과 함께 모래가 널려있었을 것이므로 호두를 잘게 다져 흩뿌려 장식했다. 호두는 고동이 가지지 못힌 고소한 맛을 더하는 요술쟁이나 다름없다. 



놀라지 마시라..! 이틀 전 관련 포스트에서 일부러 생략한 녀석들의 가격은 3킬로그램에 3유로 밖에 하지않았다. 우리돈 4천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구입한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괴물 고동을 발견하고도 요리법을 제대로 몰라서 내 차례가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해야 겠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주로 이런 방법으로, 원 식재료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하여 화려하고 현란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것이다. 내가 배운 요리사의 세계는 따라쟁이가 아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리체타를 흉내내면 요리 만드는 기술자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자기만의 요리법을 터득하여 아름답고(il bello) 맛있으며(il buono) 식재료 본연의 맛(e coincidono)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대가의 가르침이다. 당신의 요리철학이 가미되야 한다는 것. 아드리아해서 본의 아니게 붙들려온 괴물 고동의 대변신은 이들의 속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사는동안 바다처럼 변덕을 부릴 때가 적지않다. 그러나 본심은 선하디 선한 것. 맛있는 요리를 코 앞에 두면 보다 더 착하게 된다.


관련 브런치 글: 내가 접수한 아드리아해의 괴물
TRASFOMAZIONE DEI MOSTRI ADRIATICI
il 20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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