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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6. 2019

함박눈 오실 때 뭘 먹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맛깔난 세상

호주머니 사정이 빈약했을 때.. 또는 그 이상의 맛이 그리울 때..!!



오늘(25일 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의 기온은 섭씨 11도씨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봄 날씨 혹은 가을 날씨를 닮았다. 겨울 온도가 영상을 가리키고 있지만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영하의 날씨처럼 차갑다. 요즘은 우박을 동반한 비까지 흩뿌리기도 한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12월 말 현재 날씨는 이러하다. 

같은 시각 우리나라의 날씨를 열어보니 영상 2도씨를 가리키고 있다. 겨울은 이곳과 대략 10도씨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이런 차이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영하의 기온이 한파로 변하면 세상 모든 게 꽁꽁 다 언다. 그래도 서울은 조금은 나은 편이다. 

 



위도를 조금 더 높여 북위 40도 위 혹은 근처에서는 영하 수십도 이상의 매서운 한파를 몰고 오는 게 동북아시아의 날씨이다. 한 때 중국의 연변 등 조선족 자치구에서 만난 날씨는 영하 30도씨를 가리켰다. 이날 호텔 바깥은 냉동실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런 날 외출은 잠시는 괜찮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자칫 저체온증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는 날씨이다. 


따라서 이 같은 겨울 날씨를 보이는 북반구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로 몸을 녹인다. 러시아의 보드카가 그렇고 중국의 고량주가 그렇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안동소주가 그러하다. 술의 도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북반구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중남미에서는 삐스꼬나 테킬라의 도수도 이와 비슷하다. 희한하지.. 그 더운 적도의 나라에서 독한 술을 마시면 오히려 시원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나의 체험담이다. 




술 이야기를 잠시 꺼내 든 건 다름 아니다.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면 그냥 술만 마시는 게 아니란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술을 어떤 방법으로 즐긴다 해도 그곳엔 반드시 안주가 필요하다. 심지어 맥주를 마실 때도 '잡담'이라는 안주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호주머니 사정이 빈약하고 가난할 때 혹은 당신의 입맛에 너무 착 달라붙었던 술안주 중 하나가 있을 것이다. 내겐 '닭똥집'이 그랬다. 


함박눈이 퍼엉펑 쏟아지는 날.. 우산도 받치지 못하고 함박눈을 머리에 이고 또 어깨에 걸친 날이다. 포장마차에 머리를 먼저 들이밀고 소주잔부터 챙기는 것이다. 함박눈이 오시면 대체로 포근한 날씨지만 애주가의 버릇은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술을 찾는 것이다. 이런 때는 추위보다 분위기가 한몫 더 거드는 것이다. 혹시 기상이변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 함박눈이 쏟아질 리가 없다. 



그런데 사흘 전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느닷없이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졌다. 아침운동을 끝마치고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우박이 쏟아지던 시점부터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생쥐꼴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날 장을 봐 온 닭똥집을 우리나라 버전으로 신속히 만들아 봤다. 본문의 자료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완성된 닭똥집 요리는 깨소금을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다. 함박눈과 우박을 표현해 봤다. 



닭똥집 요리는 라면 끓이는 것보다 더 쉽다. 뜨겁게 달구어진 팬 위에서 마늘 기름을 만드는 즉시 필요한 만큼의 닭똥집을 넣는다. 이때 반 컵 분량의 비노 비앙꼬를 첨가하고 뚜껑을 덮는다. 대략 3분 이내에 다시 뚜껑을 열고 조미간장 한 큰 술 반을 넣고 다시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조렸다. 팬에서 육즙이 다 졸아들기 시작하면 설탕(zucchero canna integrale) 몇 꼬집을 넣고 잘 섞어준다. 끝! 참고로 나는 백설탕을 절대 먹지 않는다.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맛깔난 세상이 돌아오는 겨울이다.



VENTRIGLI DI POLLO AL POMODORO
il 25 Dicembre,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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