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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7. 2020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 가로수길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주 바를레타의 명물


세상에 이런 풍경도 있었다..!!



피렌체서 살다가 바를레타로 이사를 떠나면서 조금은 걱정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르네상스의 고도가 주는 넉넉함에 잠시 빠져 살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작은 낯선 도시 때문이었다. 생전 듣보잡의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가 나에게 혹은 아내에게 만족감을 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먼저 피렌체서 만난 지인과 함께 현지답사를 나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먼저 현지를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대략 열흘 동안 이 도시 곳곳을 탐사에 나섰다. 현지 답사에서 만난 이 도시는 나를 즈윽이 놀라게 만들었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서 만난 도시들과 다른 새로운 느낌을 안겨준 것이다. 




인구 10만 명도 채 안 되는 도시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피렌체가 연중 이방인들(관광객)로 들끓는 도시라면 이곳은 시민들이 도시를 열정적으로 가꾸는 곳이자 아끼는 곳이었다. 또 주말이나 행사 때가 되면 피렌체 보다 사람들이 더 붐볐다. 주로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도시는 온통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데다 카페나 리스또란떼는 매우 고급스러웠다. 이들 시민들의 선조들이 피땀 흘려 지킨 덕분에 오래된 건축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부터 구도시는 작은 박물관처럼 변해있었다. 


또 비가 오시거나 밤이 되면 대리석들은 반들거리며 보석으로 변하는 것이다. 나는 즉각 이 도시를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가 이탈리아의 장화 뒤꿈치 바로 아래에 꼭꼭 숨겨져있었던 것이랄까..




그러한 잠시 나를 흡족하게 만든 풍경이 곧바로 내 앞에 나타났다. 지인의 안내로 시내를 둘러보고 지근거리에 위치한 바닷가로 나서면서 전혀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 거이다. 15미터는 더 될까.. 대략 5층 아파트보다 더 높은 종려나무 가로수길이 길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가로수길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인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어서 이런 풍경에 익숙해 별다른 감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은근슬쩍 부러운 것이다. 그러나 전혀 내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를 둘러보는 동안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새로운 도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낯선 도시는 이방인에게 곁을 내주며 "꼭 다시 오세요"라며 보채는 듯했다.




지난 8월 답사를 마치고 이사를 온 후부터 답사할 때 찜해둔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걷기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종려나무 가로수가 얼마나 길게 이어지고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천천히 둘러봤다. 본문에 삽입 된 자료사진에 나타난 인도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시민들이 운동을 하는 코스였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이 나무의 수령이 궁금했다. 주변에 있는 나지막한 키의 종려나무만 해도 수십 년 혹은 100년은 훌쩍 넘은 것들이어서 아름드리 이상의 종려나무 수령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는 행인에게 나무의 수령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500년도 더 되었어요!"



해 뜰 때부터 시작한 아침운동이나 해 질 녘에 걸었던 이곳 종려나무 가로수는 바닷가를 따라 대략  3,5킬로미터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시민들 중에 누군가 운동량을 체크하기 위해 보도 위에 페인트로 거리를 100미터 혹은 1킬로미터 단위로 표시를 해 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걸었던 운동코스 머리 위로 500년도 더 된 종려나무가 늘 굽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대견한 마음에 카메라에 담았던 풍경들이 나의 브런치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종려나무의 종류는 2800여 종에 이르는 나무이며 수명도 각기 달랐다. 또 바이블의 기록에는 승리와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종려나무와 관련된 자료는 방대했다. 기회가 닿으면 신비로운 이 나무에 대해 보다 더 꼼꼼히 챙겨볼 생각이다. 피렌체서는 물론 아직까지 이탈리아에서 이런 명물을 본 적이 없다. 종려나무 가로수길이 없었어도 우리의 계획에 따라 피렌체서 이곳 바를레타로 이사를 왔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를 결심한 직후 뜻밖의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행운이었다.



ALBERATA DELLE PALME_BARLETTA
il 06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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