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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6. 2020

어떤 유혹

-성깔 보여준 아드리아해의 바람

난 네가 좋아 진짜로..!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가 새해 첫날 같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있다. 이런 일은 혹시 태양계 바깥이라면 몰라도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이나 모든 육축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이란 걸 너무도 잘 안다. 이 땅에 태어나는 즉시 이 땅의 법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행동도 다르다. 그들 스스로 만든 법칙 혹은 습관 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은 대자연의 현상도 별로 다르지 않다. 태양계의 순환이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그중 바다가 유별났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바다가 어느 날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달콤한 유혹이었다.



달콤한 유혹


유혹의 형태는 다양하다. 남녀 관계는 물론 물질이나 세상사 전반에 걸쳐서 사람들을 꼬드기고 있다. 또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등에 대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유혹에 따른 어떤 선택은 가끔 행운을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혹'이란 말 자체가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나쁜 방향으로 꼬드기는 것이기 때문에, 유혹으로부터 즉각 멀어지는 방법 외 다른 방법이 없다. 내게 일어난 유혹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위에서부터 스크롤바를 내리는 순서대로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바닷가 풍경을 담았다. 이곳은 거의 매일 아침운동을 나서는 곳이다. 한 때 아침운동 코스를 두 군데로 잡았지만 어느 날부터 방파제 코스를 주로 선호하게 됐다. 방파제 위를 걷다 보면 보다 평면적인 해변보다 시야가 더 확보되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다. 




또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가끔씩 나를 힘들게 하던 요통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한 바 맨발로 해변의 모래밭을 걷는 동안 거짓말같이 요통이 사라진 것이다. 생각건대 모래가 발바닥을 마사지하면서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요즘 아침운동 코스는 방파제 쪽인데 집을 나서는 순간 알 수 없는 유혹에 빠진 것이다.



유혹을 이기고 만난 성깔 사나운 바다




집을 나서는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간간히 비가 흩뿌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절반이나 끼었지. 갑자기 찬기운이 온몸을 휘감으면서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따라서 나서던 발걸음을 잠시 되돌려 집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속에서 강력한 유혹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늘 하루 쉬어! 날씨도 사납잖아!!"



유혹으로부터 멀어지며 좌표를 점검할 시간


아침운동 하루 거른다고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날 것도 아니고 시쳇말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닌 일이다. 또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는 것도 아니며 선택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날 유혹이 강하게 다가왔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유혹은 나의 좋은 습관에 급제동을 거는 것이었다. 


따라서 집을 나서다 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가 잠시 선택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나에게 엄습한 유혹은 게으름의 또 다른 모습이었으므로 당장 뿌리치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리고 방파제 앞에 서기도 전에 엄청난 바람이 비를 흩뿌리며 나를 가로막아 섰다. 



이때부터 나의 작은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울부짖는 바다를 향했다. 성깔 사나운 바다가 나를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그리고 방파제 위로 지나던 시민 한 사람이 손짓을 하며 돌아가기를 종용했다. 그도 나와 비슷한 유혹을 견디고 아침운동을 나왔던 것이다. 나는 돌아갈 수 없었다. 지금 너의 성깔에 굴복하고 나면 너희들은 무시로 나에게 습관처럼 제동을 걸 게 분명했다. 속으로 외쳤다. 


(그래! 앙칼진 네가 너무 좋아!!) 



잠시 유혹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바다는 봄볕을 머리에 이고 내 품에 안겼던 게 아닌가. 그동안 바다는 내게 사나운 모습보다 착하고 예쁜 모습을 보다 더 많이 보였다. 만약 사실이 그러하지 않았다면 운동코스를 방파제로 옮기지 않았을 게 아닌가. 


뒤돌아 보니 내가 살아가면서 겪은 유혹은 매우 사소한 것으로부터 나의 삶을 송두리째 말아먹을 만치 중대한 것까지 다양했다. 새해 해돋이가 시작된 이래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나는 다시 나의 좌표를 점검하며 유혹의 늪에 빠져 허우적이던 시간을 뒤돌아 보고 있는 것이다.



TENTAZIONE_IL MARE ADRIATICO
il 05 Gennaio 2020,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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