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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5. 2020

감자의 영혼

-주방에서 감자 싹을 틔워 봤더니

인간에게만 영혼이 존재하는 것일까..?!



지난해 12월 시장에서 감자를 사 왔다. 그리고 부지런히 먹어치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 한쪽에서 감자가 남아돌고 있었다. 감자 몇 개만 사 먹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한 대로 이곳의 야채와 과일의 가격은 거의 공짜 수준이었다. 그리고 시장에서 내다 파는 감자의 가격은 킬로그램당 1유로 남짓했다. 슈퍼마켓에서는 감자 몇 개를 저울에 무게를 달아 살 수 있었지만,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굴러다니던 대여섯 개의 감자에서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부랴부랴 남은 감자를 먹기 위해 손질을 했다. 그리고 감자에 돋아난 싹을 잘라 팩 위에 주방용 종이를 깔고 물에 적신 다음 감자 싹을 올려놓고 주방 한쪽 모퉁이에 두었다. 그런데 잠시 잊고 지내던 녀석들이 어느 날 왕성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적신 종이를 발판 삼아 사방으로 뿌리는 뻗어가며 제법 긴 줄기를 키워내고 있었던 것이다.(어쭈구리 요것 봐라..!) 




이때부터 녀석들의 대우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살던 녀석들을 보다 밝은 곳으로 이주시킨 것이다. 그리고 사흘 전 새해가 밝은 후 녀석들의 성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뿌리뿐만 아니라 녀석들의 줄기에서 눈에 띌까 말까 한 촉수들이 무수히 자라고 있었다. 재밌는 일이자 신기한 장면이었다. 


밭의 작물들은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배운 지식 속에서 '식물의 귀'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별에서 우리보다 수억 년이나 더 빨리 태어난 녀석들은 사실상 지구별의 주인이나 다름없다. 만에 하나 다시 한번 더 지구별에서 빅뱅 혹은 천지개벽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그때 다시 살아남을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생명이 식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고 영혼은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행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탈리아에서는 감자 싹은 물론 양파나 마늘 등에 돋아나거나 속에 든 싹 부위를 아니마(Anima_영혼)라 부른다. 식물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날마다 식물들의 영혼을 먹고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 영혼들이 우리 몸속에서 우리 영혼을 살찌우는지도 모를 일이다. 참 신기한 녀석들.. 당분간 함께 동거하기로 했다.


OSSERVAZIONE_ANIMA DELLE PATATE
il 05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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