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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9. 2019

새해 해돋이 명소에서 만난 장관

-새해 소망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

사람들의 새해 소망은 주로 어떤 것일까..?!


사흘 후면 새해가 밝아온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갖가지 소망을 안고 전국의 해돋이 명소를 찾아 나선다. 해돋이 명소라고 이름을 붙인 장소는 일출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집 근처 앞동산이면 몰라도 당신이 살고 있는 장소로부터 먼 곳 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그랬다. 서울에서 남도로 서울에서 제주도로 서울에서 서해로 서울에서 동해안으로 서울에서 설악산 등지로 해돋이 명소를 찾아 나서곤 했다. 



이른 새벽부터 줄지은 인산인해의 태백산 등산로




예컨대 새해 첫날 해가 뜨는 시각이 오전 7시 30분이라고 가정하면, 미리 현장에서 1박을 하거나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서둘러야 한다. 오늘 브런치에 소개되는 새해 해돋이 명소는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태백산( 太白山)이다. 고려 때부터 여기서 관리와 백성들이 천제를 지내왔던 곳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 앞에서




태백산은 강원도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 경상북도 봉화군 경계에 있는 높이 1,567m의 산이다. 태백산의 장점은 산이 가파르지 않아 남녀노소 아무나 어느 때나 오를 수 있을 정도이다. 대략 2시간 정도의 산행을 통해 천재단에 오르면 하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4시간이면 족하다. 이 산의 정상에 위치한 천재단은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온 곳이다. 



천제단으로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



왼쪽 검은 외투에 빨간 배낭을 등에 진 사람이 나 보다 앞서간 아내의 모습이다.


기록에 따르면 (위 자료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천재단의 둘레는 27미터, 폭은 8미터, 높이는 3미터로 자연석으로 쌓은 20평가량의 원형 돌 제단이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자료에는 왕이 친히 천제를 올린 곳이다. 또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신라에서 오악(오악(五嶽)은 한국의 이름난 다섯 산을 뜻한다. 동악은 금강산을, 서악은 묘향산을, 남악은 지리산을, 북악은 백두산을, 중악은 삼각산을 뜻한다.) 가운데 북악으로 만들어 봄,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고 전한다. 



아울러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 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낸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구한말에는 쓰러져가는 우국지사들이..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지낸 매우 성스로운 제단이다. 1989년 5월 13일에 강원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16년 4월 15일 국립공원으로 승격이 결정되었다. 2016년 8월 22일부터 대한민국의 22번째 국립공원이 되었다. 아내와 함께 다녀온 해돋이 명소 태백산의 배경이 주로 이러하다.



새해 소망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는 이날 아침 서둘러 산행 준비를 마치고 서울에서 태백산까지 이동했다. 산기슭애 도착하니 깜깜한 새벽이었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태백산에 얽힌 기록이나 전설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해돋이 명소로 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찾은 것이다. 평소 같으면 등산로가 충분히 넓을 텐데 이날은 발 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로 비좁아 터졌었다. 


얼마나 비좁았으면 옆 사람의 발 위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더군다나 해드 렌턴에 의지해 걷는 캄캄한 등산로는 누가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떠밀리며 정상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새해 소망이 얼마나 간절하면 이런 풍경이 연출되는 것일까.. 




사람들의 소망들을 모아 보면 대체로 나의 건강은 물론 가족의 건강, 수능, 돈 별이, 승진, 결혼, 다이어트, 금연 등등 세월이 바뀔수록 별의별 소망들이 총동원된다. 등산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가슴속에 주로 그런 소망들을 담고 천제단을 찾은 것이다. 우리 내외 또한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날 천제단으로 발길을 옮기는 동안 새해 소망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 것이다. 




천제단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하얀 눈으로 덮였고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피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또 사람들은 지남철에 이끌리듯 천제단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천제단에서 하산하는 즉시 우리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질 게 아닌가..



천제단에 제를 올리고 하산하는 사람들




사람이 자산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소망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만드는 것이다. 천제단에 올라 해돋이를 보면서, 새해 소망을 빌러 갔다가 사람을 만나 감동하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멀리서 줄지어 하산하는 사람들 속에 조금 전까지 우리가 포함됐었다. 새해에도 사람을 잘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미리 소망해본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쓰다.

LA NOSTRA VIAGGIO IL MONTE TAEBAEKSAN
Parco Nazionale TaebaeKsan Gangwondo CORE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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