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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2. 2020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

-까뇽 델 꼴까에서 만난 파충류 한 녀석

절묘한 변신.. 그러나!!



그냥 지나칠 뻔했다.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나의 뷰파인더에 포착된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가 살고 있었던 장소는 지구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인 까뇽 델 꼴까(Il Canyon del Colca)였다. 영어식 표현에 익숙한 사람들은 콜카 케니언으로 부르는 곳. 


해발고도 3,270미터(10,730 ft)에 위치한 이 협곡은 페루의 아레끼빠로부터 대략 16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협곡의 깊이는 4000미터가 넘는다. 남미 여행을 계획한 분들이라면 꼭 가 보고 싶어 하는 명소가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까뇽 델 꼴까에서 만난 파충류 한 녀석이 살고 있었던 장소.. 그의 선조들을 기념할만한 곳이었다.


생김새는 보통의 도마뱀과 전혀 달랐다. 마치 공룡을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에서 도마뱀이라 부르기 쉽지 않은 것. 도마뱀아목(Lacertilia)은 뱀목에 딸린 측계통군으로 지구별에는 5,600여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장지도마뱀과 전혀 모습이 다른 것이다. 장지 도마뱀이 착하게 생겼다면 녀석은 철갑을 두른 장수 같은 외모를 갖춘 것이다. 


짧은 순간 여행자와 맞닥뜨리면서 순간적으로 둘 다 숨을 멈춘 듯했다. 그는 한 인간에게 노출되는 즉시 포획당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꼈을 것 같다. 반면에 한 인간은 그가 그 장소에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며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알을 굴리며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 여차하면 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랄까.. 녀석의 변신은 절묘했다. 그렇지만 그의 정체가 한순간 탄로 난 것이다. 한 때 지구별의 주인이었던 그의 선조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살아남기 위해 작은 개체로 변신했다. 그런 그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오래토록 살아 남기를 바란다.



LA NOSTRA VIAGGIO SUD AMERICA 
Il Canyon del Colca nel sud del PERU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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