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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0. 2020

비행기에서 잠만 잘 텐가

-하늘에서 내려다본 상트페테르부르크

인류 최고 발명품들을 한 곳에 모아보니..!!




아내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이탈리아로 떠날 결심을 굳힌 후 아내는 수많은 밤을 홀로 지새웠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아내는 한국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쉽지.. 이 같은 일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속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또 알 필요도 없겠지.. 세상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원치 않아도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가치가 공존한다. 



지구별에 사는 인류는 언제부터인가 통신수단 등의 발달로 인해 지구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살고 있다고 해도 문명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어느 날 도둑처럼 다가온 것이다. 그중에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꼽으라면 나는 맨 먼저 비행기를 향해 엄지를 척~든다. 



역사는 만약을 허락하지 않지만 현대에 비행기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여전히 지구별 여행에 매우 힘든 과정을 격을 게 틀림없다. 최소한 수 백 년 전  대항해 시대만 고려해 봐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기나긴 여정을 단 하루 만에 공간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일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내는 내 곁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직후부터 우리가 탄 비행기는 중국의 푸동공항을 거쳤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환승을 해야 했으므로 환승 시간이 턱 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비행기는 계류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감안해 보니 뛰어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것처럼 푸동공항에 내리자마자 티켓팅을 위해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했으므로 아내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어떤 때는 큼직한 케리어 두 개를 공항의 길바닥에 내팽개쳐 두고 뛰어다녔다. 




공항 직원들에게 티켓팅 장소를 물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중국어로 말하며 하나하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 결과 마침내 이탈리아행 티켓을 손에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출국장에 다가서니 시간은 10분 정도 남았었다. 우리가 뛰어다닌 시간만큼 벌어들인 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출국장 옆에 위치한 커피숍에 들러 진한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목도 말랐지만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 커피 한 잔에 녹아들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쉰 것이다. 비행기가 푸동공항에서 프랑스로 이동하는 동안 아내는 내 옆에서 곯아떨어졌다. 



그 시간.. 나는 좌석 앞에 붙어있는 내비게이션을 통해 우리가 타고 있는 비행기의 이동 경로를 보고 있었다. 네비는 어느덧 러시아 상공을 지나고 있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San Pietroburgo)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이때부터 뷰파인더에 포착된 장면들이 요란한 셔터음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북서쪽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수도 모스크바에 버금가는 큰 도시로 이곳의 인구는 500만 명이 더 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네바 강은  라도가 호 서쪽으로 흘러 하류에 큰 삼각주를 형성하고, 핀란드 만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인데 마치 용틀임의 현장을 목격하는 것처럼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함께(Collaborazione)한 덕분이었다.





나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손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몇 가지를 말한다. 첫째 비행기.. 둘째 카메라.. 셋째 인터넷을 꼽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을 풍족함 이상으로 만드는 이 같은 발명품 혹은 꼴라보가 없었다면, 나의 브런치에 남기는 이 같은 기록은 도무지 불가능한 것으로 전무후무한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비행기에서 잠만 잘 텐가.. 우리의 꿈같은 여행을 실현시켜 줄 비행은 피곤하다. 여행지를 향해 공간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적지 않다. 집에서부터 공항까지 다시 공항에서 탑승할 때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여행자를 지치게 만든다. 그런 일들은 마약을 마신 듯 잠시 들뜬 마음에 가능하지만 탑승한 이후 맥이 풀리게 된다. 



혹시라도 비즈니스석에 앉으면 모를까 좁아터진 이코노미석에 앉으면 차렷 자세로 기나긴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잠시 해방시켜줄 장치가 있다면 티켓팅을 할 때 창가에 위치한 좌석을 노리는 것이다. 대양이나 악천후를 제외하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여행을 보다 즐겁게 만드는 동시에 여행의 백미를 제공하는 장소인 것이다. 



앞에서 대략 살펴본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그런 셈이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거나 특정 나라와 도시의 상공을 지나치게 되면 옛날의 신선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요지경이 발아래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상공에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선물한 장관을 가슴에 품으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먼 나라 먼 여행지를 오갈 때마다 설렘 가득 했던 기억들이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나를 반기는 게 비행기였다. 



그때부터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급변하는 나를 보게 된다. 이런 심정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 승무원들이다. 남들 다 잠들어 있는데 복도를 서성이며 피사체가 잘 보이는 곳을 찾아 나선 1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나를 위해 어느 날 어떤 승무원은 나를 조용히 불러 승무원들만의 공간으로 데려갔다. 파타고니아 투어에 나설 때였다. 그곳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작은 창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세상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비행기에서 잠만 잘 텐가..?!!



IL NOSTRO VIAGGIO IN ITALIA CON MIA MOGLIE
il 05 Agosto 2018, San Pietroburgo dal cielo RUSS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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