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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19. 2020

그곳에 가면 삶을 사랑하게 된다

-나스카인의 미라에 새겨진 메시지

*주의: 노약자나 어린이 임산부 및 심장이 약하신 분은 이 포스트를 열지 마시기 바랍니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단 본 나스카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사막을 잠시 적셔주던 강 조차 건기가 되어 다 말라버렸다. 그곳 리오 라스 뜨랑까스 강 ( Rio Las Trancas) 곁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스카 지상화(Le linee di Nazca)가 있는 곳. 나의 브런치에 그곳에 관한 글 하늘에서 내려다본 나스카 지상화를 소개해 드린 바 있다. 아내와 함께한 이 여행에서 아내는 곡예비행이 만든 멀미 때문에 초주검을 겪었다. 



당시 아내의 표현에 따르면 '죽을 것 같았다'는 것. 대개 사람들은 이런 고통이 다가오면 '이제 죽는구나'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죽음은 그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을 사건일 것이다. 나는 한술 더 떴다. 피렌체서 이탈리아 신분증( Carta d'identità)을 만들 때, 한 여직원이 최종 과정에서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저.. 죄송하지만 만약 죽게 된다면 시신 기증 의사가 있어요?"



당신의 질문이 조금은 낯설고 외경스러웠는지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즉시 어떤 말이든 둘러대야 했다. 그래서 "내가 믿는 종교는 가톨릭이며 부활을 믿는다"라고 얼버무렸다. 그녀는 그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박에 눈치를 채고 서류에 나의 의사를 끼적거렸다. 



그런 잠시 후 나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다. 내가 언제부터 부활을 믿고 있었단 말인가.. 이런 물음에 답해줄 근거는 인류문화사가 시작된 이래로 숱하게 많았다. 인간들의 내세관에는 죽은 사람이 부활할 것을 대비해 미라를 만드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미라(Mummia)를 떠 올릴 때 고대 이집트인들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가 학습해 온 미라는 사후세계와 부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사람이 죽게 되면 영혼은 잠시 육신으로부터 분리되었다가 시간이 얼마간 경과하면, 그 영혼이 다시 육신으로 되돌아온다는 그럴듯한 믿음이 작용한 것이다. 인간들의 삶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큰 것인지 미라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미라 발굴현장의 모습이다. 저 아래 생생하게 보존된 미라가 있었다.


한 때 심취했던 기독교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대답한 부활에 대한 믿음은 거의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나도 모르게 죽음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내가 죽게 되면 장기기증을 통해 나의 몸이 찢어발겨지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일을 태연하게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나는 부활을 하지 못할 망정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나의 육신이 함부로 훼손되는 게 싫은 1인이다. 



미라를 제작(?)하는 과정도 이에 못지않았다. 심장을 제외한 내장을 모두 빼낸 후 시신 안에 다른 물질을 채워 넣었다. 이런 행위는 사람들마다 서로 차이가 났다. 이른바 귀족들은 시신에 송진과 향료를 섞어 넣었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의 경우 톱밥이나 돌을 넣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 후 탄산나트륨을 이용해 건조하고 붕대(아마포)를 감은 후 관에 넣으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비단 이집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애용했다. 인간들의 욕망은 밑도 끝도 없었던 것이랄까.. 아내와 함께 떠난 남미 여행 당시 방문한 나스카인들의 공동묘지 치미떼로 디 차우치야(Cimitero di Chauchilla)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의 위치는 링크해 둔 바와 같이 페루의 나스카 주로부터 남서쪽으로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며 해발고도는 580미터에 이른다. 이곳에서 대략 1000년 전의 미라가 발굴되고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주변의 풍경은 당장이라도 귀신이 출몰할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본문을 열자마자 등장한 음산한 풍경이 그러하다. 그리고 발굴된 현장을 천천히 돌아보니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미라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었다. 또 어떤 미라는 두개골만 남은 것도 있었다.



이들이 묻힌 장소는 연중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대로, 시신은 사망 직후의 모습 그대로 말라 미라로 보존되고 있었던 것이다. 미라가 입고 있었던 복식을 참조하면 이곳에서도 사회적 신분이 작용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인간은 참 묘한 동물이지.. 글쎄, 죽고 난 이후 사후세계까지 이생의 신분을 가져가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빗으로 머리를 잘 닿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아마도 생전에 부모님이 물려주신 신체를 그대로 보존하려고 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 채색 토기 등을 통해 이곳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머릿속은 잠시 엉망이었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나스카 시내의 풍경.. 1000년 전과 사뭇 다른 전경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정리한 게 있다. 사후세계에 집착할 게 아니라 살아생전에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 사람들은 고고학적 가치로 타인의 무덤을 발굴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이곳은 생명을 귀히 여기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아무튼 죽음은 달갑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Cimitero di Chauchilla Nazca PERU'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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