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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23. 2020

지구별의 목구멍 속으로

-동굴 속에 갇힌 시간들

나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일까..?!



기억하시는가.. 위 자료사진은 지난 여정 지구별 속에 꼭꼭 숨겨진 명소에서 봤던 아름다운 장면이다. 세상에 빼곡한 명소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풍경이 칠레의 파타고니아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Puerto rio tranquilo)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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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북반구와 다른 남반구의 연말연시를 매우 색다른 풍경 속에서 지내게 된 것이랄까.. 포스트가 발행된 시점 또한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연휴이다. 현대는 극도로 발달한 핵가족 시대여서 명절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지하철 속 풍경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잠시 조상님을 기리는 차례가 끝나면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서 덕담이 이어진다. 손아랫사람들이 어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엎드려 큰 절을 올리면, 어른들은 손아랫사람들에게 "새해는 소원 성취하시게." 혹은 "새해 꼭 결혼하시게"라는 등 당신의 처지와 환경에 걸맞은 말씀을 해 주신다. 덕담은 주로 이러하다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롭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설날 풍경은 어느 날 나로부터 멀어지게 됐다. 부모님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시고부터 명절이 심드렁해진 것이다. 우리 집은 종가여서 명절 때만 되면 가족과 형제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제주가 맨 앞자리에서 차례를 이끌면 서열순에 따라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다. 



따라서 앞자리에 위치한 중부님이나 종형들에 가린 졸개(?)들은 차례상은 물론 제주의 모습을 잘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안방에서 시작된 차례가 툇마루를 거쳐 마당까지 이어지면서 축구장에서 본 파도타기 응원처럼 물결치며 차례가 이어지는 것이다. 제주가 헛기침을 해야 조아린 머리를 들고 차례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추억들.. 



그리고 세배가 이어졌던 것인데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여전히 차례는 간곳없고 세뱃돈에 눈독 들인 아이와 또래의 형제자매들이었다. 아이들에게 설날은 설빔과 함께 최고의 설렘이었다. 풍경만 조금 다를 뿐 요즘 아이들은 곧 휴대폰을 빼들고 좋아하는 앱에 매달리게 될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풍경들이 일상화된 것랄까.. 


설 연휴에 가족들의 유대감을 드 높여줄 볼거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파타고니아의 비경을 큼지막한 화면으로 연결하여 가족과 함께 보면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오늘 네 번째 여정으로 지구별의 목구멍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관련 브런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여정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뿌에르또 리오 뜨랑뀔로( Puerto rio tranquilo) 선착장을 떠난 후 마침내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에 접근한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 후손들은 이 작품 앞에서 시간을 계수한다는 게 어울리지도 않고 한참 모자란다. 

기껏 해봤자 100만 년.. 150만 년.. 이런 수는 써먹지도 못하는 빛바랜 동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조물주의 걸작품 앞에 당도하면 그때부터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벌어진 입을 다물고 정신이 들면 다행이랄까.. 까떼드랄 데 마르몰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마침내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이 펼쳐진 대장관 앞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탄 보트는 천천히 동굴 옆으로 혹은 동굴 속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천지개벽 당시에 만들어진 동굴들을 바라보며 단박에 신체의 일부분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나에겐 지구별의 목구멍쯤으로 다가왔다. 



이 목구멍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삼켰는지 군데군데 헐어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쉼 없이 먹어치운 시간들 때문에 목구멍은 반들반들 윤이 나고 있었다. 또 만져보면 얼마나 딱딱한지 다이아몬드에 비견될 정도였다. 



그런 한편 동굴 속을 들여보자 시간 속에 갇힌 구속된 자아들이 빼곡해 보이는 것이다. 물질의 세상에서 비물질의 시간 너머의 공간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나는 까마득히 멀어져 간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난 인간 최고의 가치가 가족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을 지내놓고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삼킨 저 동굴 속으로 들어가 당장 빼앗긴 시간을 찾아오고 싶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 AMERICA
Puerto rio tranquilo PATAGONIA CIL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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