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하면 더 특별한 야채 계란찜 요리
생각을 바꾸면 밥상도 달라진다..!!
오늘(한국시간) 한국으로부터 비 소식이 들려왔다. 나의 브런치를 늘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는 그분은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한다고 했다. 중년의 여성이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하는 습관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날 창밖으로 비가 오신다고 했다. 평생 봐 왔던 비가 뭐라고..
세상은 느끼기 나름이다. 똑같은 비라고 할지라도 시인의 품에 안기면 시어가 되고 농부에게는 단비가 된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다. 물에 대한 비유도 다르지 않다. 양이 마시면 젓이 되지만 뱀이 핥으면 독이 되는 것.
세상 사람들이 다 즐기는 국민 요리 계란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계란찜은 주로 뚝배기를 이용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등 다양한 리체타가 존재하지만 결과물은 다 거기서 거기..!
그런데 똑같은 계란일지라도 이탈리아인들의 생활문화 속의 계란찜은 조금은 낯설다.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 최고의 요리로 자리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꽤나 오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똑같은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계란찜이 단순하고 조금 밋밋하다면 이들의 계란찜은 영양학적으로 조금 나은 것 같다. 단백질과 야채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고 난 후 현지에서 즐겨먹던 계란찜도 한국식이었다. 계란만 있으면 후다닥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과 함께 먹으면 밥 한 공기는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것.
하지만 이틀 전의 계란찜 리체타는 달랐다. 집 앞의 로즈마리노(Rosmarino_Rosmarinus officinalis)가 보랏빛 꽃을 내놓는 것으로 보아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봄이 오시면 잘 먹어줘야 한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선조님들은 봄이 오실 때 보다 나은 식단으로 몸을 보양했다. 따라서 계란찜의 대변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계란+야채(bietole_bietola의 복수형)가 그것이며 겉모양 조차 다르게 구상해 봤다. 본문에 등장한 자료사진은 만들기에 너무 간단한 비에톨레 계란찜 요리(bietole con uova al vapore)로 산나물이 지천에 널린 나물 천국 한국에서는 큰 사랑을 받을 것 같다.
계란찜 한 공기를 절반으로 잘라 손접시에 옮겨담았다.
이틀 전 나의 브런치에 설날 아침에 이거 먹었다 편을 실었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야채 비에톨라 무침을 소개해 드린 것이다. 그냥 나물무침이지만 다른 게 있다면 들기름이나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 나물 무침을 계란찜에 응용하면 이탈리아 요리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탈리아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나만의 리체타가 필요했다.
나물무침에 유정란 적당량을 으깨 넣고 비비면 부침개 반죽처럼 변하게 될 것이다. 여기게 적당량의 물을 넣고 팬이나 냄비 속에서 쪄내는 것이다. 이때 사용한 용기는 공기 그릇이었다. 필요한 만큼의 양을 공기 그릇에 담아 팬이나 냄비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바닥에 물을 자작하게 채운 다음 한소끔 끓인다. 용기 바깥으로 김이 새 나오며 끓는 소리가 나면 약불로 낮추어 뭉근히 익혀주면 끝!
위 자료사진은 힘이 넘쳐나 보이는 소나무이다. 오늘(현지시각) 바닷가로 아침운동을 나서면서 고향땅을 생각하며 촬영한 가로수 사진이다. 꼭 기억해 두시라.. 소나무의 원산지는 한반도 한국 땅!!
그런 다음 공기 그릇째로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좋지만 접시에 덜어먹으면 보다 우아한 차림이 된다. 나는 이날 발상의 대전환으로 공기 그릇을 접시 위에 엎었다. 처음엔 그릇에 달라붙은 계란들 때문에 엎어지지 않아 주머니칼을 이용해 가장자리를 도려냈다. 쏙 빠져나왔다.
그곳에 로즈마리노 꽃잎을 장식한 것이다. 봄비가 추적추적 눈물처럼 하염없이 흐를 때 나물무침으로 만든 계란찜을 기억해 내시기 바란다. 환상이라는 단어는 이때가 가장 적합할 게 틀림없다.
BIETOLE CON UOVA AL VAPORE SEMPLICE
il 26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