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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31. 2020

5유로로 느낀 달콤한 행복

-아드리아해 대게 맛은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침샘이 꿈틀거리는 대게의 맛..!!



오늘(30일 현지시각) 오전 가끔씩 들르는 바를레타의 산 니꼴라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 야채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보통 재래시장을 들르는 날이면 아침 운동을 생략하게 된다. 천천히 걸어서 시내를 관통하면 대략 왕복 3킬로미터는 걷게 되는 곳에 재래시장이 위치해 있다. 


그곳은 매우 활기찬 곳으로 다른 곳에서 만난 재래시장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나는 생전 이런 재래시장을 본 적이 없다. 가격 때문이다. 특히 과일과 야채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이날 나의 작은 동전주머니에는 5유로짜리 지폐 한 장과 3유로 조금 넘는 동전 몇 닢이 들어있었다. 시장으로 가는 동안 어떤 품목을 골라야 할지 미리 생각하며 걷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을 설명하면 이날 장 본 품목과 가격을 알 수 있을까.. 비닐봉지에 든 건 좌로부터 양송이(Champignon) 1kg,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 1kg, 대게(granchio) 1.5kg X 3마리, 대파(Cipolla d'inverno ) 2kg이다. 이날 장을 본 네 가지 품목의 무게는 전부 5.5킬로그램인 것을 알 수 있다. 묵직했다. 




잠시 쉬면서 내려놓은 비닐봉지를 살펴보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늘어난 모습을 알 수 있다. 대략 1유로에 1킬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8 유로면 8킬로그램에 해당하는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쉬는 동안 비닐봉지 속의 내용물을 사진에 담았다. 그 속에 오늘의 주인공 아드리아 해산 대게가 들어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대게는 다리 마디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오늘날 커다란 게를 통칭 대게로 부른다. 그러므로 큼직한 아드리아 해산 게 (granchio)를 대게로 부르는 것이다. 이날 구입한 대게는 한 마리당 무게가 대략 500그램이었는데 3 마리(1.5kg)를 구입했다. 그런데 약간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평소 단골로 들르던 어물전 아주머니가 얼렁뚱땅 나의 요구를 무시하고 좌판에 있는 대게 전부를 봉지에 담아 10유로를 불렀다. 그래서 돈이 모자라니 절반을 덜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녀석들을 골라내니 대략 1.5킬로그램이 되었다. 따라서 아주머니는 7유로를 달라고 했다가 다시 6.5유로를 달라고 했다. 



나는 이미 야채를 구입할 때 동전 대부분을 사용했으므로, 5유로짜리 지폐 한 장과 몇 닢의 동전이 달그락거렸다. 그래서 동전을 다 긁어보니 5.5유로나 됐을까.. 동전을 계수하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그냥 5유로만 주시고 다음에 1유로를 달라"라고 했다. (다음은 무슨..!ㅋ)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대게를 깨끗이 씻은 다음 즉각 대게찜에 착수했다. 대게찜은 양념이 필요 없다는 것쯤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대게 맛이 이러하다 저러하다는 등의 수식어는 너무 촌스럽지 않은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게 맛 때문에 어느 광고에서는 "니들이 끼(게) 맛을 알아..?"라고 했을까.. 때문에 최고의 몸값은 물론 이탈리아 요리에서 '대게 인살라따(insalata di granchio fresco)'는 엄청난 비용(1kg/ 1인분=100유로 이상)을 요구한다. 또 한국에서 먹던 영덕대게만 해도 킬로그램 당 3만 원 이상은 지불해야 상품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구입한 아드리아해 대게의 비용은 공짜.. 그 자체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내가 선호하는 게맛은 게살 보다 게의 내장이기 때문에 게를 쪄낸 직후 가장 궁금한 게 게 껍질(게딱지라 부르던) 속이었다. 이날 깊은 팬 속에 물을 자작하게 물을 부은 다음 센 불에서 물이 끓는 걸 확인한 후, 약불에서 대략 10분간 쪄낸 아드리아해 대게는 전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속살은 꽉 차 있었으며 숟가락으로 맛 본 게 딱지 속의 육즙은 환상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럴까.. 우리나라에서 먹던 게맛 보다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드리아해 구석구석을 잠수하듯 대게 삼매경에 빠져든 것이다. 



시식은 대략 1시간 동안 비노 비앙꼬와 함께 이어졌고, 동원된 도구는 포르께따(Forchetta_포크), 꼴뗄로(Coltello_나이프), 젓가락, 수저, 호두 까는 도구 등이 동원됐다. 게 다리 껍질은 단단했으며 속살은 토실토실 탱글탱글.. 육즙은 먹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5유로로 느낀 달콤한 행복은 대략 이런 것. 아직 냉장고 속에 제일 큰 녀석 한 마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흠.. 니들이 끼 맛을 알아..? ^^



GRANCEVOLA ARTICA DAL MARE ADRIATICO
il 30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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