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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3. 2020

어느 식물과 나눈 대화

-식물의 영혼

내게 들려온 양심의 소리..!!



재밌는 일이 생겼다. 이틀 전(2일 현지시각)의 일이다. 장 봐온 치메 디 라파(위 자료사진)를 데쳐 나물을 만들려고 비닐봉지를 들추었는데.. 글쎄, 그 짧은 시간 동안 샛노랗고 앙증맞은 꽃을 내놓은 것이다. 분명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야채를 구입할 때는 꽃이 없었다. 만약 꽃이 피었다면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 치메 디 라파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줄기가 억세 져서 나물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물을 다듬기 위해 싱크대에서 봉지를 개봉한 결과 한 무리의 샛노란 꽃이 핀 것이다. 



나: 이것 봐라..! ^^

치메 디 라파: 아저씨 안냐세효. 안녕하세요..(와글와글 귀염귀염)


꽃들이 난리가 아니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 짧은 순간 봉지 안에서 꽃을 피운 것 같은.. 녀석들은 나의 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밭에서 줄기가 잘려 시장에 팔려 나온 몸이지만 자기를 데려간 주인의 착한(?) 마음을 읽고 꽃을 피웠다고나 할까.. 녀석들의 생존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나는 나물을 다듬으며 꽃잎을 내놓은 꽃대궁 두 개를 잘라 깨끗이 씻은 요구르트 병에 담았다.



나: 흠.. 넘 이쁘구나!! ^^

치메 디 라파: 브라보! 넘 고마워요 아찌!! (싱글벙글 왁자지껄)


그리고 잘 다듬은 나물은 펄펄 끓는 물에 데쳤다. 그랬더니 다시 내 마음속에서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나: 미안하구나 아가야 너를 뜨겁게 해서..

치메 디 라파: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만 너무 행복해요. 어차피 시들어 갈 텐데요 뭐..

주인님이 저를 보듬어 주셨잖아요.(방긋..^^)

나: 그건 네가 너무 사랑스럽고 탐스러웠기 때문이지

치메 디 라파: 글치만 사람들은 그저 식품으로만 여겼지.. 

주인님처럼 영혼을 가진 개체로 생각지 않거든요.(감샵니다..!! ^^)

나: 고맙구나 내게 말을 걸어주어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 너무 잔인해 ㅠ 

치메 디 라파: 아니에요. 주인님의 사랑은 너무 뜨거워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쑥스 쑥스..!!!)



모르는 일이다. 식물에게 영혼이 없었다면.. 이런 대화가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소통 가능한 텔레파시를 주고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녀석들은 내가 만든 요리의 장식으로 등장할 것 같다.


나: 그렇지 얘들아! ^^

치메 디 라파: 야호!!~~~ 감샵니당 ^^



CONVERSAZIONE CON CIME DI RAPA DEI FIORI
il 22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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