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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6. 2020

한 잔 어때요?

-달콤한 치메 디 라파와 매콤한 빤체따의 꼴라보

음식을 대하는 자세.. 이틀 전에 나의 브런치 어느 식물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상략).. 모르는 일이다. 식물에게 영혼이 없었다면.. 이런 대화가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소통 가능한 텔레파시를 주고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녀석들은 내가 만든 요리의 장식으로 등장할 것 같다.

나: 그렇지 얘들아! ^^
치메 디 라파: 야호!!~~~ 감샵니당 ^^





샛노란 꽃잎의 앙증맞은 꽃들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제철 채소 치메 디 라파의 꽃이다. 이틀 전 치메 디 라파를 데치면서 꽃대궁을 잘라 잘 씻은 요구르트 병에 담아놓은 것. 요리의 장식에 또 관상용으로 쓸 요량이었다. 

노란색은 봄의 색이자 봄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희망의 색이기도 하다. 또 어떤 나라에서는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색으로 말한다. 그런가 하면 낙천주의를 떠올리게 만들며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신비로운 색이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바닷가에 빼곡히 피어나는 게 노란 풀꽃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진다. 


치네 디 라파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올리브유 등으로 양념해 인살라따로 먹거나 파스타로 비벼먹는 등 다양한 리체타가 존재한다. 잘 데친 나물은 달콤하며 담백하여 샛노란 꽃이 주는 의미와 많이도 닮았다.





어제 저녁 내가 살고있는 바를레타에는 봄비가 흠뻑 내렸다. 마치 장맛비처럼 내린 봄비는 주변을 말끔히 청소해 상큼한 기운이 돌 정도이다. 그런데 날이 새고 나니 이번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우리나라의 꽃샘추위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이런 날이면 술 한 잔이 생각나는 것이다. 



친구를 불러내거나 집으로 초대해 봄날이 가시기 전에 추억을 만드는 것. 술꾼들이야 허구한 날 만드는 게 추억 타령이지만 그래도.. 봄은 조금 다르지 않는가. 그래서 이름이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요리 달콤한 치메 디 라파와 매콤한 빤체따의 꼴라보를 접시에 올렸다. 





이틀 전 대형마트에서 장 봐온 빤체타(La Pacetta)를 치메 디 라파와 함께 먹는 것. 빤체타는 빵과 함께 먹어도 좋고, 달콤한 막대 과자에 싸서 먹어도 좋고, 비노 비앙꼬 혹은 이스리와 먹어도 너무 잘 어울린다. 물론 밥반찬으로 먹으면 환상적인 맛을 보인다. 그뿐 아니라 잘게 잘라 흰 죽에 넣고 끓이면 노약자들이 너무 좋아할 것이다. 쫄깃한 식감에 고소한 맛과 풍미는 느껴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 



이날 구입한 깔라브리아 주 특산품(Pancetta di Calabria DOP)인 빤체타 삐깐떼(Pancetta piccante)는 후추와 향신초는 물론 겉면에 매운 고추 크림 등을 양념 것으로 마치 우리나라에서 먹던 매콤한 삼겹살 구이를 연상케 한다. 빤체타 삐깐떼는 깔라브리아 주뿐만 아니라 뿔리아 주와 시칠리아 바실리까타 등, 이탈리아 남부 지방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인데 우리나라 삼겹살과 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삼겹살이 평범한 돼지고기의 한 부위라면 빤체타는 양념 후 염지 과정과 적어도 30일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고급 식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렇게 매콤한 빤체타를 달콤 담백한 치메 디 라파와 함께 꼬지에 꽂아놓고 접시에 올려놓고 보니, 먼 데 있는 친구들이 생각나는 것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보슬보슬 아무도 몰래 찾아오시는 날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간략한 대답..


칭구야, 한 잔 어때..?!! ^^



조오치..!! ^__^



PANCETTA PICCANTE CON CIME DI RAPA 
il 05 Febbr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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