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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8. 2020

이탈리아에서 부친 색다른 동래파전

-너무 잘 어울리는 대파 새우 빤체타 삼합

횡재한 날이다..!!



살다 보면 별일 다 있는 법이다. 며칠 전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대파 2킬로그램을 사 왔다.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했지만 이곳 바를레타 산 니꼴라 재래시장의 야채와 과일 및 해물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싼 편이다. 대파 2킬로그램을 1유로에 구입한 것이다. 잠시 주방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녀석들을 잘 다듬어 놓고 보니 대파를 다른 방법으로 먹고 싶어 진 것이다. 


내 고향은 부산.. 어릴 때 대파는 내가 기피한 식품 중 하나였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세상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됐다. 그중 하나가 동래파전이었다. 부산의 동래 지방에서 즐겨먹던 동래파전은 바다가 가까운 지역이어서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게 특징이다. 오징어, 굴, 홍합 등을 섞어 만드는 파전은 밀가루 반죽 대신 쌀이나 찹쌀가루를 사용해 쫄깃하고 찰진 맛을 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래파전을 부치는데 필요한 도구는 팬이 아니라 두꺼운 철판 위에 들기름 등을 이용해 파전을 부쳐내는데 철판 위에서 피어오르는 대파와 해물의 향기는 술꾼들을 마구 불러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따끈한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잘 익힌 파전은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 넣거나 양송이 등을 얹어 손님상에 내놓는 것이다. 


무슨 음식이든 먹어봐야 제 맛을 알겠지만, 이렇게 구워낸 파전은 아싹한 반죽과 물컹한 대파 맛에 바다향기가 진동하면서 졸지에 취흥을 돋우며 노래방까지 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이다. 대파를 모두 다듬어 놓고 보니 이탈리아에서 동래파전을 부쳐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식재료였다. 대파만으로 파전을 만들면 차리리 구워 먹는 것만도 못해, 적당한 리체타를 생각한 다음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이날 나는 총알 오징어를 구입해 파전에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에 도착했는데 뜻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단골이었던 어물전 아저씨(아주머니는 먼저 들어가셨다)가 나를 불러 세운 것이다. 그리고 상자를 가리키며 묻지도 않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중지 손가락 크기만 한 새우 한 상자를 "5유로에 드릴 테니 가져가시라"는 것. 놀라운 제안이었다. 오늘자 유로 환율(1.306원)을 적용해 보면 6,530원이었다. 




그렇다면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당연히 묻지도 않았건만 그는 저울 위에 상자를 올려놓으며 3,5킬로그램이라고 했다. 세상에..!! 평소 새우 가격은 큼지막한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로부터 일반 새우(Gambero)까지 가격차가 다양했다. 1킬로그램 가격이 5유로부터 10유로까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상품(생물) 기준이다. 


그런데 이날 그가 제안한 '공짜 가격'에는 이유가 있었다. 철시를 하던 중이었다. 내가 본 새우의 신선도는 조금 떨어졌다. 싱싱한 새우는 머리의 빛깔만 봐도 안다. 새우 머리가 약간 거무스름한 빛을 띠게 되면 새우를 날로 먹을 수 없게 되고 곧 하품으로 변질되는 순간인 것이다. 단골 어물전 아저씨의 제안은 그 때문이었다. 나는 즉석에서 제안을 수락했다. Va bene..!! 횡재한 것이다. 



최초 총알 오징어를 구입하려던 계획은 즉시 지워버리고 이때부터 새우를 이용한 이탈리아식 동래파전 만들기 리체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귀가한 즉시 대략 500그램의 새우를 싱크대에 덜어놓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리고 새우 손질에 들어간 것. 변질이 시작된 새우의 머리와 껍질을 제거한 후 토실토실한 새우 속살만 발라냈다. 


그렇다면 쌀이나 찹쌀가루는 어떻게 반죽했을까.. 간단하다. 잘 지은 쌀밥에 물을 넣고 되직하게 푹 끓이면 훌륭한 반죽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우만으로 부족하여 매콤한 빤체타 삐깐떼(Pancetta Piccante)를 얇게 썰어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한 재료는 대파 새우 빤체타 삼합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기막힌 궁합이다. 



그리고 팬을 뜨겁게 달군 후 마늘 기름을 만들고 대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바닥에 깔았다. 그 위에 쌀 반죽을 골고루 흩뿌려 대파가 잘 달라붙도록 한 후, 준비한 새우와 빤체타를 골고루 흩뿌려 주걱으로 꼭꼭 눌러주었다. 그다음 중불로 식재료들이 적당히 잘 익었을 때 계란 두 개를 풀어 넣었다. 


비록 부산에서 맛보았던 동래파전과 맛은 달랐지만, 자화자찬.. 대성공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부친 색다른 동래파전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표지 사진에 이어 맨 마지막에 등장한 자료사진은 시식 중에 인증숏을 날린 것이다. 새우와 빤체타와 대파가 너무 잘 어울려 순식간에 2인분 이상의 파전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아직 냉동실에는 거의 3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생새우들이 이제나 저제나 나의 부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거..!! ^^



IL CIBO TRADIZIONALE DELLA COREA DEL SUD
il 07 Febbraio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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