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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1. 2020

이웃 애완견이 죽었다

-사랑하면 애도 방법도 달라진다

애완견.. 즉 개가 죽으면 어떻게 애도하나..?



사흘 전의 일이다. 시내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지인의 가족이 애지중지 하던 애원견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완견이 죽은 장소 등을 설명하는데 처참한 죽음이었다. 그는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삐뽀(Pippo)가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을 곁들였다. 삐뽀는 철길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나는 그 즉시 이렇게 말했다. Ohh No! Mi  dispiace!!.. 너무 애석하다며 유감을 표한 것이다. 


지인은 사내 중심에서 화실을 운영하고 있고, 그의 부모님은 사내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삐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내가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기기 전 답사길에 지인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는데 그때 맨 먼저 나를 반겨준 녀석이었다. 꼬리를 흔들어대며 반기던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는 녀석이 왜 철길까지 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유추컨대 지인의 아버지 농장에 따라갔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싶었다. 지인의 올리브 과수원은 철로변에 위치해 있어서 녀석에게도 익숙한 곳이었다. 그런 녀석이 기차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내가 살고 있는 집 바로 곁에 살던 이웃 할머니기 세상을 떠나셨다. 어쩌다 집 앞에서 마주쳤지만 인사를 나누진 못했다. 사람들이 집 앞에 모여있고 한 두 사람이 흐느끼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지나치며 봤더니 대문 앞에 부고장이 붙어있는 것이다. 이곳은 사람이 죽으면 당신이 살던 집 대문과 시내 곳곳에 부고장을 부쳐 죽음을 알리는 풍습이 있다. 


삐뽀의 죽음과 어느 할머니의 죽음.. 우리는 누군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애도(哀悼)를 하게 된다. 애도는 타인의 죽음이나 심한 정신적 고통과 불운을 슬퍼하는 동정심의 표현이라는 것쯤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조문이나 장례식에 참석하면 상주를 위로하는 인사를 하게 된다. 또 요즘은 부득이한 사정 등이 생겨 조문을 하지 못하거니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때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조금은 썰렁한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풍습에 따르면 부고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조문을 하지 않거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상대 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일에는 불참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누군가 상을 당하면 최소한 부고 인사말이나 문상 인사말은 해야 인간의 도리로 아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결혼식은 물론 장례식에서 돈봉투를 계수하며 가족을 편 가르는 모습도 있다. 누구의 손님.. 등으로 사회적 지위 등을 따지는 것이다. 숙연해야 할 의식이 많이도 퇴색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 같은 풍습 등은 인간 세상의 도리로 여겨지지만 철로에서 변을 당한 애완견 삐뽀 기족에게는 어떤 인사나 위로의 말이 필요할까.. 




위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은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에서 만난 길거리개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다. 녀석은 아내와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꼬리를 흔들며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랑에 목마른 가여운 녀석.. 살았는지 죽었는지..!


서두에 Ohh No! Mi  dispiace!!..라고 지인에게 인사를 했다. 이곳은 이탈리아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사용해야 할 한국에서는 어떻게 위로의 말을 전하게 될지 궁금한 것이다. 애완견은 가족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삼가 조의를 표하며 삐뽀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아니면 삐뽀의 별세를 애도하며 고견(故犬) 혹은 고구(故狗)의 극락왕생을 빕니다..? 


철길에서 변을 당한 삐뽀의 나이는 10년이 더 되었다. 반려견의 나이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해 보면 70세가 넘은 노인이었던 것이다. 인간 세상에는 어떤 대통령이 죽으면 경사로 여기며 '떡을 돌리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또 죽음을 두고 여러 표현을 서슴지 않게 된다. 생전에 못된 짓만 일삼으면 "잘 디졌다"라고 하고, 그냥 너무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죽었다"라고 한다. 또 점잖은 표현은 "돌아가셨다"라고 말하던지 사망, 별세, 서거, 타계, 소천 등의 표현을 쓰게 된다. 


죽음 조차 당신의 평소 모습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만나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좋아 죽던 삐뽀에게는 어떤 인사가 잘 어울릴까.. 이탈리아의 인사말은 참 간결하다. 만날 때 챠오(Ciao~) 헤어질 때도 챠오라 말한다. 죽음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일까.. 녀석을 생각하며 글을 끼적거리다 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잘가 삐뽀~~~!


CIAO PIPPO~~~!



IL CANE DEL MIO VICINO E' MORTO
Come piangere il mondo di animali e umani
il 31 Gennaio 2020, Barlett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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