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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2. 2020

차라리 몰랐으면 꿈꾸지 않을 텐데

-꼭꼭 숨겨진 황홀한 여행지 북부 파타고니아의 비경

가끔씩 전혀 뜻밖의 행운을 만나게 된다..!!


지난 여정 우리가 만난 지구별 최고의 풍경에서 이렇게 썼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곳은 막 우기가 물러가는 때였다. 아침나절 안데스 너머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일대 장관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르노삐렌 삼각주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느리게 매우 천천히 안데스 위로 꼬물 거리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밤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던 숲과 썰물에 드러난 연두색 해초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아침 산책에서 만난 풍경은 답사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디 한 군데 때 묻지 않은 곳이 없는 대자연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우리는 당신의 품에 꼭 안기며 편안해하는 것이다. 누가 껴안아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곳 북부 파타고니아와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제 나를 낳아준 조국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부대꼈으면 됐지 또 얼마나 많은 희생을 더 치루어야 된단 말인가. 이대로 가다간 어른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세월만 속절없이 보내다가 죽음을 맞이할 게 틀림없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드 넓고 아름다운 곳은 지천에 널려있었다. 생전 듣보잡이었던 풍경들이 자고 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꿈도 꾸지 않았을까.. 가슴에 헛바람이 든 게 아니라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난 후 우리 삶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탈리아로 출국할 때 나의 짐 속에는 이탈리아어를 배울 때 자주 듣던 넬라 퐌타시아 등이 동행했다. 당시 유행했던 이 노래는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가 불러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조수미 씨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 아름다운 곡이기도 했다. 이 노래 가사를 굳이 이탈리아로 가져간 것은 노랫말 내용 때문이었다. 


그때는 노랫말을 자세히 번역해 볼 기회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런 노래가 요 며칠 출국을 앞둔 아내와 통화를 하면서 슬며시 고개를 들어 번역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시중에는 노랫말의 내용과 다른 의역이 많아서 나름 직. 의역(필자 주)을 통해 당시의 느낌을 담아봤다. 우리는 '올바르고 착한 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랬다.





Nella fantasia                                         넬라 퐌타시아

Sarah Brightman                                                   사라 브라이트만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르고 착한 세상을 봅니다
Lì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à                      그곳은 평화롭고 정직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Come le nuvole che volano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영혼 깊숙한 곳엔 자비로 충만해 있습니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나는 환상 속에서 밝고 환한 세상을 봅니다
Lì anche la notte è meno oscura                        그곳은 까만 밤도 어두운 그림자도 없는 곳이죠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Come le nuvole che volano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나의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존재합니다
Che soffia sulle città, come amico                        도시 위로 그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치 친구처럼요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Come le nuvole che volano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Pien d'umanità in fondo all'anima                       영혼 깊숙한 곳엔 자비로 충만해 있습니다





세월은 빠르게도 변해 당시의 모습을 1:1로 볼 수 있는 와이드 화면 재생이 가능해졌다. 마치 영화에서 보는 장면들처럼 PC 화면을 꽉 채운 사진이나 영상을 볼 수 있는 기막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본문에 삽입된 사진만으로도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장관이 펼쳐진 곳은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 삼각주의 썰물 때 드러난 개펄의 모습이다. 



자갈과 모래가 많이 섞인 개펄이 속을 내 보이면서 연두색 해초를 펼쳐놓은 것이다. 그 너머로 웅장한 안데스가 드리워져 있고 아침나절 피워 올린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지만 이 같은 풍경을 남긴 여행자는 유일할 것이다. 



또 이 같은 광경을 누린 사람은 아내와 나를 포함하여 몇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행운이 따라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대략 1주일은 계속됐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만 뜨면 숙소에서 가까운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던 것이다. 이때 만난 황홀한 광경은 노랫말과 흡사했다.



나는 환상 속에서 올바르고 착한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평화롭고 정직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영혼 깊숙한 곳엔 자비로 충만해 있습니다


나는 환상 속에서 밝고 환한 세상을 봅니다
그곳은 까만 밤도 어두운 그림자도 없는 곳이죠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나의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존재합니다

 도시 위로 그 바람이 불어옵니다 마치 친구처럼요

 내 영혼은 항상 자유로운 꿈을 꿉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말이죠

 영혼 깊숙한 곳엔 자비로 충만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올바르고 착했다. 그런가 하면 평화로운 가운데 정직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침에 피어오르던 안개처럼 마음껏 지유를 누리며 기나긴 여정을 이어갔던 것이다. 세상은 누려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일까.. 차라리 몰랐으면 꿈꾸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아내는 인천공항에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Aeroporto internazionale Leonardo da Vinci)까지 이어지는 비행 일정이 담긴 비행기표를 보내왔다. 착하고 올바르며 정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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