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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4. 2019

카르치오피를 대하는 셰프의 자세

#9-1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9-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편의 소개의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카르치오피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녀석의 정체가 여러해살이 엉겅퀴류라는 것과 지중해 부근 남유럽이 원산지라는 것. 나머지 정보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피렌체의 산타 암부 로지오 재래시장에서 모셔온(?) 자료 사진과 함께, 글쓴이가 몸담았던 요리 학교의 특강 시간에 다룬 카르치오피의 손질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유가 있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카르치오피는 대단한 약효를 지닌 식물로서 식품이라기보다 인류의 건강과 장수를 책임져온 신약에 가까운 채소였다. 한 유명 건강 관련 사이트가 제공하는 카르치오피의 약효 일곱 가지에 따르면 첫째, 간에 좋다. 둘째, 체중감량에 매우 뛰어나다. 셋째, 심장에 좋다. 넷째, 신진대사와 소화를 촉진한다. 다섯째, 다양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여섯째, 담낭의 치료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요산의 수치를 낮춘다라고 하는 것. 아울러 대장암 치료에 탁월하다는 자료도 있었다. 




(중략_전편 참조) 여기까지 읽어오는 동안 까르치오피란 녀석의 각기 조금씩 다른 생김새와 함께, 음식으로 섭취했을 당시 우리 인체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눈여겨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항상 느끼는 바지만 좋은 음식을 오래도록 자주 섭취하기 위해서는 조리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요리 유학 당시 봄철이어서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빚어낸 까르치오피 요리를 대가로부터 전수받을 수 있게 됐다. 그 장면은 이랬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특강에서 만난 카르치오피 요리_다듬는 법



(자료 사진처럼_클릭하면 대빵 커져요^^)까르치오피 꽃봉오리 끄트머리를 싹둑 잘라내는 것. 대략 전체 크기의 1/3 정도를 잘라내야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난다. 그리고 도마 위 오른쪽에 있는 특수 용도의 칼을 주목하자. 마치 아이스크림을 떠 내는 것처럼 생긴 녀석은 지름의 크기에 따라 내용물을 파 낼 수 있는 조리 도구이다. 셰프 마우리지오 세르바 오른손 끄트머리를 잘 보시면 도구의 용도가 느껴질 것. 까르치오피 꽃술은 먹지않으므로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가시가 돋힌 단단한 겉껍질 대부분은 제거하고 약간 말랑한 부분만 취하게 된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특강에서 만난 카르치오피 요리_익히는 법



그동안 한쪽에서는 쁘레쩨몰로(Prezzemolo)를 넣은 육수가 진한 향기를 풍기며 끓기 시작하고, 잘 다듬어진 까르치오피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듬질이 끝난 까르치오피는 곧 육수 속으로 담궈지며 완벽한 변신을 준비하게 될 것. 이렇게..!!




잘 다듬어진 카르치오피가 끓는 육수 속에 질서 정연하게 자리잡고 적당히 잘 익힐 때까지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적당히.. 무엇이든 적당히란 말처럼 어려운 게 없다. 여기서 적당히란 익힘 정도가 식감이 잘 묻어날 정도인데 대략 15~20분 정도가 소요됐다. 카르치오피를 프레째몰로 달인 육수에 넣고 난 후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글쓴이가 몸 담았던 요리학교의 꾸치나(Cucina) 모습이다. 최신 기구를 갖춘 조리대지만 카르치오피를 익히는 방법은 낮익은 모습이다. 중간 크기의 뺀똘라(Pentola) 위에 빠델라(Padela)를 덮어둔 것. 재밌다. 



마침내 카르치오피가 다 익었다. 눈여겨 봐 두시기 바란다. 이렇게 익힌 카르치오피는 아직 미완성이란 것.



피렌체의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에서 만난 카르치오피와 (아래 자료 사진의) 잘 다듬어 익힌 카르치오피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큼지막해 보인 녀석의 몸통이 거의 절반쯤 잘라나간 것 같은 것. 따라서 작은 카르치오피는 별로 먹을 게 없거나 용도를 다르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의 관련 리체타는 오만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좋은 식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맛있게 자주 먹는 것. 그게 이탈리아인들의 건강과 장수를 책임진 오래된 습관이 아닐까..



카르치오피를 대하는 셰프의 자세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cucina Italiana_Chef Maurizio Serva


그동안 한쪽에서는 수 셰프(Sous chef)와 꾸오꼬(Cuoco)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셰프가 카르치오피 다듬기 등을 시연해 보이는 동안 또 다른 준비를 하는 것. 혹시 글쓴이의 브런치를 통해 이탈리아 요리의 일면을 보시게 된다면(다른 나라 요리도 그렇겠지요) 리스또란떼에서 만들어지는 요리가 여간 치밀하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아주었으면 싶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요리세계 혹은 요리사의 세계는 마치 수도자나 성자를 연상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이날도 그랬다. 비록 이탈리아 요리 학습을 위한 특강이긴 했지만, 셰프는 일거수 일투족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여 가며 하나씩 하나씩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음식을 꼭 이렇게 만들어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들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셰프와 짝을 이룬 꾸오꼬의 요리를 향한 열정은 대단하다 못해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것. 셰프가 빚어내는 요리는 차마 입으로 삼킬 수 없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특정 셰프가 만들어내는 요리는 식도락가들로부터 예술작품으로 불리는 걸까.. 



잘 익힌 카르치오피는 다시 겉면이 계란 크기 보다 조금 더 크게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꽃술을 파낸 자리에 계란 노른자를 채우는 것. 이날 시용된 카르치오피는 6개가 전부. 자료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이렇게 작은 크기의 결과물이 요리로 탄생된다면 몇 개나 먹어야 성에 찰까 싶은 것. 그런데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오전 내내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셰프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셔터음은 계속 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르치오피는 완벽한 변신을 하고 뷰파인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셰프 혹은 요리사들이 음식이나 식재료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특강 시간에 셰프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세상에 널린 요리 리체타 하나를 더 학습 시키려했던 게 아니었을 것. 인간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식재료 혹은 음식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제아무리 좋은 식품이라한들 다 무슨 소용이랴. 



흔해 빠진 상추 한 닢이라 할지라도 그가 탄생한 과정부터 당신의 입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과정을 생각하면 절로 숙연해 지는 법. 요리사가 먼저 그 일을 실천하고 소비자들이 그 사정을 이해하고 맛있게 먹어준다면 카르치오피가 아닌 그 어떤 식재료라 할지라도 식품이 아니라 보약으로 거듭나게 될 것 같다. 또 곁에서 체험한 이탈리아 요리 혹은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남다르다면, 요리사와 소비자들이 더불어 서로를 격려하며 음식을 맛있게 나누는 일이다. 어느 누가 한 입에 사라질(?) 음식에 대해 이렇게 정성을 쏟는가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셰프 마우리지오 세르바의 손에서 잘 다듬어진 카르치오피 위로 소금과 후추가루 알갱이들이 샤르륵 샤르륵 소리를 내며 뿌려지고 있다. 다음편에서 마무리 한다.



Carciofo_Cynara scolymus e Maurizio Serva
ALMA la scuola internazionale cucina Italia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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