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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5. 2020

아드리아해에 남긴 소중했던 흔적들

-자유를 찾아 떠난 작은 소풍

얼마나 오랜만인가..?!!



 서기 2020년 4월 30일 오후 6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아드리아해에 모처럼 자유가 찾아왔다. 우리는 대략 두 달여만의 방콕을 접고 바람도 쐴 겸 방파제 인근의 바닷가로 향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비루스 사태로 인해 이틀 전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203,591명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망자 수는 전날에 비해 323명이 늘었지만, 이때까지 사망자 수는 27,682명이었다. 치료자가 2311명이나 되었지만 사망자 수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들을 자가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기차는 물론 버스나 교통편까지 통제했다. 또 하늘문을 걸어 잠그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크게 나아지거나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자칫 금년 한 해를 방콕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을 겪기 시작한 건 아내였다. 아내가 일시 한국으로 출국한 이후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 대략 두 달만에 아내는 방콕을 청산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인적이 드문드문한 방파제 옆 아드리아해로 나간 게 이때였다. 




다행히도 바닷가는 우리가 자주 찾는 대형 마켓 근처에 있었으며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아내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기 전 그 바닷가를 거의 매일 산책 겸 운동삼아 걸었다. 방파제 위를 돌아서는 길이면, 아내와 전화통화를 하며 망중한을 즐기곤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비루스 사태 때문에 난리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미리 예약된 비행기표를 취소하거나 환불하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사정은 양반이나 다름없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하루 수 백 명씩 죽어가는데 한국은 정부와 보건당국과 국민들이 똘똘 뭉쳐 위기의 재난을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 필승 코리아!!~)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한국의 비루스 사태 대처 능력 등에 놀라고 있었다. 진단키트를 통해 신속히 양성반응자를 가려내고, 환자를 일반으로부터 격리하는 등 총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비루스 퇴치에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그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시원섭섭해했다. 


하필이면 당신이 이탈리아에 입국한 이후 한국의 사태는 좋아지고 이탈리아는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졌으니 말이다. 그동안 딱 한차례 한국으로 가는 특별기를 탈 수 있었지만 그것마저 교통편 때문에 취소하고 보니 아내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져 간 것이다.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나는 아내 혼자라도 한국으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 그런 기회는 전혀 찾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압력밥솥처럼 폭발 직전의 압력을 지닌 폭발물 같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졸지에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주변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사실 그게 나의 잘못이 아니란 건 아내도 알겠지.. 그렇다고 "여보세요. 당신이 결정한 일인데 왜 내게 따지 세효!!..라고 말할 수도 없는 법.  비루스 사태가 몰고 온 방콕 사태는 아내를 폭발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것이다. 아내는 노골적으로 두려움을 표시했다. (무서워..!!ㅠ) 그런 어느 날부터 아내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비루스 사태는 하루가 다르게 호전하고 있었다.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까지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게 눈에 띄게 도드라진 것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환호를 했다. (참 기가 막혀..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빌어먹을 비루스 때문에 죽어가다가 사망자 수가 조금 줄었다고 환호를 하다니..) 물론 표정으로만 기쁨을 주고받았다. 



살 것만 같았다.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이때부터 우리의 방콕 사정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모처럼 장거리(?) 산책을 떠나 아드리아해가 발목 근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닷가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때부터 다시 태어난 사람들 같았다. 



바닷가 풍경이 다 뭐라고.. 조가비 껍데기가 다 뭐라고.. 파도 소리가 다 워라고.. 바닷가 모래밭에 피어난 풀꽃이 다 뭐라고.. 누군가 맨발로 산책하다가 찍어둔 발도장이 다 뭐라고.. 갈매기 발자국은 다 뭐라고..그게 글쎄 황금덩어리 보다 더 귀해 보이는 거(흠 이건 아니네 ㅜ ) 있지 왜..!! 자유란 이런 것일까.. 서기 2020년 4월 30일 오후 6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아드리아해 곁으로 진출한 우리에게 모처럼 자유가 찾아왔다는 거야. 자유 말이다!! ^^


* Coronavirus in Italia: 211,938(확진자++1,221) casi, 29,079(사망자+195) morti, 82,879(치료자(+1,225) i guariti -Il bollettino al 04 Maggio. (출처:www.worldometers.info )



Tracce lasciate sul mare Adriatico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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