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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2. 2019

한국인들이 잘 안 가는 여행지

-봄이 오시면 천국으로 변하는 숨겨진 명소

혹시.. 죽기 전에 딱 한 번만이라도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챙기고 계시나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기회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을 듯.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먼 곳으로 비용과 시간을 들이며 발품을 파는지 쉽게 이해가 안 갈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 집을 나서는 순간 '개고생을 면치 못한다'라고 할 만큼 여행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최고급 요리를 즐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풍경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여행자로 부르기엔 어딘가 어색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은 한 두 가지 카테고리로 그들을 묶어놓고 여행자 혹은 관광객 등으로 부른다.






#피렌체를 찾는 낯선 이방인들


필자가 살고 있는 르네상스의 본고장 피렌체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행자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풍경은 1년 내내 365일 동안 이어진다. 북새통도 여간 북새통이 아니어서 우리는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골목을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 속을 부대끼며 다니는 것도 좋았다. 인파 속에 파묻히면 왠지 존재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 이탈리아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을 유심히 관찰한 바 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왜 피렌체로 여행을 떠났을까 싶은 생각을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분들 다수는 하루 이틀 혹은 사나흘 정도 머무는 게 일반적이었다. 비용 때문일까 아니면 시간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예건데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로마 1박, 피렌체 1박, 베네치아 1박 그리고 유럽 등으로 훌쩍 떠난다. 그러니까 피렌체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봤자 사흘이면 끝. 이 분들은 가족 단위로 혹은 연인들끼리 혹은 단체관광을 오신 분들이다. 곁에서 지켜보면 이분들은 너무 바쁘다. 거의 광속으로 이동하며 정해진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것. 피렌체가 아무리 규모가 작은 도시라지만 르네상스의 본고장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데 사흘간의 여행이란 르네상스를 일군 예술가들을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이런 모습은 한국인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들까지 거의 비슷한 양상이며 피렌체를 찾는 이탈리아인들 혹은 유럽인들까지 쉽게 눈에 띈다.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앞서서 가면 단체관광객들은 그 뒤를 따라다니는 것. 그리고 특정 장소에 다다르면 거의 동시에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 촬영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때 촬영된 사진은 피렌체를 다녀온 기념사진이란 말인가.


 

#지구별에 널브러진 명소와 여행의 3요소


의 제목을 '한국인들이 잘 안 가는 여행지'라고 써 두었지만 실상은 세계인들 다수가 여행사의 상품에 눈이 멀어(?) 천금 같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 물론 여행이든 관광이든 당신께서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그저 비용이 저렴하고 편리한 곳만 찾아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별은 발품을 조금만 팔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 보다 덜 알려진 곳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장담하건대 그런 곳은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경제적인 곳이자, 한 번 떠나기만 하면 평생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 여러분들을 두고두고 행복하게 만들 것.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여행의 3가지 요소는 다름 아닌 돈과 시간과 건강이다. 이 요소 중 어떤 것이 부족해도 여행을 망치거나 불가능케 만들 있다. 그래서 3요소를 갖춘 분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가고 싶은 여행지 한 곳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포스트에 등장한 여행사진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들이나 다름없는 장면들이다.(물론 브런치를 통해 여행 중 목격한 비경을 계속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 이곳은 라틴아메리카에 위치한 북부 파타고니아의 오르노삐렌(Hornopirén)이란 곳이다.


칠레의 로스 라고스(Región de Los Lagos)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에서부터 비야 오이긴스(Villa O'Higgins)까지 124km로 길게 이어지는 국도변으로 까르레떼라 오스뜨랄(Carretera Austral_Ruta CH-7 )이라 부르는 곳. 뿌에르또 몬뜨에서 한 시간이면 족히 당도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 대략 5년의 시간을 보냈었다. 믿기시는가..



#버킷리스트를 점검하자


우리는 5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줄곧 꿈의 여행지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먼길을 떠나기 전 비용을 마련해야 했고, 여행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만에 하나의 사고에 대비하여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했다. 또 이 지역(남미)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페인어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산행을 통해 체력 단련을 했다. 우리는 이른바 개고생을 위해(?)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이미 한차례 남미 일주를 통한 문제점을 보완한 것으로 경제적으로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 우리가 주로 여행한 파타고니아 지역은 숙소도 불편하고 일상에 필요한 식품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곳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루션은 현지 언어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최소한 생활에 필요한 스페인어 몇 마디는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어도 상대가 스페인어밖에 모른다면 다 무슨 소용이랴. 이곳 원주민들과 소통이 되는 순간 상상밖의 호재를 만나게 된다는 뜻. 어떤 때는 하룻밤을 유숙하는데 우리 돈으로 5천 원만 지불한 경우도 흔했다. 특히 비수기를 통해 여행을 하면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 참고 하시라. 그나마 성수기 때는 몇 안되는 호텔의 예약이 필수며 천금을 지불해도 숙소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


우리는 여행지를 이동할 때마다 역할을 분담했다. 아내는 특정 지역에 도착하는 순간 터미널 앞에서 짐보따리를 사수하고 나는 우리가 머물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기껏 해봤자 민박집 정도지만 난생처음 가 보는 여행지에서 싼 비용에 편안한 숙소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이런 여행담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면 미친 짓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같은 우리의 (피치 못할) 선택은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얼마나 좁은지 실감하는 기막힌 조치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여행자와 관광객의 서로 다른 느낌의 차이 

 

리는 마침내 5년 전 뿌에르또 몬뜨의 땡글로(Isla tenglo) 섬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온,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에 발을 들여놓고 감회에 젖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천국으로 변신한 꿈같은 여행지를 가슴에 꼭.. 꼭 품게 된 것이다. 그게 포스트에 맨 먼저 등장한 사진이며 순서대로 카메라에 담은 차마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당시 우리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부터 매우 빠르게 남하를 이어갔다. 파타고니아의 봄이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며, 조금만 늦게 당도해도 우리가 보고 싶었던 장면은 저만치 멀어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계획에 간섭한 하늘의 선물이랄까. 우리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유구무언(無言)의 또 다른 쓰임새를 발견하게 됐다. 그 많은 형용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입에서 나온 말은 그저 외마디 같은 비명..


"와.. 너무 좋다..!"



봄이 오시면 천국으로 변하는 곳. 지구별 어디에 이런 곳이 존재할까.. 북부 파타고니아는 막 우기를 끝내려던 참이었고, 우리는 이곳에서만 일주일 동안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넋을 잃고 빠져들곤 했다. 이곳도 남미 여행을 떠난 수많은 여행자들이 거쳐가는 곳이지만, 하필이면 하늘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우리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며 반긴 곳이라고나 할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여행은 가까운 곳이나 먼 곳 모두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먼 곳으로 자주 갈 수 없는 여행지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버킷리스트에 죽기 전에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를 적어두는 게 아닐까. 그래서 쉽게 준비하고 가볍게 떠날 있는 여행지는 쉽게 잊히거나 느낌이 가벼울 수밖에 없는 것.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만, 피렌체 두오모 곁이나 시뇨리아 광장이나 빨라쪼 베끼오 혹은 뽄떼 베끼오 등을 한시적으로 오가는 관광객들을 보면서 우리가 떠났던 여행지와 비교해 보는 것. 원하건대 이방인들처럼 겉도는 관광객이 되지 말고 당신이 두 발로 디딘 땅의 주인이 되는 여행자가 되시라. 그러면 당신 앞에 펼쳐질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며, 당신은 그곳을 천국으로 부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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