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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4. 2020

스트레스 날린 기분 좋은 언덕

-코로나 사태를 견디게 해 준 작은 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매일 투덜댈 수도 없고 찌질 댈 수도 없었다. 아이들 같으면 한 두 번 찌질 대거나 누구한테 칭얼대기라고 할 텐데.. 세상 살만큼 산 사람들이 그럴 수는 없는 법. 무슨 방도를 찾아야 했다. 세상 사람 다 겪는 코로나 비루스 때문이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고 보니 두어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몇 년은 흐른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름하여 '자가격리'가 남긴 산물이다. 



말이 좋아 스스로 자기를 통제하거나 검열하는 것이지 감옥생활이나 다름없었다. 감방살이를 해 보지 않았지만 자가격리가 주는 스트레스를 참조하면, 감방살이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넌지시 깨닫게 된다. 아내는 정도가 나 보다 더 심해 "미쳐버릴 것만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악천후나 특별한 경우의 수가 없으면, 매일 아침 산책 겸 운동을 나가던 아내의 습관이 멈추면서 스트레스는 압력밥솥의 밸브처럼 쉭쉭 대는 것이다. 나는 또 어떻고..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압력밥솥 내부에서 들끓는 밥풀떼기처럼 상태가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인터넷을 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지도를 펴놓고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그 탈출구는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해 최소한 두어 시간을 걸을 수 있는 장소라야 했다. 따라서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산책코스를 설계해야 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아내가 이탈리아로 돌아오기 전 미리 개척해 둔 그 장소가 있었지만 통제가 심한 곳이어서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시험 삼아 그 길을 따라 걸었는데 바를레타 기차역 앞에서 딱 걸리고 말았다. 통제요원이 "어딜 가세요"라며 물었다. 곧바로 "통행증을 보여주세요"라고 할 찰나의 순간에 "기차 시간을 알아보러 왔다"며 얼렁뚱땅 둘러대고 돌아섰다. 



이때만 해도 자가격리가 완화되기 이전이었다. 결국 우리는 가장 착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동안 쌓인 자가격리 스트레스를 풀고자 했다. 그곳은 집에서 걸어서 가면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근거리로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이었다. 집에서부터 오래된 방파제 언덕길을 따라 돌아오면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됐다. 그래서 기왕이면 분위기 있는 시간에 맞추어 산책을 나가자며 해 질 녘에 그곳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만약 우리 곁에 이런 언덕이 없었다면 코로나 사태는 또 유리를 얼마나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언덕 위에 서면 그때부터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아드리아해에 비친 종려나무 실루엣은 응어리진 가슴을 이곳저곳 휘저으며 스트레스를 거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수평선 너머로 거뭇한 그림자는 이탈리아 지도의 장화 뒤꿈치 부분이라고 관련 브런치에서 여러 번 소개해 드렸다. 



우리는 바닷가 언덕길을 선택한 이후 작심하고 이때부터 거의 매일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나갔다. 아내는 언덕 위에서 종려나무 가로수길을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지는 것인지..! 


지난 5월 2일부터 자가격리가 완화되면서 당신이 꿈꾸던 가로수 길이 뻥 뚫렸다. 그 이튿날부터 약속이나 한 듯 아내를 비롯한 바를레타 시민들이 산책로로 쏟아져 나왔다. 희한하지.. 비루스 사태가 생기기 이전에는 코빼기도 잘 안보이던 시민들까지 가세한 탓인지, 산책로는 조깅족과 산책에 나선 사람들이 빼곡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트레스를 날린 기분 좋은 언덕이 우리 곁에 있었다. 이 또한 행운이었지 아마..^^


Una bella collina sotto lo stress_COVID-19
il 14 Maggio 2020, Citta' du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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