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의 명물 홍합회
홍합을 날로 먹는 사람들..!!
홍합을 날로 먹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끼적거리기 전에 위 자료사진 한 장을 설명하고 넘어가야겠다. 길냥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곳의 석조 건축물은 뽀르따 마리나(Porta Marina - fronte sud)란 곳이다. 글쓴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시내 중심에서부터 대략 10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위치한 곳이다.
이 건축물은 중세에 지어진 것으로 곁에는 도가나 궁전이 있었지만, 현재는 뽀르또 마리나와 석벽들이 주변에 남아있는 곳이다. 지금의 건축물은 1751년에 다시 세워진 것으로 바를레타 내항의 지근거리에 세워져 있다. 건축물에 사용된 거대하고 오래된 돌을 참조하면 시대감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용맹함이 절로 떠오른다.
바를레타 시민들은 이 도시를 1503년 프랑스인들로부터 되찾게 된 기념(Disfida di Barletta)으로 해마다 이곳에서 성대한 축제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바를레타 시민들 다수가 이 축제에 참가할 정도로 유명한 역사적 장소인 것이다. 지난해 가을 이들의 축제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끔찍이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또 당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착한 시민들이었다.
이곳 뽀르따 마리나(해군의 문)에서 200미터 정도의 거리에 바를레타 내항이 위치해 있는 것이며 아내와 나는 이곳을 통과하여 아드리아해의 바닷가로 아침 산책을 다니곤 하는 것이다. 길게도 끼적거린 서두는 다름 아니다. 뽀르따 마리나 바로 곁에 오스뜨리까(Ostrica)며 봉골래(Vongole)며 꼬째(Cozze_Mytilus coruscus) 등 어패류를 도매하는 도매상들이 즐비한 것이다.
지난 4월 말경 아내와 나는 아침 산책을 마치고 난 후 그동안 봐 왔던 도매상으로 쳐들어(?) 갈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태기를 느낀 것도 아닐 텐데 아내가 홍합을 먹고 싶어 죽겠단다. 그래서 이곳 도매상들은 소매를 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선 나를 밀어붙이다시피 하여 결국은 이곳을 방문해 "홍합을 사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들의 표정을 보니 "말도 안 돼"라며 실실거렸다. 소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두 번 세 번 애걸복걸하다시피 하여 겨우 도매상의 문 여는 시간을 알아냈다. 나는 다짜고짜로 "내일 아침에 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챠오~하고 돌아선 것이다. 바를레타는 물론 인근에 공급되는 어패류가 배달되는 시간은 새벽 5시 30분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아내와 나는 다시 그 도매상을 찾아 주인을 만나 "홍합 좀 주세욤"하고 야들야들하게 다그쳤다. 그리고 큼직한 그물망에 든 홍합 10 킬로그램을 건네받은 것이다. 가격은 20유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홍합을 구입하고 입이 귀에 걸린 채 귀가를 한 것이다. 여기까지 스크롤바를 내리신 분들이 본 홍합은 자루에서 끄집어낸 다음 개수대에 쏟아붓고 철수세미로 하나하나씩 흐르는 물에 깨끗이 잘 다듬은 결과물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략 1시간 동안 서서 장차 입안을 천국으로 만들 홍합의 맛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내 고향은 부산.. 홍합뿐만 아니라 각종 해산물 천국에서 자라 한 때 별명이 '해산물 킬러'로 불릴 정도로 해산물을 사랑했다. 그중 홍합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부터 봄까지 제철이었으므로 찬바람이 불 때 친구와 함께 포장마차에 들르면, 주인아주머니가 큼지막한 그릇에 담아내 주시던 바다향 가득한 뽀얀 국물이 일품이었다.
포장마차의 좁고 기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그릇 통째로 국물을 들이켜면 캬~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곤 했다. 따끈한 국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즉시 온몸이 얼음 녹듯 스르르 풀리며 소주를 당기는 것. 이때부터 술이 홍합 국물을 먹는지 홍합이 술을 먹는지 모를 선경에 자빠졌다가 둥근달이 두둥실 저만치서 내려다보면 귀가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추억이었다. 홍합에 대한 추억은 주로 이런 식이 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이탈리아인들이 대하는 홍합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한국에서 온 어느 주당에게는 공짜(?)로 건네진 홍합탕이 이곳에서는 귀족 대우를 받는 게 아닌가. 홍합은 최고의 식재료 중 하나였다. 홍합만 있으면 순식간에 요리 종류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
홍합회 200배 즐기기
그야말로 홍합은 오만가지 요리로 변신하고 있었다. 홍합 하나에 해산물과 첨가하는 식재료에 따라 맛과 향이 어우러지며 맛의 천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중에 내가 가장 선호하는 요리법이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눈에 띈 것이다. 홍합을 날로 먹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홍합을 날로 먹으니 홍합회.. 주지하다시피 해산물을 날로 먹으려면 선도가 좋아야 했다.
우리가 사 온 홍합은 아드리아 해산 양식 홍합이었는데 산란기 때였는지 황갈색의 발그래한 암치였다. 이곳에서 만난 지인의 아버지 프랑코는 홍합뿐만 아니라 오징어며 갑오징어 등 선도가 높은 해산물을 잘 손질해 레몬을 뿌려먹었다. 솔직히 나는 레몬 보다 살사 디 고추냉이를 더 선호하는지라 코를 톡 쏘는 살사 몇 방울을 올린 다음 비노 비앙꼬를 곁들여 프랑코와 함께 즐긴 것이다.
입 꼭 다문 홍합 어떻게 열어야 할까?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생굴이면 몰라도 홍합살을 회로 먹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아니 해산물 킬러의 기억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홍합회를 입에 넣어 오물 거리기도 전에 바다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아닌가.. 나는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때 먹었던 홍합회 맛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홍합회 200배 즐기기 위해서는 홍합을 어떻게 손질해야 할까.. 오늘 포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우리 독자님들께옵서 잘 기억해 두셨다가 실전에 옮겨보시기 바란다.
먼저 위의 자료사진을 잘 보시기 바란다. 자료사진에는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서 미는 방향'이라고 기입해 두었다. 입 다문 홍합은 면도날이 들어갈 틈도 없을 만치 꼭 닫혀있어서 칼을 함부로 사용하다가 손을 다칠 위험이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면장갑을 끼고 숙련된 솜씨로 엄청난 량의 홍합살을 까발리지만, 소량의 홍합을 손질하는 일반인들 혹은 어쩌다 홍합을 손질하는 분들은 매우 조심해야 할 위험한 공정이다.
홍합은 상하보다 좌우를 견디는 힘이 취약하므로, 자료사진처럼 한쪽 방향으로 밀면 금세 틈이 생기게 된다. 이때 준비한 주머니칼을 사용해 입 꼭 다문 홍합을 여는 것이다. 위의 자료사진에 그 과정을 확대해 담았다. 이렇게 홍합의 입을 연 다음 주머니칼을 이용해 살을 도려내고 접시에 담은 먹음직스러운 홍합회 비주얼은 이러하다.
이렇게 준비된 홍합회는 그냥 먹어도 좋고, 레몬즙 한 두 방울을 떨어뜨려 먹어도 좋고, 살사 디 고추냉이에 찍어먹어도 좋다. 그런데 한두 개는 그냥 그렇게 먹어도 괜찮지만 한 번 맛 들이고 나면 자꾸 먹고 싶어 질 때가 문제이다. 홍합이 머금고 있던 바닷물을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있을까..
바닷물 속에는 극소량이나마 비소, 납, 카드뮴, 수은 등 독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껍질을 잘 깐 홍합은 각 얼음을 띄운 찬물에 살짝 헹궈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니면 맑은 물에 살짝 헹구어 먹어도 맛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껍질을 까지 않은 홍합은 한소끔 끓여 속살을 발라내고 대파를 쏭쏭 썰어 넣고 후추를 살짝 갈아 넣은 다음 홍합탕을 만든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1. 프라이팬 혹은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넣은 다음 마늘 기름을 완성한다. 마늘기름에 쁘레째몰로(Prezzemolo)와 뻬뻬론치노(Peperoncino) 적당량을 잘게 다져 넣으면 풍미가 더하지만, 마늘기름만으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2. 뜨겁게 데운 팬에 홍합을 필요한 만큼 첨가한 다음 비노 비앙꼬 반 컵 정도의 분량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3. 대략 1분이 지나면 바글바글 냄비 속은 난리가 아닐 것. 그때 뚜껑을 열고 다시마 육수나 야채 육수를 홍합이 잠기게 투입한다. 맹물이면 어때..!
4. 뚜껑을 덮고 한소끔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그리고 쏭쏭 얇게 썬 대파나 쪽파를 투입한다. 끝!
홍합을 까 놓고 사진 몇장을 찍는 동안 아내가 따뜻한 쌀밥 위에 홍합살과 볶은 감자채를 아무렇게나 올려두었다. 홍합덮밥이 됐다.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비루스 사태로 인해 자가격리가 일부 완화됐지만, 재래시장이 문을 열 때까지는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뻬스께리아(Pescheria_어물전)은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재래시장에 내다 파는 해산물보다 가격이 턱 없이 비싼 편이다. 재래시장이 다시 열리면 아드리아 해산 해산물이 철철 넘칠 것. 그때 다시 해산물 요리에 도전하기로 한다. 챠오~~ ^^
* Coronavirus in Italia: 223,096(확진자+992) casi, 31,368(사망자+262) morti, 115,288(치료자+2,747) i guariti -Il bollettino al 14 Maggio. (출처: www.worldometers.info)
Le famose cozze dell'Italia meridionale
il 14 Magg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