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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8. 2020

이탈리아, 바캉스가 시작됐다

-코로나 비루스도 못 말리는 바캉스 시즌

이럴 수가.. 일상으로 되돌아온 이탈리아..!!



   세상이 갑자기 달라졌다. 아니 확 달라 보인다. 위 자료사진은 오늘 아침 산책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내항의 모습이다. 멀리 수평선 근처로 등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내항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보인다. 아침 산책은 방파제 끄트머리까지 이어진다. 


하늘은 이탈리아 삼색기의 한 면처럼 아쭈로(l’azzurro del cielo), 바다 색깔 또한 옅고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린다. 바다 물빛이 옅은 연둣빛으로 변할 때는 썰물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지난해 7월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기기 전 답사를 올 때만 해도, 이곳 풍경은 익숙지 않았지만 대략 만 1년이 다가오면서 바를레타는 매우 친근해졌다. 


방파제로 들어서기 전 우측으로 펼쳐진 바닷가 모래밭은 깨끗이 정리되었고 비치파라솔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0 바캉스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속속들이 알게 됐고 사람들의 습관까지 세세히 알게 됐다. 생활에 필요한 서류며 아내와 나를 자유롭게 해 줄 자동차 관련 서류 등의 절차는 마무리된 상태이다. 아내의 숙원이던 그림 수업도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적지 않은 마음고생이 따랐다. 세계인을 괴롭힌 코로나 비루스 때문에 시간은 멈추어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이 대략 3개월은 됐을까.. 


이곳 바를레타 해변은 이탈리아 동쪽의 아드리아해 대부분이 그러하듯, 여름철만 다가오면 시민들로 차고 넘친다. 바캉스 시즌에는 도시는 텅 비게 되고 바닷가는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붐빈다.


그동안 방콕을 하며 집에서 보낸 시간은 끔찍함 이상이었다. 생전 처음 겪어 보는 비루스 사태 때문에 세상은 깜깜했고 사람들은 우울했다. 하루에 수백수천 명씩 목숨을 잃는 일이 일상이 됐던 것이며,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비루스 사태로 전쟁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한 시민이 방파제 옆 갯벌을 뒤지며 봉골레(Vongole) 채집에 열중하고 있다. 아드리아해는 봉골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의 보고이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생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비루스와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정확히 2020년 6월 7일 일요일 아침부터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 보건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아침부터 바닷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봤다.


해산물 채집에 열중인 시민들과 청정한 바닷물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공업시설이 거의 없는 무공해 지역이다.



이탈리아, 바캉스 시즌이 시작됐다




서기 2020년 6월 7일 일요일 오전 9시경, 맨 처음 눈에 띈 바닷가 풍경 속에 아리따운 아가씨 세명이 바닷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볕은 따갑고 아드리아해의 유혹은 더없이 강했을까..



바닷물이 저만치 물러가고 있는 썰물 때 바다가 내놓은 풍경이 아름답고 담백하며 짭짤했다. 지난겨울 연초록 파래에 눈독을 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독은 사라지고 말았다. 파래무침을 생각하며 한 잎 뜯어 시식한 결과 너무 질겼다. 


그러나 비루스 사태로 지워져 버린 봄이 저만치 멀어지면서부터 바다는 아내와 나를 매일같이 어서 오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주로 시내 북쪽에 위치한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평원과 바닷가로 다녔으므로 바캉스 시즌에 볼 수 있는 풍경은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부터 세상 풍경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오늘자 코로나 비루스 통계(COVID-19 CORONAVIRUS PANDEMIC)를 살펴보니, 이탈리아는 확진자 수 +197명사망자 수 +53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비루스 사태가 시작된 이래 완연한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통계수치까지 바닥(?)으로 내려온 것이다. 바닷가로 나선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쓰는 둥 마는 둥 초기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그리고 집 앞 바를레타 성(Castello Svevo) 앞에 위치한 공원에도 사람들이 붐볐고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또한 시내 중심 도로는 하루 종일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며, 카페와 젤라떼리아 또한 줄을 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붐볐으며 리스또란떼는 내일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꿈같은 일이 몇 달만에 재개된 것이다. 더불어 우리도 바빠졌다. 아내는 벌써부터 우리가 가 보고 싶었던 가까운 지역의 지도를 펴놓고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비루스도 못 말리는 바캉스 시즌이 본격적으로 도래한 모습이다. 사람들은 비루스가 앗아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방콕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것 같은 날이다.


Vacanza stagionale in cui anche Corona Virus non può fermarsi
il 07 Giugno 2020,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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