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9. 2020

하늘 속으로

#11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집에 가면 뭐해..?!!



   아내의 도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집에 가면 뭘 할까.. 벌써 3시간째 바닷가 장의자에 앉아 짙푸른 아드리아해와, 하늘과, 해수욕객과, 비치파라솔과, 해변을 오락가락하는 바캉스족 등 눈 앞에 어른거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바다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창살처럼 뚫린 장의자 밑으로 혹은 누워서 바라본 종려나무 아래로 살랑 싸알랑 불어댓다. 



장의자에 앉은 아내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누우면 곁에 있던 종려나무가 올려다 보여 치마 속을 훔쳐다 보는 듯한 발칙한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았다. 장의자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시로 청춘들이 오갔다. 그냥 청춘들이라면 용서(?)가 됐다. 



그런데.. 우리 앞을 지나치는 바캉스족들은 보다 더 발칙했다. 세상에.. 제아무리 바닷가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가릴 것은 가려야 할 텐데.. (맘마미아!!) 청춘들은 물론 아지매들까지 온통 통째로 엉덩이 전부를 드러내 놓고 오락가락.. 그것도 용서가 된다. 똥꼬를 가르는 하나의 줄만 남겨둔 채 오동통 탱탱한 여자 사람들이 카메라 앞을 보란 듯이 지나치는 것이다. 



처음에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지만 시간이 더할수록 그 풍경들은 점점 더 저만치 멀어지는 것. 만약.. 청춘이었다면.. 아직 숫총각이었다면 마음이 꼴릴 대로 꼴려 주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한 마디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1인.. 



집에 가면 뭐해? 밥이나 묵고 뒤집혀 자지..! 그게 아니면 브런치를 열어 이웃들을 눈팅만 할 텐가.. 글치만 내 눈 앞에 어른 거리는 풍경들은 그런 것 하고 전혀 상관도 없이 머나먼 풍경이었다. 나는 아드리아해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알록달록한 비치파라솔을 향해 걸음을 옮기지만 종국에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글치만 그들은 조금 전 내 곁을 지나 바다로 향했고, 그곳에서 바닷속으로 사라진 게 아니라 하늘나라 혹은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짙게 드는 것이다. 하늘로 들어가는 문은 우리 앞 해변으로 드나드는 출입구에 있고, 대략 300미터 앞에는 비치파라솔이 알록달록 노랑 파랑 빨간색 등으로 조화롭게 이어져 있다. 



일부러 연출하기도 쉽지 않은 풍경이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길게 해변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이런 풍경을 너무도 좋아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장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해 가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나.."를 세고 또 세고 있는 격이랄까. 



그런 아내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라고 말한 나는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띠옹~ '한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어린아이가 있어..? 한 때 치맥 먹듯 물고 뜯고 빨고 핥고 할퀴는 일이 있을 것인가..! 그런 사정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독자분들 중에도 몇은 있을 것 같다만..(흐흐)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당장이라도 하늘 속으로 숨어들어 발아래에 펼쳐진 솜털 구름이라도 즐겨야 하지 않을까.. 뱅기 위에서 땅을 굽어보듯이 말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뚜렷한 듯 사람들은 바다로 향하고 다시 뭍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아내가 불쑥 내게 던진 질문처럼 집으로 돌아가면 뾰족한 별 수가 기다릴까.. 우리끼리 만물의 영장 운운 혹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달달 외워봤자. 우리네 삶은 거기서 거기.. 아닌가..?



최소한 연중 한 차례.. !!



우리는 하늘을 지붕 삼아.. 

그냥.. 

하늘색을 닮은 세상 어느 곳이든지 온몸을 내 맡기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이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가식의 때를 벗기우면..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세상 살아보니 그것보다 더 귀한 가치 혹은 존재가 없거나 없었던 것이랄까. 우리를 힘들게 한 각종 제도와 관습은 물론 나(自我, ego)를 구속한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유일한 기회.. 그 바닷가에서 하늘을 본다. 아내의 말이 옳았다. 



집에 가면 뭘 해..?



작가노트


서기 2020년 6월 28일 오후 4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외항에 위치한 바닷가..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휴일이었던 이날 사람들은 해변을 가득 메우고 방파제까지 점령했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맞이한 풍경.. 마음 같아서는 훌러덩 걷어붙이고 바다로 뛰어들고 싶지만 기분만 그랬다. 바닷가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바닷속으로 혹은 바다 곁으로 떠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드리아해 너머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곳. 삶과 죽음도 이와 같을까.. 풍경을 뒤집어 보니 이들은 하늘나라 사람들이었다. 생각만 바꾸면 천국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닌가..




Nota dell'autore


il 28 giugno 2020 A,c, alle 16:00, sulla spiaggia di Barletta, nel sud della Puglia, nel sud Italia, sono andata a fare una passeggiata con mia moglie. Il giorno della vacanza, la gente ha riempito la spiaggia e catturato il frangiflutti. La scena della stagione delle vacanze a tutti gli effetti .. Quando ne ho voglia, voglio arrotolarla e saltare in mare, ma ne ho voglia. Quando ho visto persone in spiaggia, non sono uscito in mare o al mare. Stavano scomparendo nel cielo oltre il Mare Adriatico. Dove il confine tra il mare e il cielo è ambiguo. Vita e morte sarebbero uguali? Ribaltando il paesaggio, queste erano persone dal cielo. Se cambi idea, il Paradiso non è sempre intorno a noi?


Nel cielo_la spiaggia dell'Adriatico 
il 28 Giugno 2020, 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계집아이들과 저녁노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