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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3. 2020

아내를 감동케 하라

-잠자는 물고기 표 쫄깃한 감자 볶음밥

남자들의 해묵은 숙제.. 아내를 감동케 하라!!


서기 2020년 7월 2일 오후 3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한 주방에서 고소하고 담백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냄새의 출처는 살펴보나 마나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감자가 익는 냄새이다. 감자는 7월이 시작되기 전 하지가 되면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는데 이때 출하되는 감자를 '하지감자'라 한다. 연중 낮이 제일 긴 이때 밭에서 케낸 감자를 하지감자지슬북감저(北甘藷), 마령서(馬鈴薯)라고 부른다. 


위 지료 사진은 오늘 아침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햇감자로 3킬로그램에 1유로짜리를 2유로어치 샀다.


주지하다시피 감자(La patata_Solanum tuberosum L.)의 원산지는 남미의 안데스 지역의 페루와 북부 볼리비아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던 감자가 피사로 등 침탈자들로부터 유럽으로 건너가게 됐다는 건 너무도 유명한 일이다. 이때 유럽으로 넘어간 감자는 다시 중국 등지로 퍼지게 되고,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아 우리나라에 들어온 때는 1824년~1825년(순조 24~25년) 경으로 전한다. 


감자가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경위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우리나라(조선)에서 산삼(山蔘)을 찾기 위해 숨어 들어온 청나라 사람들이 식량으로 몰래 경작하면서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의 피사로는 겉으로 항로 개척의 명분을 가지고 남미를 침탈했는지 모르겠지만, 속셈은 황금의 땅을 찾아 나서면서 잉카제국은 물론 남미를 초토화시키는데 일조를 한 '나쁜 색히'였다. 


매운 고추(청양고추)와 쥬끼니 호박을 이용한 감자볶음과 감자와 밥을 이용한 심플한 감자 볶음밥


그런데 자료를 살펴보니 조선에 씨감자를 들여온 청나라 사람들은 '참 좋은 넘'이었다. 아마도 이 넘이 감자를 재배한 지역은 강원도 산비탈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 다수는 감자를 떠올릴 때 '강원도래요'라는 사투리와 함께 산간을 떠올릴 것이다. 감자의 원산지 남미의 안데스에 사는 사람들도 그와 형편이 비슷했다. 남미 일주를 통해 만나본 그분들은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고, 키도 작달막하여 산비탈을 오르는데 적합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감자의 종류도 다양했다. 크기도 색깔도 모양도 각각 다른 감자들을 페루의 쿠스코 시장에서 만났는데 원주민들은 이 감자를 적당히 말려서 저장고에 저장해 두고 먹고 있었다. 논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산비탈에서 재배된 감자는 이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생명의 양식이었던 것이다. 그런 감자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유럽인들의 식탁은 풍성해졌다. 


요즘 출하가 한창인 퐈지올리와 마늘을 넣은 감자볶음 요리


맨 처음 감자가 유럽으로 수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악마의 작물' 등으로 인식하며 회피하기도 했다. 처음 보는 작물에 대한 역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감자가 몸에 유익할 뿐만 아니라 맛까지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부터 감자 없는 식탁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특히 요리의 종주국이라 할 만큼 요리가 발달한 이탈리아에서는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치고 넘쳤다. 어디든지 감자만 넣고 이름만 붙이면 감자요리로 탄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현대인들은 감자 없는 식탁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치 감자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것이다. 감자튀김이 현대인의 입맛을 지배한 지 꽤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를 이용한 음식은 다양하다. 삶아먹고 구워 먹고 튀겨먹는 등 다양한 리체타를 선보이며 나름 착한 감자의 역사를 써오고 있었던 것이다. 


견과류와 피셀리 쁘로슈토를 넣은 감자 볶음밥


감자의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착해 대중들이 널리 즐길 수 있는데 한몫 거들었다. 씨감자 한 알을 심으면 하지 때 주렁주렁 감자가 열리므로, 이 보다 더 좋은 작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감자와 관련된 기록이나 글을 끼적거리면 밑도 끝도 없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오늘은 얼마 전 나의 브런치에 잠시 끼적거린 감자볶음에 관한 리체타를 소개하며 글을 맺도록 한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감자요리는 착하고 지혜로운 브런치 이웃 잠자는 물고기 님이 "언제인가 선을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요리의 이름을 잠자는 물고기 표 감자요리로 명하고 마침내 주방에서 감자 향기를 마구 퍼나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아내로부터 칭찬을 받은 몇 안 되는(아흑ㅠ) 요리 중에서 단연코 칭찬을 받는 요리이다. 그래서 오늘 점심 차림표에 팔불출 요리사가 만드는 감자요리를 아내님께 대령하게 된 황송한 일이 생긴 것.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감자를 쪼올깃 하게 만들어 주세욤!!

-네, 마마!!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오늘 점심 식탁을 풍요롭게 만든 잠자는 물고기 표 감자요리. 로즈마리노가 눈에 띈다.



잠자는 물고기 표 감자요리 리체타


말이 너무 길었다. 리체타 소개 들어간다. 잠자는 물고기 표 감자요리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자주 해 먹던 음식이다. 만들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고 준비과정도 간단하고 경비 또한 매우 경제적이어서 한 번 맛 들이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요리라 자부한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오기 전 어느 도서관 앞에 가게를 차려놓고 몇 가지 차림표를 선보이며 학생들의 건강을 돕고 싶었다. 요리사의 눈에 비친 학생들은 끼니때가 되면 형편없는 음식을 사 먹고 있었다. 그중에는 집에서 엄마가 싸준 질 좋은 도시락도 보였지만 대체로 영양이 부실한 버거 따위를 끼니로 때우고 있었다. 


따라서 어머니들이 이 리체타를 잘 익혀두면 아이들의 건강을 잘 챙기는 건 물론이다. 또 음식이라면 라면 끓이기가 전부나 마찬가지인 동급 팔불출께서는 잘 봐 두셨다가 실전에 활용해 보시기 바란다. 어느 날 아내를 감동케 하는 놀랍고 신비스러운 일을 체험하며 교회로 사찰로 곧장 달려갈지 모르겠다. 감사헌금 혹은 시주 봉투를 꺼내 들고 감격 어린 눈물의 기도를 올리게 될 것..(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내게도 이런 은혜가..!! 아흑ㅜ)

 

밥알갱이와 감자의 꼴라보가 일품인 감자볶음 요리..


위 자료사진은 조금 전 우리가 먹었던 감자요리로 두 접시를 덜어내고 남은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먼저 선보인 자료사진들은 짬짬이 만들어 먹은 요리들로 전부 감자로 만든 것들이다. 주재료는 감자(100그램 1인분)이며, 식은 밥 혹은 공깃밥 한 그릇(1인분)이면 족하다. 그리고 올리브유(엑스트라 버진)와 마늘 몇 쪽이면 끝! 여기에 추가로 피셀리나 고깃덩어리나 쥬끼니 호박 혹은 잣이나 체치 등을 곁들이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며, 더위에 지친 마눌님을 벌떡 일으키게 하는 마력을 지니는 것이다. 언급한 1인분은 필요에 따라 용량을 늘여가시기 바란다. 리체타는 이러하다.


1.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감자를 곱게 채를 썰어 물기를 적당히 제거한다.

2.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을 준비하고 두 큰 술의 올리브유와 함께 까둔 마늘을 넣고 마늘 기름을 만든다.

3. 채 썬 감자를 투입한다. 프라이팬이 뜨겁게 달궈진 상태이므로 화상을 주의한다.

4. 감자를 뜨거운 팬 안에서 골고루 익혀준다. 대략 3분에서 5분이면 끝! 그리고 소금 간(적당량)을 한다.

5. 감자가 노릇하게 거의 다 익으면 준비된 공깃밥을 넣어 골고루 잘 볶아준다.

6. 밥과 감자가(혹은 다른 식재료까지) 잘 볶아지면(3분에서 5분 정도) 약불로 낮추거나 불을 끈다.


너무 간단한 리체타이다. 리체타의 팁은 올리브유와 센 불과 감자와 밥의 어우러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감자는 쪼올깃 거리며 감자 본연의 자세가 마구 흐트러지며 식감을 뛰어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밥알은 웰케 쫀득 거리는지 모를 정도로 마눌님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건 나의 표현이 아니라 마마님이 즐겨 사용하시는 표현법이다. 끝!


Impressiona tua moglie_Pietanza di patate
il 03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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