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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8. 2020

파스타, 듀럼 밀의 본고장 풍경

-궁금했던 뿔리아 주 내륙 풍경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듀럼 밀 생산지 뿔리아 주는 어떤 모습일까..?!



   서기 2020년 7월 14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아드리아해의 보석 바를레타에서 빠르꼬 나찌오날레 델라 알따 무르지아(Parco Nazionale dell'Alta Murgia)로 향했다. 링크된 홈피 등에 소개된 알따 무르지아는 뿔리아주에서 보기 드문 언덕과 평원아 잘 어우러진 뛰어난 자연경관을 지닌 곳이었다. 아드리아해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까따(Basilicata) 주와 인접 지역에 넓게 분포된 이 공원에는 진귀한 야생화는 물론 여우까지 살고 있었다. 

높은 산은 없었으며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은 여행자를 유혹하기 좋은 풍경을 지닌 곳이었다. 특히 알따 무르지아의 심장부에 위치한 계곡(자료사진)은 매우 특별해 보여서 꼭 한 번 다녀오고 싶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문화유산 때문에 어디를 가나 당시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는 지구별 유일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 이들은 선조들이 잘 닦아놓은 유산 때문에 세계인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으며 관광대국이 된 지 꽤 오래됐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보유가 세계 1위인 국가, 건축이면 건축, 음악이면 음악, 패션이면 패션 등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반듯한 유무형의 상품들은 주로 아탈리아산이라고 각인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이탈리아 요리까지 가세하면서 먹고 놀기 좋은 나라라면 이탈리아를 손꼽을 정도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알따 무르지아 그리고 알따 무르지아에서 지오뷔나쪼(Giovinazzo)로 가는 여정은 이랬다. 지오뷔나쪼에서 1박을 한 후 다시 바닷가 국도를 따라 바를레타로 가는 1박 2일의 여정.


우리가 바를레타에서 알따 무르지아까지 가 보기로 한 이유 중에 자연(평원)이 주된 목표였지만, 정작 이곳에서 파스타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듀럼 밀(Il grano duro_Triticum durum) 경작지를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바를레타 인근의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평원에서 듀럼 밀 경작지를 만났지만 규모가 적어 약간은 시큰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따 무르지아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눈에 띈 풍경이 지금 소개되고 있는 풍경이자, 이탈리아 표 듀럼밀 경작지였다. 듀럼 밀은 세계적으로 재배되지만 나에겐 매우 특별한 작물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기 전부터 나는 파스타에 매료되었고, 올리브유와 바실리코(Basilico_바질)에 흠뻑 빠졌었다.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빼면 대표선수가 어떤 음식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파스타의 종류는 다양했다. 우리가 즐겨먹는 스파게티는 그냥 파스타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내 손에서 맛깔난 파스타 요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는 그중 나비나 리본 모양의 퐈르퐐레(Farfalle)를 선호했다. 알갱이가 딱딱한 듀럼 밀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파스타는 단백질 함량이 16%나 되고 루틴의 함량이 높아 알덴테로 잘 삶아 놓으면 입안에서 쫀득쫀득 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어떤 종류의 살사와 잘 어울리기도 하는 녀석은, 살사 디 뽀모도로와 살사 디 끄레마는 물론 냉파스타 샐러드로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된장을 잘 이용해 파스타를 비벼내도 일품이다. 



가격은 또 얼마나 착한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 혹은 듀럼 밀 경작지가 산재한 이곳에서는 건면 500그램이 1유로 남짓한 가격이다. 거기에 생면 파스타 또한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집에서 칼국수 만들어 먹듯 반죽을 하는 번거로움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뿔리아 주의 전통요리인 오레끼에떼 파스타(Orecchiette)는 이곳에서 라면보다 흔한 파스타라고나 할까.. 수백 종에 이르는 파스타의 종류와 함께 파스타 이야기만 끼적거려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더니 우리는 알따 무르지아 공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기로에 설 수 밖에 없었다. 트래킹을 하면 좋을 장소에 7월의 땡볕이 쏟아져 내리는 게 아닌가. 만약 이곳에서 야영을 하게 된다면 우리가 잠시 쉴 그늘이 필요했지만, 나무 그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국도변 저만치에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띄어 잠시 정차를 해 두고 사진 몇 장을 남겼다. 



황금빛 들녘은 이미 듀럼 밀 추수가 끝난 후였다. 세상이 온통 빵껍질처럼 메마른 대지 위에 몇몇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곁 구릉지에 커다란 웅덩이가 샘물처럼 놓였는데 빗물을 저장하는 용도 혹은 우물 같았다. 실개천이나 작은 강 조차 없는 삭막해 보이는 척박한 땅에서 듀럼 밀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메마른 땅에도 잘 자라는 듀럼 밀이 좋아하는 경작지에 사람들이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는 것.



우리가 만약 이곳에서 야영을 한다면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밤을 꼬박 지새우게 될까.. 나는 그런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창밖은 땡볕인데 그늘은 쉽게 찾을 수 없었으며 실개천까지 찾아내지 못하고 우리는 공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하니가 한몫 거들었다. 



무서워! 불빛도 없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밤을 보내..?!!



우리는 결국 이탈리아 파스타의 본고장 풍경 하나만 가슴에 담고 아드리아해 쪽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그곳은 하니가 좋아하는 곳이자 다시 가 보고 싶어했던 바다가 있는 곳. 우리는 알따 무르지아에서 지오뷔나쪼(Giovinazzo)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다음 날이 하니의 생일.. 내 삶을 부끄럽지 않게 만든 여왕님의 탄생일이었다. ^^



이날 알따 무르지아에서 만나고 싶었던 풍경은 다시 순서가 미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내륙 풍경과 듀럼 밀 생산지를 둘러보고 싶었던 바람 하나는 마음에서 지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 번 더 가장 이탈리아 스러운 풍경을 만나고 싶다. 그때 하니의 마음 속에서 두려움이 지워져야 하늘에 총총히 박힌 무수한 별들과 우유빛 찬란한 은하수를 만나게 될 텐데.. 


la vista della casa principale del grano duro
il 18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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